ELS·DLS 줄줄이 손실구간 진입…'L의 공포' 커진다

- 유로스탁스 3777.84 이상서 발행된 ELS ‘낙인 구간’ 진입
- 반토막난 WTI, DLS 3244억원 `낙인`.."실제 규모는 더 클 듯"

[이데일리 최정희 김윤지 기자] 유럽증시와 국제유가 폭락에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에 빨간불이 켜졌다. 줄줄이 원금 손실구간(Knock in·낙인)에 진입하면서 또다시 ‘L(Linked·연계)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낙인을 찍은 ELS·DLS만 해도 2조49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지수와 유가 하락폭이 커지고 장기화할수록 낙인을 찍는 ELS·DLS가 속출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지난달 발행 유로스탁스 ELS ‘낙인’..연초 발행 DLS도 `낙인`

17일 이데일리가 모든 증권사의 ELS 발행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유로스탁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미상환잔액(35조9000억원, 12일 기준) 중 2조1700억원이 낙인을 찍었다. 유로스탁스50지수가 3777.84~3865.18선 사이에 머물렀던 지난 2월 5일부터 24일까지 발행된 ELS 중 낙인 레벨이 65%인 ELS가 모두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즉,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주는데 이미 그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당장 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기때 지수가 미리 정한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손실이 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등 16개 증권사가 해당 ELS를 발행했고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3100억원씩 발행해 가장 많았다. KB증권,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도 2000억원 이상 발행했다.

유로스탁스50지수는 2월 19일 종가 기준으로 3865.18을 기록해 고점을 찍었으나 이달 16일 2450.37까지 하락해 불과 한 달여만에 36.6% 급락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 및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에 유럽의 재정 취약국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 여타 지수 대비 유로스탁스50지수의 하락폭이 커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등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도 줄줄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NH투자증권(1441억원), 미래에셋대우(795억원), 한국투자증권(514억원), KB증권(351억원), 삼성증권(143억원) 등 5곳의 증권사가 발행한 약 3200억원의 DLS가 낙인을 찍었다. 다만 이는 주요 증권사가 공개한 규모만 추린 것이라 실제 낙인 구간에 진입하는 원유 DLS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원유 DLS 낙인 레벨은 50%가 가장 높은 수준인데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6일(현지시간) 거래된 WTI는 배럴당 28.7달러(근월 선물)로 급락, 연초 대비 53% 하락하면서 낙인을 찍게 됐다.

올해 발행돼 낙인을 찍은 유로스탁스50지수 ELS는 대부분 낙인 레벨(65%)이 만기 레벨과 같아 2022년~2023년 내 낙인 레벨 이상으로만 회복하면 손실을 면할 수 있다. 원유 DLS도 연말이나 올해 초 60달러에서 발행된 DLS는 낙인을 찍더라도 만기 때까지는 2~3년 여유가 있다.

◇ 지수·유가 추가 하락시 올 만기 ELS·DLS 손실 가능성

문제는 유가와 지수가 추가 폭락하거나 이런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다. 특히 연내에 만기되는 ELS·DLS는 최종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로스탁스50지수가 2300선대로 빠질 경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ELS 중에서도 낙인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9월 21일 만기되는 한국투자증권트루9287은 낙인 65%인 ELS로 2300.73 밑으로 빠질 경우 낙인 구간에 진입한다. 11월 12일 만기되는 한화스마트4437, KB증권5217 ELS도 각각 2335.94, 2323.44가 낙인 구간이다.

다른 지수들도 3년래 최고점 대비 30% 안팎으로 하락한 터라 추가 하락이 있을 경우 낙인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홍콩항셍중국기업((HSCEI)지수와 항셍지수는 2018년 1월 29일 고점 대비 16일 종가 기준 32.4%, 30.0% 떨어진 상태다. 코스피200지수도 2017년 11월 2일 고점 대비 32% 급락해 낙인 구간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7년, 2018년 발행된 ELS가 일부 상환되지 않은 데다 낙인 레벨이 65%라면 손실 진입 가능성이 있다. 낙인을 찍은 이후엔 만기때까지 지수가 얼마나 회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상품 구조가 모두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우나 과거 금융위기 사례를 보더라도 지수가 급락했으나 만기 3년 내에는 회복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2016년 H지수 폭락 시점에도 2017년, 2018년 대부분 회복됐다”고 말했다.

다만 WTI의 경우 2018년 10월 3일 76.41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는데 아직까지 상환되지 않은 DLS가 있어 만기 때 손실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연중 내내 배럴당 20~40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70달러 이상에서 발행됐고 올해 또는 내년 만기가 도래한다면 손실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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