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ELS 발행 여전…"업계는 외면, 당국은 무관심"

- “일단 만들고 보자”...ELS 공급과잉 우려
- 청약률 저조해 발행 취소 빈번
- 당국·업계 무관심 속 투자자 불만
- 기초자산 활용 지수도 따져봐야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올해 들어 주가연계증권(ELS) 인기가 살아나면서 증권사들의 과도한 발행 행태가 재연되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수요보다 ELS 공급이 초과하고 있는데다 증권사들이 모집액을 상당히 높게 잡거나 청약이 잘 안될 경우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ELS 기초자산을 다양화하기보다는 특정 해외지수 활용만 늘리고 있는 점도 우려스런 부분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20개 증권사는 총 23조7000억원을 목표로 ELS 공모에 나섰으나 실제 모집액은 11조원 수준에 그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 모집 시 맥시멈(상한액)까지 높게 모집금액을 설정하거나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면서 상품 종류를 대거 늘리는 등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ELS 발행 시 청약 금액이 0원인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청약 금액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ELS 발행을 취소하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의 경우 올 1분기 발행 ELS 총 260여건 가운데 고객들에게 청약증거금을 돌려준 사례가 20건에 이른다. NH투자증권은 ELS 투자설명서에 통상적으로 청약금액 합계가 10억원 미만일 경우 청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해놨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내놓은 상품은 ‘백투백(Back to back)’ 헤지 방식이 많아 운용사의 판단으로 청약을 취소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청약 취소 규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헤지전략에 따라 일정 금액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백투백 헤지는 발행한 파생결합증권과 거의 같은 조건으로 다른 거래상대방(주로 외국 금융회사)과 장외파생거래를 맺어 기초자산 가격변동 리스크 등를 상대방에게 이전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이 발행한 ELS 가운데 10억원 미만인데도 청약을 진행한 사례도 있어 고객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약 취소 규정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는 청약금액이 적더라도 증권사나 운용사 입장에선 이익”이라며 “청약을 취소하는 경우는 단순히 수익(1억원에 50만원 수준)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LS 청약 취소 사례에 대해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관리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ELS 발행 건을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청약금을 돌려주는 데 있어서 투자자 원성은 증권사가 감내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투자자 피해가 많다면 고민해봐야겠지만 아직은 정부가 나설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현황은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ELS 투자에 있어 투자자 스스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증시가 호황기라고 해서 단기 수익을 노리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ELS 기초자산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초자산 3개 이상의 상품 발행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단순히 아시아, 유럽,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를 담는 경우가 많다”며 “결과적으로 전 세계 지수 동시 상승 등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기초자산은 유동성 확대기엔 긍정적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론 리스크가 매우 커져 시장 실패 우려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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