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DLS 대란]수익 앞세워 고위험 외면한 은행…당국은 감독소홀

- 금리연계 DLS 피해 확산 우려
- 獨국채연계상품, 원금 손실 눈앞
- 투자자 "선진국 국채라 안전 기대
- 금리·통화 변화 따른 위험 못 들어"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박종오 기자]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은행이 금리·통화에 베팅한 파생상품을 판매한 것은 아무래도 지양해야 합니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고객에게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한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투자 손실이 수천억원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 금융사 고위관계자는 이같이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파생상품 판매사에 책임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투자자를 중심으로 불완전 판매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의 무리한 비(非)이자이익 늘리기에 따른 ‘예견된 악몽’이라는 비판이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은행권의 영업 행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지만 뒷북 대응이란 비판 여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1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3~5월 석달간 독일 국채(분트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파생상품을 1250여억원 판매했다. 만기는 4~6개월이다. 오는 9월부터 올해 안에 모두 만기가 도래하는 구조다.

문제는 분트채 10년물 금리가 -0.20% 아래로 떨어지면 무조건 손실을 보는 식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0.5723%다. -0.60%대에 진입하면 원금의 80%, 다시 말해 최소 가입금액 1억원 중 8000만원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만에하나 -0.70%를 하회할 경우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미국과 영국의 CMS(이자율 스와프) 금리와 연동된 DLS 파생상품을 올해 2월까지 3800여억원 팔았다. 9월을 시작으로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가 수백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자는 “안전한 선진국 국채에 투자하는 줄 알았지 금리·통화의 변화에 투자하는 상품인 줄은 미처 몰랐다”며 “은행의 설명을 너무 믿었다”고 하소연했다.

당국도 급히 실태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우선 최근 손실이 가시화한 금리 연계형 DLS의 은행권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불완전 판매 여부를 가리기 위한 금융사 검사 등도 벌일 방침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사모펀드와 같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방치하다가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영업 행태를 같이 들여다 볼 것”이라고 밝혀, 검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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