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L의 공포]ELS·DLS 발행 절반 뚝…원금보장 상품도 외면

- 8월 DLS 발행규모, 지난달 대비 60% 감소
- "개인 뿐만 아니라 기관대상 발행량도 감소"
- 원금 보장형 DLB·ELB 발행규모도 줄어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권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특히 ELS나 ELS 같이 이름도 복잡하고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품은 고객들이 쳐다보지도 않아요”

최근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에서 대규모 손실 우려로 ‘L(Linked·연계) 포비아’가 확대되면서 금융상품 투자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S는 물론 기초 자산은 다르지만 구조가 유사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발행량이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원금이 보장되는 기타파생결합사채(DLB)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발행량도 크게 줄었다. 이름에 ‘L’이 들어간 상품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한일 무역갈등, 홍콩 시위 등 곳곳에서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DLS 대란까지 터지면서 당분간은 몸사리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금이나 달러,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을 찾는 문의만 늘고 있다는 게 금융사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전언이다.

◇ DLS·ELS 발행규모, 지난달 대비 절반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 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들어 28일까지 DLS 발행금액은 8747억원으로 지난달 1조9968억원어치 발행됐던 것에 비해 56% 감소했다. 하루 평균 발행금액으로 보면 460억원으로 전월 868억원에 비해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고, 6월 1214억원과 비교해보면 무려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DLS는 통화와 원자재 등을 기초자산으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결합상품이다. 월간 기준으로 올 들어 발행규모가 단 한 번도 발행규모가 1조2000억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지난 6월에는 2조원이 넘게 발행되기도 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판매된 독일 국채 금리 DLS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기초자산이나 구조가 다른 DLS에도 투자자들이 경계하고 있다”며 밝혔다. 일부 은행 지점은 파생상품 판매 자체를 셧오프(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기관투자자도 마찬가지다. DLS 발행사 관계자는 “리테일에 판매되는 액수보다 기관에게 팔리는 규모가 큰 것을 고려할 때 기관 대상으로 발행되는 DLS 물량이 줄면서 전체 발행액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독일DLS의 경우에도 고용기금이 투자했다가 500억원 가까이 손실을 내기도 했다.

코스피나 코스닥처럼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지만 DLS와 상품구조가 비슷한 ELS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ELS 발행규모는 4조2246억원으로 지난달(7조2083억원)과 비교해 41% 감소했다. 일평균으로 봐도 지난달 3134억원에서 이달 2223억원으로 29% 쪼그라들었다. 이대로라면 올들어 월별로 최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증권사 PB는 “DLS나 ELS 뿐만 아니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DLS 이슈도 있었지만 국제 경제 흐름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ELS의 경우에는 최근 홍콩에서 중국의 ‘범죄인 인도 법안’과 관련한 반대 시위로 인한 지수 급락을 우려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 ‘L’들어가면 일단 피하자?…원금보장형도 줄어

‘L의 공포’가 커지다 보니 상품 이름은 비슷하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기타파생결합사채(DLB)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기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DLB와 ELB는 각각 DLS와 ELS와 비슷한 기초자산으로 설계됐지만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원금 손실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예·적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B금융투자는 지난 6~13일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원금보장이 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3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청약을 실시했지만 11억8000만원만 모집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NH투자증권이 지난 22~23일 모집한 ELB 역시 200억원 모집에 77억8354만원 들어오 39%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해 원금보장 뿐 아니라 최소 연 2.27%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외면당했다.

이는 전체 발행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달 ELB 일평균 발행액은 156억원으로 전월 242억원에 비해 36% 감소했고 DLB 발행액 역시 하루 평균 452억원으로 전월대비 6.8% 줄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기초자산이 다르고 구조가 다른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도 안전성을 재차 확인하거나 독일 금리 등의 연관성에 대해서 문의한다”며 “이런 상품 보다는 금이나 달러 투자에 더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현재 시장 상황에서 원금 보장형 상품을 만들기 어려운 것도 발행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DLB와 ELB는 박스권 장세에서 최적화된 상품”이라며 “현재 하방도 열려 있고 국제 정치와 경제 등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발행이 쉽지 않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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