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반토막 날까'…유가 급락후 DLS 1600억원 발행

- 2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투자 급증
- "유가 오를 변수 없어 투자 유의를"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여기서 설마 반토막까지 나겠어?’ 최근 유가 급락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조심스레 파생결합증권(DLS)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유가를 끌어올릴 만한 변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에 유의를 당부했다. 일각에선 마이너스 유가 가능성도 진지하게 대두되는 형국이다.

1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지속적으로 폭락했던 2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유가 연계 DLS는 총 1600억원 가량 발행됐다. 배럴당 60달러선을 상회했던 유가가 30달러선까지 폭락하자 더 내리진 않을 것이라는 투자심리에 잇달아 유가 연계 DLS가 발행된 것이다. 지난해 9~12월 DLS·DLB 발행규모는 월간 1000억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 DLS는 유가가 추가 폭락하면서 90%가량(1450억원 규모)의 상품이 하한 배리어를 터치했다. 해당 기간 유가가 배럴당 30~50달러선을 오갔는데, 이후 유가가 19달러선까지 폭락한 까닭이다. 이들 중에서도 1달러 차이로 아직 하한 베리어를 터치하지 않은 상품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상품 역시 안전하지 않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DLS는 소액이나마 발행되고 있다. 30달러선을 밑돌기 시작한 지난달 15일 이후 현재까지 유가(브렌트유·WTI) 연계 공모 DLS는 총 28억 6714만원어치 발행됐다. 직전월 발행된 유가 연계 DLS가 대부분 하한 베리어를 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액이나마 발행된 것이다. 증권가에선 이미 유가가 폭락할 대로 폭락했다고 보고 배럴당 10달러 전후까진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계산으로 투자한 사람들이라 보고 있다.

문제는 지금도 유가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OPEC+가 감산 합의에 도달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폭락한 탓에 초과 공급 국면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대체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글로벌 유가저장시설이 모두 차 있어 지금 이상으로 저장할 시설이 없어지고 있다”며 “수송이 곤란한 지역에서는 고객에게 웃돈을 주고 석유를 팔아야 하는, 즉 마이너스 권으로 유가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에너지 관련 금융상품이 마이너스권으로 가격이 떨어져도 대처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래밍을 다시 짜고 있는 상태다.

유가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유가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마이너스로 가면 산유국들이 손익분기점(BEP)을 맞추지 못해 원유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는 데다, 생산자들이 생산을 하지 않고 시장에서 원유를 사서 팔 수도 있어 마이너스 유가가 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OPEC+ 감산에도 불구하고 수요둔화 우려가 높아 유가 하락이 제어되기 힘든 환경이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원유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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