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바닥 쳤나"…원유 DLS로 돈 몰린다

- 원유 DLS, 6월 WTI·브렌트유 모두 3000억원대로 사상최대
- 한달여만에 20%대 떨어진 유가에 저점 판단 작용
- ELS 2배 가까운 수익률… 큰 변동성은 주의해야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국제유가가 글로벌 무역분쟁과 경기둔화 우려에 급락세를 보이자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이 주목받고 있다. 유가가 더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일정 수준에 머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원유 DLS의 발행액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를 각각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의 발행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도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높은 만큼 원유 DLS에 투자할 적기라는 분석도 있지만, 워낙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큰 데다 DLS는 환매도 자유롭지 않은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DLS는 지난 달 총 6648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WTI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의 발행액은 올 1월까지만 해도 300억원대에 그쳤으나 2~4월 400억원대까지 증가한 후 5월에는 1000억원대를 넘어 지난달에는 3390억7200만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DLS 역시 1~4월까지 100~200억원대를 기록하다 5월 861억4600만원, 6월에는 3256억9500만원까지 규모를 대폭 키웠다.

이달 들어서도 원유 DLS 발행규모는 증가세다. 지난 10일까지 WTI DLS의 발행규모는 1077억 8000만원, 브렌트유 DLS는 995억 5250만원을 기록했다.

원유 DLS는 국제유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유가가 일정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는 경우 수익을 얻는 구조의 상품이다. 지난 4월 말 이후 유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더 떨어질 일은 없다’는 판단이 원유 DLS의 인기를 높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원유 DLS의 낙인(knock-in) 구간은 보통 40~50% 수준으로 DLS 가입 당시 유가에 비해 반토막나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점이 DLS 투자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급격하게 하락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는 지난 4월23일 배럴당 66.30달러를 찍은 후 한 달 반 동안 29% 넘게 하락해 지난달에는 51.14달러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그 뒤로는 반등해 이달 10일 60달러대로 올라왔다. 브렌트유도 비슷한 기간 24% 넘게 떨어져 60달러 밑으로 빠졌다 이달 65달러를 회복한 상태다.

원유 전문가들은 하반기 유가 하방경직성이 견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블룸버그가 주요 투자은행(IB)의 WTI 가격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올해 3분기 평균값은 배럴당 62달러를 기록하고 4분기에는 63달러, 내년 1분기와 2분기에는 61달러로 현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기간 연장,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등으로 3분기에 국제 유가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WTI는 55~65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며 장기적인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하단은 미국 셰일가스 손익분기점이 방어하고 상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이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가 하락요인도 무시할 수는 없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원유수요 감소와 미국 원유생산 증가 가능성이다. IEA와 EIA는 6월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원유 수요 전망을 전월대비 각각 하루 10만배럴, 22만배럴 하향조정했다. 이는 연초에 제시한 전망에 비해 각각 21만배럴, 40만배럴 낮아진 수치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원유 수요 전망치가 추가로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원유 생산은 2월 중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인 하루 1200만~1240만배럴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도 연초 하루 240만배럴에서 지난 6월 340만배럴 수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이처럼 상하방 요인이 상존한 가운데 원유 ELS는 가격 변동성이 커 주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보다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률이 ELS보다 높다는 점은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방증이다. 이달 발행된 원유 DLS 수익률은 연 10~12%대로 같은 기간 발행된 ELS 수익률(4~6%)의 두 배에 달했다. ELS나 DLS 같은 상품은 중도환매도 쉽지 않다. 정해진 기일에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음 상환 평가일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만일 중도 환매를 신청할 경우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기초자산 평가가격에 비해 수익이 적을 수 있다. 최 연구원은 “기본적으로는 원자재는 가격 변동성이 큰 편”이라며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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