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저유가 악몽 재현되나…ETF 반토막·DLS도 불안

- 이미 빠진 원유 ETF, 일제히 하한가
- DLS도 불안...“30달러대 손실 가능성”
- 2015년 재현되나…“감산 합의돼야”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원유 펀드가 직격탄을 맞았고, 파생결합증권(DLS)의 손실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가격 정상화를 위해선 주요 산유국의 공조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 원유 급락에 관련 펀드 일제히 하한가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이날 하한가를 기록해 52주 최저가인 2230원에 마감했다. 지난 연말 4305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S&P GSCI Crude Oil Enhanced Index Excess Return’을 추종하는 펀드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과 연동된다.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KODEX WTI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원유-파생](H)’도 마찬가지다.

정유주에 투자하는 ‘KBSTAR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12.11% 하락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40% 넘게 떨어졌다. 유가가 하락하면 정제 마진 등이 감소하면서 정유주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국내외 원유 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삼성WTI원유특별자산 1[WTI원유-파생](A)’와 ‘신한BNPP에너지인덱스플러스자 1[채권-파생](종류A)’ 역시 3개월 수익률(KG제로인, 6일 기준)이 각각 -20.37%, -19.21%에 달한다.

지난해 연말 WTI 기준 61.06달러였던 유가는 6일 배럴당 41.28달러까지 30% 넘게 고꾸라졌다. 시작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였다. 이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OPEC 플러스)는 3월 정례회의에서 추가 감산을 논의했다.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 셰일업체에 대한 견제로 풀이된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을 위한 증산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유가 패닉’이 찾아왔다.

◇ DLS 어쩌나…추가 하락시 손실 가능성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도 불안한 상황이다. DLS는 기초자산의 가격에 연동해 일정 기간 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녹인(knock-in,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하면 만기 때 최종 가격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에서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하면서 일었던 ‘DLS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공모 기준 WTI 미상환 DLS는 9140억원, 브렌트유 미상환 DLS는 5369억원이다. 사모 DLS까지 포함하면 유가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미상환 DLS 금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원유 DLS 만기는 대체적으로 2~3년이어서 조기 상환 실패가 곧 투자금 손실을 의미하진 않지만, DLS 투자자 대다수가 조기 상환을 원한다는 점에선 의도와 달리 자금이 묶일 수 있다.

문제는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다. 녹인 구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 특히 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이던 지난해 발행된 DLS 규모는 각각 1조8877억원(WTI), 1조4705억원(브렌트유)이다. WTI 기준 60달러대를 회복한 6~8월에 발행이 집중됐다. 보통 DLS의 녹인 구간이 5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유가가 3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지면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 “러시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야”

증권가는 당분간 유가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단을 20달러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유가가 공급과잉 우려로 12년 이래 최저치였던 2015년 수준이다. 당시 셰일가스 등 일부 에너지 기업이 휘청거렸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 전까지 원유 시장은 2014년 6월~2016년 2월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단기간 내 OPEC+의 추가 긴급 합의가 없는 한 유가 하방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행보와 코로나19 사태 완화가 관건이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해소되면 ‘공급 과잉’에 대한 공포가 일부 완화되겠으나 유가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이 주도하는 석유시장 동맹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향후 3개월 에너지 섹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축소’로 하향 조정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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