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정유주·ETF 대혼란…DLS도 불안

- 리세션 우려까지…정유·화학株 동반 하락
- "추가 하락시 DLS도 손실 가능성 높아져"
- 2015년 저유가 재현될까…"감산 합의 필요"

[이데일리 김윤지 이슬기 기자] 국제 유가 폭락으로 원유 관련 금융상품의 희비가 엇갈렸다. 낮아지는 정제마진에 정유주는 52주 최저가로 곤두박질쳤고,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은 보유물량 소진에 가격 괴리까지 발생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원유 펀드도 직격탄을 맞았고, 원유 연계 파생결합증권(DLS)도 손실 가능성에 직면했다. 반면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와 ETN은 대부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원유 급락에…정유화학株·원유ETF 일제히 하한가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S-OIL(010950)은 전 거래일 대비 9.80% 내린 5만 8000원에 장을 마쳤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8.24% 내린 9만 9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정유주인 이들은 이날 나란히 장중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유가가 하락하면 정제 마진 등이 감소하면서 정유주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유가와 연동되는 ETF도 하한가를 찍었다.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52주 최저가인 2230원에 마감했다. 지난 연말 4305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S&P GSCI Crude Oil Enhanced Index Excess Return’을 추종하는 펀드로,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KODEX WTI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원유-파생](H)’도 마찬가지다.

반면 유가 흐름과 반대의 수익을 내는 ETF 삼성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등 인버스 ETF는 15% 가량 올랐고, 유가 흐름과 반대로 두배의 수익을 내는 QV인버스레버리지WTI원유선물 ETN, 삼성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신한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등은 60% 가까이 뛰었다.

이는 유가가 하루만에 폭락한 탓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가 추가 감산량에 대한 견해차이로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사우디가 증산하겠다는 폭탄발언을 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10.1%나 폭락한 41.2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30% 넘게 고꾸라졌다.

DLS 투자자들도 불안한 상황이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공모 기준 WTI 미상환 DLS 규모는 9140억원, 브렌트유 미상환 DLS는 5369억원 수준이다. 사모 DLS까지 포함하면 유가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미상환 DLS 금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DLS는 2~3년 가량 만기이기 때문에 조기 상환 실패가 곧 투자금 손실을 의미하진 않지만, DLS 투자자 대다수가 조기 상환을 원한다는 점에선 의도와 달리 자금이 묶일 수 있다. 실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이던 지난해 발행된 DLS 규모는 각각 1조8877억원(WTI), 1조4705억원(브렌트유)으로, WTI 기준 60달러대를 회복한 6~8월에 발행이 집중됐다. 보통 DLS의 녹인 구간이 5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유가가 3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지면 낙인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수준에서 20% 전후로 추가 하락하면 낙인 발생의 우려가 있는 셈이다.

◇ “저점 26달러까지 열어둬야” 바닥 안보이는 유가

문제는 추락하는 유가에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증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OPEC도 증산을 통한 가격 인하 및 시장 점유율 경쟁으로 대응했던 2015~2016년 당시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하단은 WTI 기준 2016년 2월 저점인 배럴당 26달러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낙인 구간 언저리까지 저점을 열어둬야 한다는 얘기다.

유가가 끝을 모르고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이날 원유 선물·레버리지·인버스 ETN들은 불티나게 거래되면서 수급이 말라 가격 괴리까지 발생했다. 이날 미래에셋대우·신한금융투자·삼성증권 등 증권사들은 공시를 통해 “발행사 보유 수량 소진으로 인한 가격 괴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으로 추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추가상장 이후엔 가격이 이론가 근처로 다시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되는지가 중요해졌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해소되면 ‘공급 과잉’에 대한 공포가 일부 완화되겠으나 유가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우디, 러시아 등이 주도하는 석유시장 동맹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향후 3개월 에너지 섹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축소’로 하향 조정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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