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칼날, ELS시장 뒤흔드나`..업계 바짝 긴장

- ELS 상환일 현물매도로 시세조종혐의 다시 수면위
- 국내외 증권사 4곳 검찰 조사
- 지난 2007년 ELS 발행규모 25.5조..줄소송 이어질 듯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2005년 3월, 대우증권(006800)이 ELS(주가연계증권) 상품 하나를 출시했다. `삼성SDI신조기상환형 공모ELS`였다. 정해진 조기상환일에 삼성SDI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높을 경우 원금에 이자 6%를 얹어주는 상품이었다.

◇"아, 500원 차이로…"

그 해 11월16일, 조기상환일이 돌아왔다. 동시호가에 들어가던 장 종료 10분전 삼성SDI(006400)의 주가는 기준가격 10만8500원보다 높았다. 8개월만에 6%의 이자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장 종료 후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10만8000원. 500원 차이로 조기상환이 무산됐다. 장 막판 대우증권 창구를 통해 90억원어치의 매도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만기인 2008년 3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33%로 확정됐다. 소송이 이어졌다.

ELS(주가연계증권)는 말 그대로 주가와 연계해 특정 지수나 종목 주가가 일정 범위 내 있을 경우 이자를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조기상환일이나 만기일 근처의 주가를 평가해 약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일부 투자자들은 대우증권 상대 소송에서 작년 7월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법무법인 측은 재판부가 시세조종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며 항소한 상태다.

ELS 시세조종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승소 판결 이후 법무법인들은 유사한 사례가 비일비재할 것으로 보고 집단소송에 참여할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도 ELS 문제에 손을 댈 태세다.

◇검찰, 정말 깔빼나...증권사 "할 말 많은데"

증권사들은 헤지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런 행위였다고 항변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종목 ELS의 경우 기초자산인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헤지를 하는데, 조기상환일이나 만기일을 대비해 일정 부문 헤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상환을 막는 것보다 빨리 상환해주고 ELS를 추가 발행하는 것이 오히려 증권사에겐 더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여러차례 ELS에 투자해 쓴 맛을 본 P씨는 "ELS 상품 중에는 최대 20~30%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들이 있다"면서 "주가가 약속한 범위에 있을 경우 원금에다 최대 몇십퍼센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조기상환이나 만기시 증권사들이 헤지라는 이유로 시세를 조종할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으로 상환일 근처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하나대투증권 상품기획팀 관계자는 "상환일에 다가가면 상환값을 두고 헤지가 일어나도록 구조화된 상품"이라면서 "이해상충 발생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지난 2009년 거래소가 만기종가방식, 헤지한도 등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에서 파생상품과 관련해 점차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증가하자 검찰도 칼을 빼들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는 ELS 만기일에 주가를 고의적으로 조종한 혐의로 국내 증권사 두 곳 외 외국 증권사 두 곳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강력한 경고음 필요"

검찰 기소가 확정되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은 세계 1위. 특히 ELS시장은 지난 2003년 3조5000억원(발행기준)으로 시작해 지난 2007년 25조5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이후 지수 폭락으로 발행금액이 10조원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작년 12월부터 다시 급증해 지난 1월에만 3조원어치의 ELS가 나왔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금액이다.

증권업계는 검찰 기소가 확정되고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업계 전반으로 조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수가 크게 회복되면서 ELS 등 파생상품시장도 훈풍이 불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면서 "수사 확대 여부에 귀를 기울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에 강력한 경고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복합금융서비스국 관계자는 "ELS는 발행사가 헤지를 통해 자신을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도록 짜여진 상품"이라면서 "하지만 이 행위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헤지를 두고 어느 정도 선을 제시하긴 했지만 시세조종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면서 "기소결정이 내려지면 감독방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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