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홍콩시위…내 중국 펀드·홍콩 ELS 괜찮나

- 홍콩 및 중국 현지 자산운용사 전망 종합해보니
- "시위와 주가는 별개…되레 저가 매수 움직임 포착"
- 무역협상 변수로 번질까 경계…H지수 ELS투자 `촉각`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이슬기 기자]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날로 격화하면서 중국 주식이나 중국 펀드,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한 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홍콩 시위가 격렬해질수록 금융시장도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자산운용 전문가 사이에서는 홍콩 시위가 중국 투자에 직접 미칠 악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높다. 다만, 홍콩 시위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경우 양국의 무역협상 발목을 잡을 잠재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홍콩시위 자체로 中투자 변수 어려워

20일 이데일리가 자산운용사 홍콩 및 중국 현지 전문가의 시각을 종합한 결과 대체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자체로써 중국 투자 기회와 수익률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시위의 중심이 홍콩일 뿐이지, 중국 기업의 영업 기반은 본토에 기반`하는 점이 근거다. 박오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홍콩법인 이사는 “홍콩 항셍(H)지수는 홍콩 시위보다 중국 경제와 무역분쟁 영향을 받는 편”이라며 “항셍지수를 구성하는 50개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H지수가 시위 기간과 맞물려 하락한 것은 맞지만 무역협상이 영향을 더 받았다는 해석이다. 이를 계기로 이익 실현 매물이 나온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최성진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은 “연초 이후 항셍지수에서 10% 초반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홍콩 시위를 계기로 이익을 실현하면서 지수가 내려간 것으로 분석된다”며 “시위 격화와 지수 하락의 상관 관계는 단기 현상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비둘기파적인 미 연준의 금리정책 △홍콩달러 환율고정제도 △양호한 유동성 △시장의 단기 지원책 등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은 통제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차익 실현으로 나온 매물을 저가에 담으려는 움직임은 중국 투자 기회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중국 상해사무소 소장은 “올 하반기부터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주식 순매수를 늘리고 있다”며 “최근 하락한 홍콩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려는 수요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홍콩 사태가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홍콩 달러는 미국 달러 대비 약간 강세로 돌아섰다”며 “홍콩에서 자금이 크게 유출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했다.

시위가 직접 영향을 준 것은 지수라기보다 현지 내수 시장이다. 이에 따라 시위가 진행 중인 홍콩의 경우 △여행 △식음료 △부동산 △카지노 등 산업에서 단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업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오환 신한BNPP 이사는 “시위로 중국인 관광객이 홍콩에서 멀어져서 현지 부동산 시장은 임대료, 단가, 회전율이 모두 하락했다”고 전했다. 최성진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은 “보석 등 사치품과 생필품 이외 소비재, 서비스 분야는 시위로 시장이 타격을 받았고, 보험과 부동산 내수 시장은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역협상 대리戰 경계…H지수 투자가 가시방석

홍콩 시위에 대한 시각은 자체로써 우려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번지는 데 대한 우려가 강하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팀장은 “홍콩 시위가 미중 무역분쟁 합의의 걸림돌로 작용하면 홍콩에서 유동성이 이탈할 수 있다”며 “이로써 전반적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약해지는 것은 악재”라고 우려했다. 홍콩 현지 자산운용사 IM캐피탈파트너스의 임성호 대표는 “미국이 중국의 자본과 무역 통로를 하는 홍콩을 제재하면 양국 무역협상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당장 H지수 조정으로 이어졌다. 이날 H지수는 전일대비 0.72% 하락한 1만619.51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날 미국 상원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은 홍콩에 대한 관세 등 혜택을 중단하는 내용이 골자다. 중국에는 미국의 내정간섭으로 읽힐 수 있어서 무역협상에 변수로 해석된다.

이런 이유에서 당분간 H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한 투자자들의 마음은 당분간 편치 않을 전망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H지수와 연계된 ELS의 녹인(Knock-in) 사태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H지수와 연계된 ELS 미상환잔액은 30조 7744억원 규모인데, 이 중에 142억원 규모의 ELS만이 녹인 구간에 도달한 상태이다. 단 이들 ELS는 대개 2018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발행된 ELS로 녹인 레벨 자체가 80~100%로 높은 상품들이다.

보통 ELS 녹인 레벨이 50~60%대에서 설정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현 수준에서 15~20%는 추가 하락해야 녹인구간에 접어드는 상품들이 조금씩 생긴다. 현재 미상환된 H지수 연계 ELS의 녹인예상가 중위값은 6490선이다. 절반 가까운 ELS가 녹인구간에 도달하려면 현재보다 주가가 40% 더 폭락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시위 상황에 따라 홍콩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고 최근 며칠간 지수가 올랐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현재는 1만선 부근에서 저가매수세가 유입돼 지수가 지지받는 상황인데 중국이 더 강경하게 나가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수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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