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펀드만 골라서 투자해주는 펀드도 있나요?

한식, 중식, 양식, 회까지 한 자리에서 다 드시고 싶을 때에는 어떻게 하시나요? 일일이 배달해서 드신다고요? 물론 그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겠죠. 그럴 때 우린 뷔페를 찾습니다. 뷔페는 고맙게도 후식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양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더없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뷔페와 같이 펀드도 좋은 펀드들을 한 자리에서 묶어서 투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 까요? 즉, 좋은 펀드에만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펀드를 펀드 오브 펀드 (Fund of Funds)라고 합니다.

풀어쓰면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즉, 한 펀드에 가입해서 성과가 좋은 여러 펀드들에 동시에 가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펀드의 장점은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들을 대신해 펀드매니저가 다양한 종목에 전문적으로 분산 투자해 주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펀드 오브 펀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제는 펀드 투자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들을 대신해 펀드 투자를 대행해 준다는 것입니다.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여러 개 펀드에 분산 투자할 경우, 비록 최고는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낼 수 있습니다.

펀드 오브 펀드와 유사한 형태로 '모자(母子)형 펀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모자형 펀드는 2개 이상의 모(母)펀드와 모펀드에 투자하는 자(子)펀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에 해당하는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자산운용사는 모펀드 운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합니다. 자펀드는 단순히 모펀드들을 여러 가지로 조합하기만 하면 됩니다. 일반 펀드의 경우 10개 펀드가 있다면 10개 펀드를 각각 운용해야 하지만 모자형의 경우 모 펀드 두세 개만 운용함으로 인력이나 운용비용이 크게 절감됩니다.

그러나 모자펀드가 사전에 정해진 한두 개 모펀드를 대상으로 투자성향에 맞게 단순히 조합을 만든다면, 펀드 오브 펀드는 다양한 좋은 펀드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펀드 오브 펀드도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요, 먼저 수수료 문제입니다. 가입한 펀드의 수수료에 펀드가 투자하는 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까지 계산하면 수수료가 일반 펀드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이중과세 부분입니다. 즉, 펀드가 투자한 펀드내의 주식, 채권 등에서 생기는 세금과 펀드가 투자한 펀드 자체의 세금으로 이중 과세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펀드 오브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도덕성 문제입니다. 즉, 자기 회사의 펀드에 대부분을 투자하고 다른 운용사의 펀드는 형식적으로 끼워 넣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동일 운용회사 펀드는 50% 이상, 동일 펀드는 20%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펀드 오브 펀드 시장은 작지만 앞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입니다. 다양한 성격의 펀드들에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뷔페에서는 한두 가지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다른 선택 대상 음식이 많기 때문에 먹거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