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관료로 입신, 오를 수 있는 최고 지위인 부총리 영전을 앞두고 있는 진념(陳稔) 신임 재경부장관. 그는 누구인가. 진 념 장관에 대한 수식어는 그의 관료로서 이력 만큼이나 화려하다. 대외친화력과 업무조정능력이 뛰어난 `정통파 경제관료'에서부터 `행정관료의 대부', 장관을 너무 많이 해 직업란이 `장관'으로 기재돼있다는 사람.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말기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던 기아그룹 회장 과 새정권이 들어선 이후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난파선의 선장' 이라는 수식어도 따랐다. 조직장악력이 뛰어나고 부하직원을 다스릴줄 아는 리더십을 겸비했으며 부처간 의 갈등을 잘 푼다고 해서 해결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 93년 동력자원부 장관에서 물러난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학(초청연구원)과 전북대 교수 등으로 2년 3개월 나가있는 동안 관계에서 잊혀지는 듯 했으나 95년 노 동부장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해 건재를 과시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첫 인연은 97년 기아그룹 회장 시절. 김 대통령은 대선후보로 기아자동차 공장을 방문, 그의 안내를 받았고 회의석상에서 점퍼차림으 로 노조인사들과 머리를 맞대는 그의 추진력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승승장구를 관운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폭넓은 대인관계와 업무 추진력, 과거 경제기획원에서 다져진 기획력이 밑바탕이 됐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전북 부안 출신으로 62년 고등고시 행정과(14회)에 최연소 합격, 경제기획원에 발을 들여놓은 뒤 해운항만청장, 경제기획원차관, 동력자원부장관, 노동부장관, 기 획예산위원회 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등 장관만 4자리를 거쳤다. 14회 동기생 가운데 장관을 거친 사람은 이형구 전 노동부장관, 김창식 전 총무 처 장관을 포함, 모두 3명이며 그를 제외한 두사람은 현직에서 물러나있다. 외교통상부에 며칠전까지 주중대사(14회)를 지낸 권병현씨, 홍순영 신임 주중대 사(13회), 고건 서울시장(13회) 정도가 아직 현직에 남아있을 뿐이다. 그의 경제관은 철저한 사람중심의 경제운용으로 인화를 앞세운다. 그를 비판하 는 쪽에서는 공기업 민영화가 차질을 빚고 있는 점 등을 거론해 개혁성에 문제가 있 다, 칼날이 무디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설득위주의 업무스타일, 불필요한 희생은 막 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인력감축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방식을 시스템으로 보완 해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총대를 메지 않으려고 꾀를 부 린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번 인선에서는 경제정책의 연속성 유지와 함께 그의 팀워크 구성 능력 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공기업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98년 초 기준으로 공기업 정원 25%가 올해까지 감축예정이고 퇴직금 누진제폐지 등 조직 과 인력, 일하는 방식에서 개혁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전, 포철 등 일부 공기업의 민영화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국부유출 논란을 피하기 위한 신축 적인 대응이며 민영화 원칙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부문이 구조조정측면에서 공공부문에 앞선 것이 무엇이 있느냐" "64 조원의 공적자금을 들이붓고도 실제 성과는 없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최근 기업, 금융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정부가 말을 자주 바꾼다는 지적과 관련해 서는 정부가 세세한 부분까지 시장에 간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채권단에 구조조정 을 일임하고 정부는 채권단을 제대로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안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할 부분은 그렇게 해야하지만 기본적으로 정 부가 원칙을 지키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가 보이고 있는 이익집단의 자기몫 챙기기 등 이완된 분위 기를 "소잃고 외양간 고치다 마는 격'으로 빗댄다. 외환위기로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이라도 고쳐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비해야하지 만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공격한다. 그는 개각발표이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개혁프로그램은 없다. 기왕의 개혁 프로그램을 알맹이있게 채우고 이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사회에 개혁피로증이 만연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최소비용으로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부처의 팀워크 부조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진념 장관이 선택됐지만 향후 시장의 신뢰회복은 기업, 금융구조조정, 현대문제 등 당면 현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기대는 바가 더 크다는 점에서 그가 주도하는 경제팀의 개혁프로그램에 시장 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