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브리지 김지문 사장 (edaily 6.3)

"척보면 안다"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다. 한번 보아서 모든 것의 "진실"을 파악해낸다는 뜻이라면, 귀한 돈 투자하기 위해 선택의 순간에 늘 닥치는 투자자들이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업을 평가해야 할 기자와 같은 입장에서는 참 부럽기 그지없는 도사수준의 능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벤처기업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요즘, 대체 어떻게 그 기업의 "표리"가 부동한지,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까가 관심사니 말이다. 김지문 사장은 지난 4월 코스모브리지에 공동대표로 영입됐다. 한국IBM을 거쳐 한국사이베이스에서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줬던 김지문 사장은 어떤 "혜안"을 가졌길래 외국계 회사 지사장이라는 안정적인 위치를 버리고 일개 작은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겼을까. "지난해 말부터 벤처기업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본격적으로 행동에 옮기게 된데는 숭실대 오해석 교수의 영향도 컸습니다. 그분께서 그러시더군요, 이제 50세가 다 되어 가는데 하루라도 빨리 옮기라구요. 저 또한 도전하는 삶을 즐기는 성격이기도 하구요." 가만가만 말하는 품으로 보아 "안정"의 상징일 것 같은데, 속에는 이글거리는 열정이 숨어 있는가 보다. "연봉, 물론 낮아졌죠. 이전의 3분의 1 수준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그렇지만 코스모브리지 최찬규 사장을 만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여부를 결정할 만큼 코스모브리지의 가능성을 믿었고,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이에따라 최사장은 신규개발기획이나 패밀리그룹 관련사업, 업체간 전략적 제휴 부문을 맡고, 김사장은 경험을 살려 국내 및 해외영업,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슬쩍 요즘 관심은 공동대표제에 대한 회의가 아니냐고 물어봤다. "물론 잘되면 시너지 효과를 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쉽게 깨질 수 있는게 공동대표죠. 따라서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 신뢰를 바탕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무역업에 능통한 최사장과 IT업계 인적 네트워크가 강하고 외국인 회사에서 체득한 합리적인 경영노하우를 가진 제가 힘을 합한다면 글쎄요, 이게 과연 허울만 좋은 걸까요?" 코스모브리지는 우주나 세계를 상징하는 "코스모"에 다리라는 "브리지"가 합쳐진 "글로벌"한 회사명 때문인지 최근까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기업이다. 홈페이지도 영어로만 되어있다. 코스모브리지의 주력사업은 올초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솔루션 사업. 코스모브리지는 팩스나 전화 등 정보통신 기기를 판매하던 천수무역을 모태로, 지난 98년부터 인터넷폰 사업에 뛰어들어 현재 전세계 30개 도시에 장비를 설치하는 한편 실리콘밸리에도 진출했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 코스모브리지의 오픈팝 인터넷폰 사업은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사업과는 엄연히 다르다. 김사장은 우선 오픈팝은 폰투폰 서비스이고, 다이얼패드가 웹투폰 서비스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또 새롬기술이 무료 서비스전략을 통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포탈 서비스업체라면 코스모브리지는 인터넷폰 기술 관련 솔루션 개발업체로 기관이나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코스모브리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컨버전스(convergence)"이다. 수렴적 통합이라는 말로 대신될 이 목표는 솔루션과 서비스의 영역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대세를 반영한다. 따라서 김사장은 "보이스, 팩스, 데이터를 한데 모은다는 1차원적 개념에서 출발, 모든 유관 솔루션을 한데 모아 원스탑 쇼핑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김지문 사장이 꼽는 코스모브리지의 경쟁력은 확실한 틈새시장 공략이다. "시스코에 비견해도 우리 기술은 손색이 없습니다. 대전 KT 연구소에서 현재 호환성 테스트중인데, 결과에 자신있습니다. 그러나 시스코나 IBM 같은 업체들은 대체로 그 분야의 모든 것을 다 하려는 백화점식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네임밸류는 높죠. 하지만 과연 하나의 분야에 국한했을 때도 모두 1등일까요? VoIP는 곧 코스모브리지. 이것이 저희의 모토입니다. 여기저기 손대지 말고 니치 마켓을 확실히 점유하자는 거죠" 곁가지 내지 않고 사업을 키우려는 코스모브리지의 계획은 따라서 관련업체에 대한 지분참여나 인수합병을 통한 수직계열화 강화, 그리고 이미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점유에 모아진다. VoIP 패밀리그룹을 결성한 것도 이의 일환으로, 코스모브리지는 올초 노스텍, 오픈보이스, 인티, 케티, 아이넷쿨, 사이버유엠에스, 네오브리지 등 7개 업체와 협력, 외산제품에 강력히 대응키로 했다. 이들 8개 기업은 지분으로도 서로 얽혀 있어 가히 "혈맹"관계라 할 수 있다는게 김사장의 얘기다. 또 4월말 증자를 마쳐 자금사정이 호전됐기 때문에 관련업체에 대한 지분참여나 인수합병도 계획중이다. "미국시장에는 이미 98년부터 통신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해 현지법인을 오픈팝닷컴으로 분리독립했습니다. 여기서 동남아 시장까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3월에는 합작법인인 코스모브리지 재팬을 설립했고, 곧 중국시장에는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진출합니다. 이를위해 조선족 출신을 직원으로 뽑기도 했습니다. 아마 유럽시장 또한 곧 좋은 소식이 들릴 것입니다. 브라질, 멕시코 시장 등에도 진출을 준비중이구요." 그리고 국내시장 다지기에도 한층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매출 35억원 가운데 60%가 수출 비중이었던 것을 올해 매출 계획인 100억원 가운데 절반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내수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장외시장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코스모브리지의 상장계획은 올해말쯤이다. "서울대 이면우 교수가 주장했던 W이론 아시죠? 저는 기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신바람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하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매니지먼트 능력입니다. 사장 꼴보기 싫어서 일하기 싫다는 말 나오지 않도록 해야죠." 김사장이 경영에서 또 하나 염두에 두는 것은 신뢰다. 따라서 회사, 그리고 상대방에게 한 번 얘기한 것은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힛 앤 런(hit & run), 소위 치고 빠진다는 것, 저는 참 싫어합니다. 그런 자세로는 사업도, 인간관계도 오래 갈 수 없죠."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은 전 직장인 IBM의 신재철 사장이다. 신사장이 영업총괄전무를 할때 기획관리부장을 맡았던 김사장은 측근에서 그의 합리적이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직접 보고 배웠다고 한다. 또 한 사람은 삼성SDS의 김홍기 대표다. IBM 재직시 고객으로 만나 오랫동안 친분을 맺고 있는 김대표를 김사장은 별다른 수식없이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 그러나 상대방을 정말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IT업계에 오래 몸담아 왔던 김사장에게 본인의 IT지수를 매겨보라고 주문했더니 "사람 만나는 걸 더 좋아하는데... IT 기술 자체를 공부하거나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거든요. 인터넷을 하기보다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게 더 좋습니다."라고 답한다. 디지털시대를 살지만 개인적인 행복은 아날로그에서 얻겠다는 생각이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인터뷰 내내 삑삑대던 핸드폰을 확인한 김사장은 "그럴줄 알았지, 딸이네요" 한다. 김사장이 보라고 건네준 핸드폰 액정화면에는 "아빠, 여기는 학교에요(하트모양)..."하는 딸의 애정어린 "문자"가 가득했다. "요즘 애들 문자메시지 보내기 수준이 엄청나죠?" 했더니 "손이 다 안보이죠. 아이구, 저는 그런 것 못해요" 빼는 김사장 핸드폰에는 또다시 문자 메시지가 왔는지 또 삑삑거렸다. <산업팀 김윤경 기자> s914@edaily.co.kr <코스모브리지 김지문 사장 이력> 1953년 1월 출생 1976년 2월 서울대 항공공학과 졸업 1979년 8월 IBM 입사 1984년 1월 대구사무소 SE 부장 1986년 1월 교육기관 영업부장 1987년 1월 공공기관 영업부장 1989년 1월 영업기획관리부 부장 1991년 1월 CIM 센터 및 제조영업본부 부장 1992년 1월 워크스테이션 사업부 부장 1995년 1월 오픈시스템 사업본부 이사 1996년 1월 공공/교육기관 영업본부 이사 1997년 9월?2000년 3월 한국사이베이스(주) 대표이사 사장 1999년 7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0년 4월 현재 (주)코스모브리지 공동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