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 前 운용사 위험등급부여의 문제점


□ 자본시장법 시행 前 운용사 위험등급부여의 문제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2월 4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모든 운용사는 각 펀드의 투자설명서에 투자위험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더불어 일선 판매창구에서는 투자자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표준투자권유준칙'을 도입해 투자자의 위험성향을 분석한 후 적합한 펀드투자를 권유해야 한다. 즉, 운용업계나 판매업계 모두 펀드에 내재된 다양한 위험요인을 분석해 적절한 투자위험등급을 나타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는 '표준투자권유준칙'에 제시된 금융투자 상품별 투자위험도 분류기준이 유일한 지침역할을 하고 있으나 분류방식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자본시장법의 시행으로 운용업계는 각 회사의 상황에 맞게 투자설명서에 명기된 위험등급을 재부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3월 또는 4월에는 투자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변경된 투자위험등급을 포함한 투자설명서가 공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제로인은 펀드평가사로서 자본시장법 시행이전에 작성한 투자설명서 상의 투자위험등급 산정기준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1. 자산운용사의 투자위험등급 분류 현황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60개 자산운용사 중 2009년 2월 2일 기준 공모집합투자증권을 운용 중인 52개 운용사에서 최근 6개월 이내에 공시한 투자설명서를 조사해 봤다. 자본시장법 시행 전에는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운용사들이 투자설명서 상에 펀드의 투자위험등급을 표시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펀드의 투자위험등급을 주로 5개 계급구간으로 나누고 있으나 일부 운용사는 6개, 혹은 7개 구간을 가지는 등급체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상 운용사 중 48개 운용사는 1등급(초고위험)에서 5등급(무위험)까지 구분하고 있으며, 6등급(마이다스운용, 유리운용) 또는 7등급(피델리티운용, 프랭클린템플턴운용)까지 세분화시킨 운용사도 있다. 6~7등급체계로 분류한 운용사는 투자지역(주식) 또는 신용등급(채권)에 따른 위험을 분류하기 위해 더 세분화된 위험등급을 사용하고 있다. 운용사마다 동일한 유형의 펀드를 운용하지 않기 때문에 세부적인 분류기준까지 일치하진 않지만, 큰 틀에서는 분류기준이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

<표 1>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운용사가 채택하고 있는 다수안은 1등급(주식형/ELF(원금비보장형))-2등급(주식혼합형)-3등급(채권혼합형)-4등급(채권형/ELF(원금보장형))-5등급(MMF)으로 분류되며, 각 유형의 분류기준으로는 펀드의 정의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저위험과 무위험 부분에서는 현재 5단계로 분류된 표준투자권유준칙 상의 펀드 분류기준과 일치하지만, 위험도가 높은 상품(주식형, 주식혼합형 등)에 대해 표준투자권유준칙의 분류안보다 높은 위험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해당 펀드가 투자위험등급 중 어느 등급에 속하는 지를 표시하고 있으며, 해당 운용사의 어느 펀드와 유사한 것인지 또는 어느 유형에 속하는 것인지에 대한 예시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일부 운용사는 그 등급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투자위험등급의 분류기준으로 '투자금액의 원본손실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원본손실 가능성의 판단기준으로는 △가격하락위험 △신용위험 △유동성위험 △집중위험 △파생상품투자위험 △기타위험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을 측정하는 지표가 무엇인지, 그 수치는 어떻게 되는지를 밝힌 운용사는 극히 일부 운용사에 불과하다.

KB운용과 칸서스운용은 VaR(Value at Risk, 특정기간내 최대손실 가능위험)를,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은 변동성 지표를, 우리CS운용은 자체적인 위험평가 점수를 위험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이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 이용한 변동성(표준편차) 지표는 이해하기도 쉽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2. 운용사 투자위험등급 분류의 문제점

이번 현황 조사를 통해 파악된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거래상대방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ELF 위험등급 분류이고, 둘째, 집중투자(단일국가)와 분산투자(지역)의 위험을 감안하지 않거나 각국가 혹은 각지역의 증권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주식펀드 위험등급 분류이며 셋째, 환율변동위험 및 신용위험을 반영하지 않은 채권형 위험등급 분류이다.




- ELF 위험등급분류

<표 2>의 상품별 위험도 분류현황을 살펴보면, ELF를 원금보장형과 비보장형으로 분류한 운용사는 각각 25개, 17개며, 극히 일부 운용사만이 원금부분보장형에 대한 분류를 하고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6개의 운용사는 원금비보장형 ELF를 채권혼합형 수준인 중위험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1개 운용사는 원금보장형 ELF를 MMF와 동일한 무위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2009년 2월 2일 기준으로 총 35개 운용사가 ELF 상품을 운용중임을 감안하면 이중 절반은 불충분한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원금보장 유무에 따른 분류를 반드시 위험등급 분류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작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인해 특정 ELF 투자원금의 대부분이 손실로 확정 됐던 점을 감안하면 거래상대방의 신용위험에 대한 고려는 필수일 것이다. ELF의 위험등급을 분류한 운용사 중 교보운용은 원금손실률 기준으로 초고위험(원금손실률 15%이상)-고위험(원금손실률 15%미만)-중위험(10%미만)-저위험(5%미만)-무위험(원금보존추구형)으로 구분하고 있어 가장 세분화된 ELF 위험등급 분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원금손실률을 어떤 방법에 의해 측정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 주식형 위험등급분류

<표 2>에서 44개 운용사는 투자지역과 상관없이 주식형을 초고위험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단지 4개사만이 해외주식형 (글로벌, 신흥국, 단일국가주식형 등)을 초고위험으로, 국내주식형을 고위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표 3> 유형별 수익/위험 현황에 따르면, 글로벌주식(22.66%)과 일본주식(23.90%)의 3년 평균 위험이 유사했으며, 신흥국주식(30.69%), 글로벌리츠재간접(28.39%)과 국내 일반주식(29.62%)의 연 변동성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선진국주식과 글로벌주식 등은 국내주식형과 다른 위험등급 분류를 해야 하며, 보다 높은 변동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난 해외리츠 및 신흥국주식은 국내주식과 동일한 등급으로 구분해야 할 것이다. PCA운용이 국내주식형과 해외 단일국가 주식형을 초고위험으로, 해외 분산투자형을 고위험으로 나누고 있어 투자지역에 따른 위험을 반영한 주식형 위험등급 분류를 하고 있다.

주식인덱스형을 따로 분류하고 있는 11개 운용사 중 7사는 인덱스형의 위험등급을 주식형보다 낮게 적용하고 있다. 인덱스형은 주식시장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위험이 더 낮다는 논리다. 그러나 <표 3>에 따르면, K200인덱스의 5년 평균 변동성은 26.77%로 일반주식의 변동성 26.39%보다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나 위의 논리에 의한 위험등급 분류는 설득력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특히 특정업종이나 특정스타일 인덱스펀드인 경우 코스피200 지수보다 가격변동위험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 채권형 등급분류

6개 운용사가 환율변동성을 감안해 신흥국채권 투자펀드의 위험등급을 따로 분류하고 있으며, 12개 운용사는 신용등급을 고려해 투기등급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표 3>의 채권형 3년 평균 변동성을 보면, 우량채권(1.37%)과 일반채권(2.05%)은 상당히 낮게 나온 반면, 환율의 변동성을 감안해야 하는 글로벌채권(6.04%)과 신흥국채권(6.77%)은 국내채권혼합형 수준의 위험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채권형은 외환의 변동성이 위험등급에 반영돼야 할 것이며, 투자대상 채권의 신용등급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한화운용, 유진운용, 블리스운용은 투기등급채권과 신흥국채권을 고위험으로, 우량 회사채권을 저위험으로, 국공채권을 무위험으로 분류하고 있어 세분화된 채권형 위험등급 분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신용도만 반영할 뿐 가격변동성은 고려대상에서 배제돼 있다는 문제가 있다.

[ 김재근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