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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자와 서민이 더 불리해지는 역설…경제는 민간과 시장에 맡겨라"

  • 작성일 : 2019-11-20 06:00
  • 조회수 : 11
-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인터뷰
- "내년 경제 둔화 이어지겠지만, 올해보다는 나을 것"
- "현 정부 친노동 정책,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 "노동 유연화하고 규제 과감히 없애야"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이데일리 김경은 김정현 기자] “연간 2.0% 수준의 성장률이나 국가 신용등급, 외환보유고 수준을 보면 한국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아니에요. 하지만 경제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진짜 심각합니다. 서민이나 경제적 약자가 더 불리해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어요. ”

최근 서울 종로구 현대경제연구원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내년 경제전망이 중요한 게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내내 경제사이클이 아닌 한국 경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얘기했다. 한국경제가 안에서 곪고 있다는 거다. 그는 “정부는 그나마 양호한 거시지표를 강조하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더 어려워지고 소득분배가 나빠진 게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이 원장은 정부 정책이 문제라고 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도입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더 큰 타격으로 나타났고, 이는 분배구조의 후퇴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분배를 강조하는 정부에서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고 이 원장은 지적했다. .

이 원장은 정부가 너무 비대해졌다는 점을 꼬집었다. 친노동정책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투자심리를 꺾고 잠재성장률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경제는 시장과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포퓰리즘적 정부정책이 남발되면서 시장과 기업의 자생력을 훼손하면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막는’ 규제의 과감한 철폐를 말했다.

이 원장은 1979년 23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요직책을 두루 거쳤다. 2010년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해 경제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다. 민간경제연구소 수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반도체 업황 회복은 언제쯤

△내년 상반기로 본다. 세계 연구기관이나 관련 기업들도 내년 6월을 회복 시기로 보고 있다. 반도체는 2~3년마다 부침이 있는데 사이클상으로는 바닥을 지나고 있다. 반도체 물량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등에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가격 측면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대량 양산으로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가격과 수요가 늘면서 전체 반도체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은

△내년은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재정지출 기조는 유지될 것이고 반도체 경기가 기저효과로 회복되고, 내년 세계경제 전망도 올해보다는 낫다. 미국과 중국 무역협상이 내년 미국 재선을 앞두고 타결 가능성도 있다. 유가도 오르고 있다. 유가 오르면 중동과 러시아 건설 수요 높아지고 전 세계적인 저물가 압력에서도 벗어나 경제에 긍정 요인이다.

-내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현행 기준금리인 1.25% 정도에서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예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이나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아니다. 기업이 돈이 없어 투자 안 하는 게 아니다.

-경제 기초체력이 나빠지는데.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는 이유는 노동, 자본, 총요소 생산성(기술 혁신) 등 세가지 요소의 기여도가 모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반기업적, 친노동적 정책을 많이 추진했다. 외국인 투자는 마이너스 30%인데, 거주자의 해외투자는 30%씩 늘고 있다. 전 세계 기업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법인세를 올리는 반대 행보를 보였다. 기업들은 노동과 환경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한다. 국내 기업들이 밖에서 돈을 벌어오면 거시경제지표는 괜찮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 하락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잠재성장률을 크게 하회하는 성장률, 그리고 거시경제지표보다 나쁜 ‘체감경기’다. 주 52시간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 서민을 위한 정부정책으로 오히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어렵다. 대기업보다 이들의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 않는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은

△중장기 과제로는 인구감소를 억제하고 출산율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제조업은 노동 생산성이 높았다. 어느 순간 노조가 강해지면서 노동생산성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자리 자체가 중요하다. 일자리가 없는 20대는 불만이고, 일자리를 가진 30~40대는 불만이 없다. 근로시간 단축, 정년보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더 좋아지지만 20대는 그만큼 취직할 자리가 없다. 20대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다.

-노동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다른 나라들이 허용하는 수준의 근로유연성은 발휘돼야 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파업시 대체 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는데 우리는 법으로 막혀있다. 근로시간 단축도 탄력근로제를 통해 유연성을 주고 있다. 특히 4차산업 시대에는 계약직과 임시직이 증가하는 소위 ‘긱(GIG) 이코노미’ 시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고용 계약을 통해 자유로운 직장이동과 해고가 가능해져야 한다.

-신성장동력과 관련해 가장 필요한 부분이나 규제 개혁 방안은

△신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다. 각 나라에서 차세대 산업 육성은 뻔하다. 관건은 진입 장벽을 걷어내고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토대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자동차 산업도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는다. 우리는 파일럿조차 어렵다. 신산업이나 4차 산업혁명을 치고 나갈 수 있는 제도나 기반이 부족하다. 이해관계자들이 걸린 문제에서는 노동조합을 우려한다.

-타다에 대한 검찰 기소로 기업 혁신을 훼손한다는 논란이 있는데

△플랫폼 비즈니스가 혁신기술이 필요한 산업은 아니다. 공유경제는 각 나라마다 사회적 갈등이 심한 분야다. 특히 승차공유는 이해관계자가 많아 쉽지 않은 부분이다. 반면 빅데이터나 핀테크 같은 분야는 조직화된 이해관계자가 없다. 정부부처 가운데 특히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과기정통부가 움직여줘야 한다. 규제를 없애고 네거티브 규제를 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는 식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예 할 수도 없는 규제를 받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주택공급에 충격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많은데, 올바른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은 17번 바뀌었지만 가격만 올려놨다. 부동산은 단순하게 수요공급 원리에 따른다. 공급이 많으면 값이 떨어지게 돼 있다. 재건축을 활성화해서 공급을 늘리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주택을 늘리지 않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는 건설투자 증가에 별로 효과가 없다. 공급을 늘리면 부동산 가격이 내릴 것이고 건설경기도 좋아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도 긍정적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6%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중국 경제는 6%대 성장은 이어질 것이다. 기업부채와 심각한 양극화, 홍콩사태 등 중국 경제가 갖고 있는 고민은 많지만, 중국이 크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만 우리나라에 뒤쳐져 있지,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선진권에 진입했다. 우리 대기업들이 중국 때문에 힘들어한다. 중국은 4차 산업에서도 미국이 견제할 정도로 상당히 올라와 있다. 시진핑 중국주석 1인 장기집권체제가 중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됐다. 우리는 5년~10년마다 정권이 바뀌다 보니 경제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경쟁적인 포퓰리즘 정책과 반재벌 정서로 대기업들이 정권마다 부침을 겪었다. 경제가 안정적으로 상승하기 힘든 정치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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