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펀드 직판 "아직은 꿈" (edaily)

[edaily 강종구기자] 아시아 펀드시장에서 운용사들이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를 거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직접 펀드를 판매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인베스텍그룹의 자산운용부문인 인베스텍애셋매니지먼트의 스튜어트 알드크로프트 상무는 10일 파이낸셜타임즈(FT) 기고문에서 “아시아의 뮤추얼펀드 산업은 아직 개발 초기단계에 있어 노로드(no load) 펀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로드 펀드란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할 때 내야 하는 판매수수료가 없는 펀드를 말한다. 은행이나 증권사는 투신사나 자산운용사 대신 펀드를 판매해 주는 대가로 판매수수료를 요구하지만 투신사나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직접 판매할 경우에는 판매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알드크로프트상무는 “전세계 자산운용사 경영자들과 만나보면 아시아에 노로드 펀드가 거의 없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아시아 투자자들이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로드펀드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뮤추얼펀드의 성장과정과 현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경우 전체 가계의 거의 절반이 뮤추얼펀드에 투자하고 있을 정도로 저변이 넓은 반면 아시아는 펀드투자자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아직 성장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펀드가 익숙한 투자상품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은행예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 다른 투자상품들과 경쟁하려다 보니 대형 은행의 지점네트워크 등 판매채널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노로드 펀드가 선보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펀드판매는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펀드 개발도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판매되는 펀드의 상품명도 판매증권사의 이름을 따서 지어지고 있어 실제로 펀드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운용사는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존재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역시 증권사가 펀드판매를 주도하고 있고 은행의 판매비중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홍콩의 펀드판매는 85%가 은행 지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은행의 판매비중이 95%에 달한다. 은행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수수료 체계도 은행의 뜻에 따라 결정된다. 판매수수료가 없는 노로드 펀드는 당연히 찬밥신세 일 수밖에 없다. 펀드 투자자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펀드 직판을 가로막고 있다고 알드크로프트상무는 꼬집었다. 펀드의 주고객층인 중산층 투자자들조차 펀드가 어떻게 사고 팔리는지, 어떤 식으로 운용이 되는지, 수수료는 어떻게 징구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투자결정을 할 때 기본적인 펀드교육을 은행의 창구직원이나 영업직원에게 받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노로드 펀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은행이나 증권사에 판매를 위탁하지 않아도 될만큼 펀드의 개당 규모가 커져야 한다고 그는 충고했다. 미국의 경우 펀드의 규모가 보통 수십억달러에 달하지만 아시아시장의 펀드는 5000만달러 이하가 보통이다. 이 정도 규모로는 노로드펀드의 경제성을 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강종구기자/darksk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