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정부의 현대처리 방향 (edaily 5.30)

현대가 내놓은 자구방안에 대해 정부가 평가를 유보한채 채권단을 독려, 추가협상을 지시하고 현대가 협상테이블에 나섬으로써 현대로 인한 갈등양상은 폭발직전에서 봉합된 채 새로운 양상을 맞고 있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의 특정인사에 대해 퇴진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은 현대를 계속 궁지로 몰아봐야 시장에 도움될 것이 없다는 판단아래 한발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현대가 정몽헌회장의 출국에 이어 경영개선이나 지배구조문제에 대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현대를 밀어부치기만 할 경우 정부-현대의 대결국면 인식을 고착화시키고 금융시장 불안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위원장이 기자간담회 서두에서부터 강조했듯 정부는 현대문제가 정부와의 대결양상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요구해왔던 특정인사 퇴진 등 경영개선 요구를 일단 뒤로 물린채 채권단을 앞세워 보다 구체적인 유동성 확보방안과 현실적으로 가능한 추가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현대사태를 대결양상으로 몰아가 시장불안을 증폭시키기 보다는 여유를 갖고 현대가 내놓은 유동성 해소방안에 대한 확답과 추가 지배구조개선 성과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현대가 정부요구를 결코 순순히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 27일 경제장관회의후 유동성 문제뿐만 아니라 경영문제도 자구계획에 포함시킬 것을 현대측에 주문했다. 당시 발표문에서 정부는 “현대계열사 문제가 그룹전체로까지 확산되는 것처럼 시장이 인식하고 있는 것은 신뢰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는 현대가 시장이 신뢰할만한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고 구조조정이 시장의 기대수준으로 빨리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현대가 금명간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경영개선 및 구조조정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대건설의 일시적 자금부족이 그룹전체의 유동성 위기로까지 번진 것은 시장이 현대를 믿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후계구도를 둘러싼 형제들의 분란과 계열사 주가조작, 펀드 불법운용 등 그동안 현대가 보여온 구시대적 경영관행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일부지분으로 그룹경영 전반을 좌우하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시장신뢰 상실에 책임이 있는 이익치 회장, 이창식 사장의 퇴진이 추가 자구방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좀 더 나아가 채권단은 돈이 되는 우량계열사나 유가증권까지 매각해 유동성 해소와 함께 경영개선도 이루면 더욱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는 정몽헌회장의 일본출국을 시작으로 정부의 요구와는 엇갈린 방향을 택했고 결국 28일 밤 내놓은 현대의 입장에서는 정명예회장 등 정부가 속으로 찍은 인사의 퇴진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현대는 정부나 채권단에서 명예회장의 지분매각이나 퇴진 등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이유가 없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이유를 댔다. 현대의 버티기에는 그룹내에서 정명예회장에게 지분정리나 경영일선 퇴진 등 이른바 고언(苦言)을 올릴만한 인물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의 입장발표 이후 정부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록 초안이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사항이 빠져있어 시장이 신뢰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입장은 이날밤 외환은행이 현대의 자구방안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부터 다소 선회하는 조짐을 보였다. 외환측은 긍정평가에 대해 정부와 사전조율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당장 다음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정부의 지침없이 주채권은행만의 입장을 언론에 발표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은 다음날 열릴 시장을 감안, 현대충격을 최소화해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대변한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정부도 현대 자구방안에 대한 입장을 유보한 채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위원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의 입장에 대해 정부가 코멘트할 단계가 아니며 특정인사에 대한 퇴진이나 특정계열사의 매각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서는 달았다. 현대가 시장이 신뢰할 수준의 자구방안을 내놓아야 하며 이달말까지 협상을 끝내도록 채권단에게 요청하겠다고 밝혀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대측이 보다 구체적인 유동성 확보계획과 추가 지배구조 개선안 등 시장의 신뢰를 얻고 채권단과 정부의 명분을 세워줄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는 현대를 압박, 유동성 해소방안을 받아낸 뒤 지배구조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이달말까지 말미를 주는 선에서 모양을 갖춘 셈이 됐지만 앞으로 어떤 방법을 동원해 현대로부터 만족할만한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낼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게 됐다. 현대도 이날부터 추가자구방안 마련을 위해 채권은행과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합의도출에는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이 상황은 그룹내 결정권자인 정몽헌회장의 귀국전까지 타개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daily 조용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