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삼성투신운용 대표(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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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자산관리로 신뢰 얻겠다"



삼성투신운용 황영기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경영의 포인트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이란 "기본"에 충실할 때라야만 그 성과가 더욱 빛날 수 있다고 황 대표는 강조한다. 사실 삼성그룹의 경영방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삼성투신운용과 같은 금융회사에서 이같은 원칙은 "더 더욱 중요하다"고 황 대표는 말한다.

투신사 경영에 대한 황 대표의 주장은 명확하다. "그간 투신사들은 외형 경쟁에만 매달려왔지 운용기법과 위험관리는 뒷전이었습니다.투신사들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바로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무너진 때문입니다."

황영기 대표는 인재가 많다는 삼성그룹내에서도 손꼽히는 국제금융통이다. 이른바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왔다. 삼성물산으로 입사해 비서실 국제금융팀에서 일하다가 외국계인 파리은행 뱅커스트러스트은행에서 "실전경험"을 쌓았다. 이후 8년 만에 다시 삼성그룹에 스카우트 돼 비서실 국제금융팀장, 전자 자금팀장, 생명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은행 보험 등을 거쳐 투신업계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해 8월.

황영기 대표는 더 이상 투신사들이 외형 경쟁과 수익률 경쟁에 매몰돼서는 안된다고 단언한다."이제 펀드매니저들의 감(感)에 의존해서 투신사들이 고객들의 재산을 관리 운용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팀 어프로치"다. 투신운용사의 신뢰를 높이고 과학적인 수익률을 내기 위한 조용한 혁명을 준비중인 셈이다.

투신사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황 대표는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외국인들도 한국의 투신사들에 돈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는 황 대표는 "이를 위해선 개별 투신사들의 노력 뿐만 아니라 투신업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삼성투신운용 황영기 대표를 만나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팀 어프로치"란 무엇이고 삼성투신에선 이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고객과의 신뢰 관계 재구축해야

- 투신업계는 그간 고객의 신뢰를 많이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 금융기관으로선 어려움이 적지 않은 데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우선 대외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투신협회가 최근 내부통제기준을 만들어서 시행키로 한 것은 이같은 환경정비의 일환입니다. 말 그대로 이런 저런 것은 해서는 안된다는 자율규제사항을 정한 것이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적으로 이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임직원을 교육시키고 규정을 지키도록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규정을 위반하는 것에 대해선 최고경영자가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만 합니다. 투신사들이 스스로 내부를 정비해야만 고객들에게 소중한 자산을 맡겨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렇다면 삼성투신운용의 실천방안은 무엇입니까.
▲외부의 기준보다 훨씬 강력한 도덕적 기준을 만들어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펀드매니저들에겐 개인적인 주식투자를 못하도록 서약서를 받고 있고 고객의 이익에 앞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명문화시켰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해고까지 가능합니다.

이같은 룰을 감시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감사팀을 두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신뢰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사생결단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내부 통제기준 만들어야만 신뢰 회복

- 단순히 도덕적 강제만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팀 어프로치라는 시스템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보다 과학적으로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투신사들은 펀드매니저의 감에 의해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해왔습니다. 대표적인 펀드매니저를 앞에 내세워 "이사람을 믿고 투자해달라"는 식이었죠.

그러나 이같은 투자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펀드매니저 한 사람이 시장상황 예측에서부터 투자자요구 반영, 마케팅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도맡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수 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데는 보다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 요는 펀드매니저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인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우선 리서치 그룹에서 분야별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해당 산업의 전문가들이 산업내에서 가장 좋은 주식 2~3개를 골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반도체 중에선 삼성전자, 금융중에선 주택은행 이런 식입니다.

다음으로는 전략 포트폴리오를 만듭니다. 여기선 자산 배분과 함께 산업별 가중치를 두게 됩니다. 즉 시장상황과 연동해서 주식의 비중을 높일 것이냐 아니면 채권의 비중을 높일 것이냐를 결정하고 또 해당 업종에 대한 가중치를 둡니다. 즉 반도체 시황이 나쁘면 비중을 축소하고 금융시스템이 불안하면 금융의 비중도 축소하는 식입니다.

주식시장 전체 상황이 좋지 않다면 주식비중을 줄이고 채권비중을 높이게 되겠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전략 포트폴리오에 펀드매니저 개인의 자율성을 일정부분 주는 게 실전 포트폴리오입니다. 즉 전략 포트폴리오 보다 더 잘 운용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는 것이죠.

삼성투신운용에선 모델포트폴리오의 경우 시장수익률 대비 3%, 전략포트폴리오는 시장수익률 대비 5%의 초과수익률을 내는 것이 마지노선입니다. 실전포트폴리오를 구사할 경우 전략포트폴리오보다 1%포인트 정도 높은 수익률을 요구합니다. 펀드매니저의 부가가치를 인정하는 대신 그 만큼의 성과도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과학적인 팀 어프로치로 승부

- 새로운 시스템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채권부문은 올해 초부터, 주식부문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팀 어프로치를 시행중입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고급 리서치 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을 팀 어프로치에 맡게끔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삼성투신은 주식분야에 11명의 리서치 인력이 있습니다. 펀드매니저가 14명임을 감안하면 거의 같은 비중으로 리서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 팀 어프로치를 하면 확실히 수익률이 높아집니까.
▲단순한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투신사들이 고객들에게 돈을 맡기라고 한다면 최소한 그에 걸맞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노하우를 갖추는 게 우선입니다. 좋은 주식을 골라내는 눈은 역시 리서치에서 나오는 겁니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시황분석가의 시장에 대한 시각이 덧씌워지고 여기에 다시 운용이라는 플러스 알파를 가해 최고의 수익률을 낸다는 것이죠.

- 국내 투신사들이 당면한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무엇보다 고객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입니다. 투신사들의 개별적인 노력뿐 만이 아니라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첫번째는 금융기관으로서의 기본을 지키는 것입니다. 우선 위험관리능력을 기르고,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고객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이런 것들이 기초가 돼야겠죠.

외국인도 밑고 맡길 수 있는 투신사 만들겠다

- 삼성투신운용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신뢰를 주는 투신사입니다. 보다 간단히 말하면 외국인들도 돈을 맡길 수 있는 투신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삼성투신운용이 운용하는 자산은 18조원 정도(자산규모 업계 4위)입니다만 고객들은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보고 오는 겁니다. 삼성투신운용이 고객의 신뢰를 잃었을 때 그룹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단순한 18조원이 아니라 그 10배 100배에 가깝습니다.

- 국제금융 부문에선 실물과 이론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듣는 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운이 좋아서 은행 보험 투신 등의 각 금융파트에 두루 있어봤습니다. 제조업체의 재무파트에도 있어봤고요. 앞으로 국내 금융회사는 자산관리를 축으로 여러가지 기능을 함께 갖고 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종합적인 자산관리회사를 경영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영기 대표 이력>
◇71.2 서울고등학교 졸업
◇75.2 서울대학교 상과대 무역학과 졸업
◇75.2 삼성물산 입사
◇81.8 파리은행 서울지점
◇86.6 뱅커스 트러스트 아시아지역담당
◇89.5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국제금융팀
◇94.3 삼성전자 자금팀장(상무)
◇97.1 삼성생명 전략기획팀장(전무)
◇99.8∼현재 삼성투신운용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