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의 "말"과 "숫자"가 의미하는 것 (edaily)

그린스펀은 역시 "심리전"의 대가답게 "말"과 "숫자"로 마술을 부렸다. 지난달 28일 미 하원연설에서 그는 "미국 경제가 올 1월과 2월들어 호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자동차나 주택구매 등에 있어 여전히 소비심리가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는 3월20일 공개시장위원회 이전에 금리인하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고 미국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조기 금리인하를 강력히 예언(?)했던 베어스턴즈의 웨인 앤젤은 "최악의 연설"이라고 혹평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스캇 맥닐리 회장도 "그린스펀이 현재의 경기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3월1일 미국 전국구매자관리협회가 발표한 NAPM 지수는 2월중 41.9를 기록, 1월의 41.2보다 개선됐고 1월중 개인지출은 전월보다 0.7% 증가했다. 개인소득도 0.6% 증가해 12월의 0.4%와 전문가들의 예상치 0.5%를 웃돌았다. 그린스펀의 "말" 대로 "숫자들"은 "소비심리가 살아있음"을 나타내줬다. 월가에서도 "그린스펀이 저렇게 말한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미국의 경기가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등장했다. 마침 1일 주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장기국채 가격은 28일과 1일 블루칩 주가 하락에 따른 반사이득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단기국채가격은 조기 금리인하가 무산됨으로써 1일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린스펀이 노린 것은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의 효과일 것이다. 그린스펀의 카리스마는 "숫자"를 장악하고 있는 그의 지위와 그 "숫자"를 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에서 나온다. 그가 "말한 것"에 "베팅"을 걸어야하지 않을까, 그가 말한대로 미국 경제가 호전되지 않을까, 몇 개의 숫자는 벌써 그의 말을 뒷받침해주지 않는가. 그린스펀은 시장참가자들에게 또는 경제주체들에게 이같은 심리적인 흔들림을 줌으로써 경기회복을 촉진시키고 있다. 미국의 신경제는 "주식시장"이라는 엔진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가가 상승하면 소비지출이 늘어나고 산업생산도 자극을 받는 구조다. 그런데 주식시장만큼 심리적인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도 없다. 그린스펀의 "심리전"이 이번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대로 그린스펀의 "입"에만 의존하는 미국 금융시장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씨티은행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개인적으로 미국 금융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조기 금리인하를 저렇게 강렬하게 원하는 것이 오히려 수상하게 보인다는 지적이다. NAPM 지표가 회복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50 이하라는 것도 중요하다. 그린스펀의 숫자들이 모두 그의 "말"을 지지해줄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는 것. 안타깝지만 우리들은 우리 이익을 위해서 미국의 경제상황, 주식시장을 면밀하게 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린스펀의 "입"이 20일 이전까지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그의 "말"을 번역하고 해석하는 경제분석가들의 "입"과 시장의 반응을 살펴야할 때다. 정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