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한국경제 전반에 충격파 우려 (Edaily)

지난해말에 비해 무려 7%가량 평가절하 되며 달러당 123엔대를 돌파한 일본 엔화가 달러/원 환율을 1300원 선으로 끌어 올리는 등 아시아 국가 통화의 연쇄절하를 유도하고 있다. 엔화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130엔까지의 절하가 용인될 것이란 관측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나오고 있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큰 폭의 엔화 절하는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잠식, 경상수지와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물가를 불안케 하고, 국내 금융시장을 흔드는 등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파를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출·성장에 치명타 = 일본의 장기침체와 이에 따른 엔화절하는 우리 수출과 성장에 치명적이다. 먼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1%를 차지하는 대 일본 수출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간접적으로는 대 아시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엔화 절하에 따른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 악화다.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전기전자,기계,자동차 등 3대 주요품목이 우리 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7.2%에 달한다. 대만의 경우 이들 3대 품목의 비중이 44.8%에 불과, 엔화 절하의 충격파가 우리보다 덜한 편이다. 대우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엔화가 10%가량 절하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9억~26억달러 가량 악화되고, 경제성장률은 1.4%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위앤화를 비롯 아시아권 통화가 동반절하에 나설 경우 우리의 수출 경쟁력은 더욱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 불가피 = 일본과의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달러/원 환율이 동반 절하될 경우에는 상당한 물가상승 부담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말부터 뛰어 오른 환율의 영향으로 국내 소비자 유가는 오히려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환율상승에 따른 원자재 및 중간재 수입가격의 추가 상승은 국내 최종재 가격의 상승을 불가피하게 한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환율이 10%상승할 경우 당해년도에만 1.5%포인트의 물가상승 압력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이후에도 물가에 누적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금융시장에도 불안요인 = 환율상승과 이에 따른 물가불안은 국내 저금리기조를 유지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과 채산성 악화로 인해 주식시장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우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엔화가 1%절하될 경우 국내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0.39%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엔화가 28.1%절하됐던 지난 96∼98년 기간중 국내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3%였다. 환율 급등은 특히 외국인 투자가의 환차손을 유발, 자금의 신규유입을 막을 뿐 아니라 기존자금의 유출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외환자유화에 따라 국내자본의 해외유출도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재웅 성균관대 부총장은 "일본의 불안은 궁극적으로 국제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야기, 국제적인 유동성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적절한 정책조합에 어려움 = LG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원/엔 환율의 적정선은 100엔당 1085∼1135원이다. 지난 1월말 1093.78원이던 원/엔 환율이 지난 16일 현재 1054.26원으로 떨어진 점을 볼 때 이미 원화는 엔화에 대해 `고평가`돼 대 일본 수출경쟁력이 크게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물가 및 금융시장 불안과 자금유출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정책당국이 엔화절하에 따라 원화절하를 마냥 용인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통화 및 재정확대 등의 충격완화 수단도 물가와 환율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제한적이다. 성장과 경상수지,물가,금융시장 모두에 호의적인 정책조합을 구사하기는 어렵다는 것. 특히 여전히 남아 있는 현대 등 거대기업의 문제는 일본발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을 쓰는데 상당한 제약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안근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