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증권 포기할까...정부와 갈등 재연 (edaily)

현대투신증권의 외자유치협상 작업이 공개되면서 정부와 현대간의 갈등도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투신증권의 대주주인 현대증권에 대한 현대의 기득권이 갈등의 핵심이다. 정부는 현대가 아예 20% 가량의 현대증권 지분을 AIG에 넘고 경영에서도 손을 떼라는 입장이고, 현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현대증권의 주식 분표는 현대상선이 15.54%, 현대중공업이 3.02%, 현대미포조선이 0.32% 등으로 현대그룹이 총 18.92%를 갖고 있다. 지난 4월초 최대주주인 현대상선 고위관계자와의 인터뷰는 정부와 현대간 갈등이 오랫동안 잠복되어 왔던 것임을 보여준다. 다음은 당시 인터뷰 내용이다. -최근 언론에 현대가 금융업을 포기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정몽헌 회장이 증권을 포기하나. ▲그렇다,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최근 상선이 현대증권에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은 회장의 뜻이다. 상선도 대주주로서 기업가치를 올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현대증권(주식)을 팔든 그대로 운영하든 간에 기업가치가 높은 것이 좋은 것 아닌가. -미 AIG에 현대증권을 넘길 것인가. ▲현대증권은 좋은 회사다. 삼성을 제치고 업계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자체 구조조정만 하면 좋은 회사로 계속 남을 수 있다고 본다. 금감위에서 현대증권 주식을 AIG에 넘기라고 했는데 따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지금도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 두고 봐라. 결코 현대상선이 증권주식을 헐값으로 내놓지 않을 것이다. AIG에 넘긴다고 현대투신에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정서에 따르라고 윽박지른다. 우리가 지금 헐값대로 팔면 AIG는 아마 5~6배로 이익을 볼 것이다. 정말 국부 유출이다. -그러면 팔지 않고 현대증권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뜻인가. ▲건설은 포기하고 증권은 경영하겠다는 것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가 결정할 문제다. 이런 현대상선의 입장은 한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현대상선의 버티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 고위관계자는 19일 "지분을 내놓지 않겠다는 건 경영권 목적때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선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증권 주식을 매각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헐값에는 매각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AIG가 증권에 투자, 1대주주가 돼 주가도 오르면 현대는 2대주주로 있다가 나중에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증권의 주식수는 1666만여주로 당시 주당 1만6000원이상에서 취득했다. 그러나 지금 주가가 8400원(18일종가)인 만큼 취득가 기준으로 1300억원의 매각손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현대상선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현대상선의 주식 매각의사와 별도로 현대의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과연 현대증권을 포기할 지 의문이다. 현대증권 출신의 그룹 고위관계자는 "건설은 그렇다치더라도 증권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종자체가 성장가능성이 높은 금융업인데다, 업계내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알짜회사이기 때문이다. 현대가 증권을 매각할 경우 그룹의 미래는 상당히 답답해질 수 있다. 정몽헌 회장은 부실덩어리인 건설과 전자를 포기하는 대신 증권을 통해 그룹 회생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증권을 매각할 이유도 분명치 않다는 게 현대 입장이다. 현대투신증권은 부실의 원인, 자구 실패 등에 따라 대주주가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감자를 통해 회사를 넘기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현대증권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부실 금융기관이 아닌데도 단지 "국민정서법"에 걸렸다고 지분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강변이다. 대신 전환우선주 5000억원어치를 발행, 외자유치하며 AIG에 1대주주 자리를 넘겨주고 현대는 2대주주로 있겠다는 의지다. 미 AIG 역시 투자회사 입장에서 이같은 구도를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경우 현대가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또 그룹 경영이 호전되면 AIG로부터 다시 주식을 사들여 1대주주로 오를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주식을 내놓도록 하는 것은 현대상선의 재무안정성을 크게 흔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현대상선은 증권외에도 하이닉스반도체의 구주 매각에서도 상당한 매각손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현대측에 증권 주식 매각을 요구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문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