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기업 신용등급 상향추세 "지나치다"(edaily)

삼성증권은 13일자 채권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신용평가등급의 상향추세가 과도하다며 이는 경기상황이나 국제적 추세와도 방향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삼성증권은 회사채 발행기업의 등급쇼핑과 기업공개(IPO)를 앞둔 평가사들의 실적제고 노력 등이 등급상향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부적절한 등급상향 러시는 장기적으로 신용평가제도 및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신용등급 상향추세 확연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한진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의 BBB에서 A-로 대거 상향조정(한국기업평가는 신규)했다. 신용등급의 이같은 대폭적인 상승이 이례적인 것은 한진해운 자체는 물론 한진그룹 전체의 재무적 안정성 면에서도 다소 과도한 조정이다. 한진해운에 대한 이런 등급상향은 계열기업인 대한항공에 대해 한국기업평가가 최근 BBB-에서 BBB로 상향한 것과 같은 맥락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문제는 대한항공이 영업상의 안정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지난 1분기는 물론 2분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등급상향이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도한 신용등급의 상승은 그 동안 개선되었던 국내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신뢰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위기 이후 대폭적인 신용등급하락을 보이면서 국내 신용평가기관의 등급부여 성향은 상당히 보수화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발행자 우위의 채권시장구조로 인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낮은 수준에 머물던 신뢰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등급의 보수성은 상당 정도 퇴색되는 양상이다.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등급상향이 계속되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올해중 3개 평가회사의 등급변경은 지난 7일까지 총 127건으로 이중 신용등급을 상향한 경우가 98건, 하향한 경우가 29건으로 등급상향 성향을 나타내는 소위 up/down ratio가 3.4배에 이른다. ◇경기상황, 국제적 추세와도 상반 평가기관의 등급상향 추이는 한편으로는 신용등급 결정이 다소 후행한다는 점에서 지난해 기업경영성과가 예상보다 양호했다는 점과 기업부문의 자금조달 구조가 예전에 비해 차입조달에 덜 의존한다는 점에서 일부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는 이미 지난해 혹은 그 이전에 나타난 것으로 신용등급에 이미 반영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국내경기는 물론 수출시장이 되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여건이 부진한데다 회복시점도 불투명한 시점에서 신용등급의 변화가 말하는 것처럼 기업안정성이 전반적으로 제고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 신용등급의 상향은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등급이 전반적인 하향추세에 있다는 점과도 상반되는 추세다.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와 S&P(Standard & Poors)는 최근 수년간 신용등급이 하향 우위에 있다. 양사의 신용등급 up/down ratio는 97년 이후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데 2000년에 각0.44, 0.46배에 그쳐 지난 91년 0.34배(무디스)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런 추세는 올해들어 더욱 심화되어 1분기중 양사 모두 0.29에 그치는 압도적인 등급하향 우위상태에 있다. 물론 국내 최고 신용도의 기업을 AAA로 보는 국내 신용등급과 각국의 국가신용등급(sovereign rating)을 고려하는 국제신용등급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 입장의 차이는 너무 커 보인다. ◇발행기업의 등급쇼핑, 평가사의 마케팅 우위 성향이 원인 신용평가기관의 등급인상 러쉬는 무엇보다 발행기업의 입김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평가기관간의 상대적 신뢰도의 우위에 대한 차별화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기관을 선정하는 것은 피평가기업의 판단에 좌우된다. 따라서 발행시장에서 발행기업의 우위가 커질수록, 평가기관의 차별화가 적을수록 피평가기업은 평가기관을 상대로 등급을 협상하는 "등급쇼핑"에 나설 유인이 커지게 된다. 여기에 올해 1분기를 지나면서 회복된 회사채에 대한 수요도 발행업체의 입장을 강화시키고 있다.수요회복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까지 지속된 회사채 시장의 순상환 추이로 시장내 회사채 물량은 풍부하지 않아 일부 BBB급 업체의 경우 시가평가수익률 대비 200bp이상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수요초과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시장구조에서 발행기업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수 밖에 없다.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신용평가정보의 판매수입이 신용평가 수수료 수입을 웃도는 국제 신용평가기관과 달리 경영수지가 거의 전적으로 신용평가 수수료에 의존하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피평가업체의 등급쇼핑에 초연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일부 신용평가기관이 IPO를 앞두고 수주확대를 통한 경영실적 제고를 위해 기업의 등급상향 요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공개를 앞둔 한국기업평가의 up/down ratio가 상대적으로도 가장 높다는 점이 그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시장 내 신용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 극심했던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높은 편이다. 시행 1년이 지난 채권 시가평가제도에서도 신용평가등급의 중요성은 핵심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평가등급의 신뢰성은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단기적인 수수료수입을 위한 평가사들의 등급상향은 장기적으로 신용평가제도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경영전략이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에도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 정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