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800선 지킴이 될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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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증시는 지난 주말의 `워버그 충격'을 딛고, 사흘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1천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기관과 개인의 저가매수세가 폭넓게 유입돼, 시장 전체적으로는 `전약후강'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주가가 빠질 만큼 빠졌다'는 심리가 강하게 퍼지면서, 투신권으로 신규자금 유입이 늘고 연기금이 주식 매수 채비에 나서는 등 단기 수급도 호전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기관이 수급의 안전판 구실을 하면서 800선을 지지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800대 초반은 “최소한 무릎”=투신권의 주식운용 담당자들은 대부분 종합주가지수 800 안팎에서는 `분할 매수'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이는 최근 장세가 기본적으로 “상승 기조 속의 조정”(현대투신 성금성 본부장)이며, 종합주가지수가 한달새 100포인트 넘게 빠진 현 지수대는 “바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무릎은 된다”(제일투신 김인기 본부장)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분할 매수란, 특정 종목이나 지수(인덱스)를 사들일 때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바닥 근처와 진바닥, 그리고 상승반전 초기 등 3단계로 시기를 나눠 매수하는 전략을 말한다.

성금성 현대투신 본부장은 “지수가 800 이하로 한때 밀리더라도 최근의 지수대는 무릎 수준은 된다”며 “공격적으로 치고 나갈 상황은 아니지만, 우량주에 대해선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신권은 지수가 850 밑으로 떨어진 지난 4월29일 이후 열흘째 순매수를 계속해, 지난 주말까지 모두 299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한국투신운용 김성대 본부장은 “시장 체력이 소진된 상태여서 공격적인 매수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2차 상승에 대비해 800대 근처에서는 주식편입비중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정기 틈타 신규자금 몰려=투신권의 `실탄'인 주식형 수익증권(혼합형 제외) 잔고는 5월10일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인 8조7395억원이다. 중장기 증시 전망을 밝게 보고, 조정기를 틈타 투자하려는 대기 매수세가 그만큼 강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이후 주가지수가 급등한 뒤 조정 양상을 보일 때면 예외없이 주식형 잔고는 급증 추세를 보였다.(그래프)

지난 4월8일부터 10일까지 주가지수가 900에서 856까지 43이나 하락하는 동안, 주식형 펀드는 3일 연속 1035억원, 1587억원, 1548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지수가 크게 밀린 지난 주말 이틀 동안에도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1230억원이 늘었다.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본부장은 “연초 이후 지수가 900 근처에 가면 환매 및 차익실현 물량이, 850 밑으로 떨어지면 신규자금 유입이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최근에도 환매에 따른 매도 압력은 거의 없고, 일반법인 중심의 신규자금이 하루 200억~300억원씩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 등 `지원사격'=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연기금 등 기관성 자금의 주식 매수도 수급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3일 올해 주식투자분 6천억원 가운데 1천억원 가량을 시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각각 600억원과 900억원을 이달중 투입하기로 하고, 분할매수 시점을 저울질중이다.

국민연금 주식운용팀 관계자는 “조정이 다소 길어질 수 있겠지만, 대규모 악재가 없는 한 현 지수대는 매력적인 가격대”라며, “대다수 연기금이 이번 상승장에서 쏠쏠한 수익률을 올려 저가매수 심리가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금은 대부분 환매 자금을 재투입하는 경우가 많고,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곧장 차익실현에 나서는 단기매매 성향을 보이고 있어, 실질적인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부장은 “연기금이 주식투자자금의 집행 결정을 내리면 위탁운용사는 통상 일주일 안에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며 “실질적인 매수 여력이 크지는 않지만 투자심리 안정과 지수의 하방경직성을 높이는 효과는 크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