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F(주가연계펀드), 그 명(明)과 암 (暗)

ELF(주가연계펀드), 그 명(明) 과 암(暗)

 주식 등 위험자산은 高수익이라는 달콤한 유혹과 함께 손실이라는 고통을 동시에 가진 야누스와 같은 존재다. 최근 주식시장도 사상 유례없는 2000포인트 공방전이 전개되며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작금의 시장상황이야말로 인간의 이중적 본능에 부합하는 금융상품의 필요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같은 인간의 수익추구 이면의 위험회피 성향을 반영한 금융공학 상품이 바로 ELF(Equity Linked Fund,주가연계펀드)다. 은행 및 증권사들은 ELF를 적정한 수익을 추구하면서 위험을 낮춘 금융상품으로까지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말 5개였던 ELF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7년 9월말 현재 1,807개가 운용 중에 있으며, 2001년말 280억원에 불과하던 ELF 수탁고는 2007년 9월말 현재 15조 7,895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부 ELF가 원금전체를 까먹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ELF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에 ELF의 운용 현황을 짚어보고 투자위험 요소를 재점검하고자 한다.

1. ELF 현황

 ELF는 구조화 펀드의 대명사로서 설정당시 수익구조가 결정된 펀드를 지칭한다. 펀드의 수익구조를 결정하는 기초자산은 개별종목, 주가지수, 금리, 통화 등 다양하다. 운용방식은 주식관련 옵션과 채권이 결합한 ELS(Equity Linked Securities)에 대부분 펀드자산을 투자하거나 직접 채권운용하면서 주식관련 옵션만 매입하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두 가지 방식 모두 확정이자가 나오는 채권에 투자하고 그 이자부분만큼 위험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원금을 보존하는 PI(Portfolio Insurance) 펀드와 유사한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만 ELF는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위험을 취함으로써 펀드의 원금손실도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지난 2001년 5개 펀드로 시작된 ELF는 2007년에만 1,852개의 펀드가 신규 설정되는 등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2003년 상반기 전에 설정된 ELF는 유사ELF라 말할 수 있다. 이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주로 장내파생상품을 가지고 만들어진 ELF였기 때문이다. 2003년 3월을 기점으로 장외파생상품을 편입한 ELF가 설정됨에 따라 투자자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상품의 설계가 가능해져 ELF의 인기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ELF의 설정액은 2007년 9월말까지 2조 8,312억원이 증가한 15조 7,895억원에 달했다.



2. ELF의 수익률 분포

 2001년 이후 해지된 펀드는 총 4,955개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운용기간을 조사한 결과 매년 조금씩의 차이는 존재했으나 대략 6~7개월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환산된 평균 상환수익률을 살펴보면, 2004년 ELF는 채권형펀드보다 낮은 4.07%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11.47%로 주식시장의 상승추세와 맞물려 상환수익률이 상승하고 있었다. 그러나 초기 ELF들이 기초자산의 가격상승에 비례하여 수익이 발생하다가 특정 경계수준에 도달하면 일정수익률만 지급하는 Knock-out형이었기 때문에 높은 주식상승률에도 불과하고 주식형펀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상환수익률을 기록했다.



 2001년 이후 6개월 이상 운용하다 상환됐거나 운용중인 4,611개 ELF를 대상으로 누적수익률 분포를 측정한 결과, 2,571개(55.8%)가 5~10%의 단순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1,267개(27.5%)가 0~5%, 378개(8.2%)는 10~20%, 110개(2.4%)는 20%를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85개(6.2%)의 펀드는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손실 펀드 중 125개(2.7%)는 -20%가 넘는 심각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수익률을 연단위로 환산한 결과는 단순실현 수익률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우선 가장 많은 펀드가 연 10%와 20% 사이에 존재해 단순 누적수익률 분포보다 개선된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설정에서 상환까지 소요된 기간이 1년 미만인 것과 관련이 높다.  또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ELF 기대수익률인 5%보다 낮은 결과수익률 분포를 보이는 비중이 22.2%에 달했다. 한마디로 10개 중 2개는 MMF보다 저조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 중 이미 상환된 3,988개 ELF의 수익률 분포를 보면 19개(0.5%)만이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99.5%의 상품이 원금 이상 성과를 거둔 셈이다. 특히 84%의 상품이 5% 이상의 상환수익률을 투자자에게 돌려줬다는 것이다. 즉, 상환된 펀드만 보면 ELF가 은행예금과 비교하여 꽤 괜찮은 투자상품이었음을 의미한다.



 상환된 ELF의 운용사(40개)별  단순평균 수익률을 측정한 결과, 30개의 ELF를 운용했던 메리츠종금이 연환산 13.80%로 수위를 차지했다. 반면 52개의 ELF를 상환시킨 알리안츠운용은 연 2.16%로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다. 알리안츠운용은 특히 2개 펀드를 -100%에 가까운 누적수익률로 상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40개 운용사 중 알리안츠를 제외할 경우 대부분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다 준 것으로 조사됐다.



 해지 ELF의 누적수익률 상하위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CS운용의 ‘Wealth_Up인덱스하나더’가 273일 운용하여 47.35%의 누적 수익률을 올린채 상환돼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PCA운용의 ‘PCAGreaterDhina지수연동채권I- 1’이 45.57%의 누적수익률로 상환됐다. 반면 알리안츠운용의 ‘AGI-해피엔드2파생상품G- 1’ 처럼 -99.55%의 누적수익률로 상환돼 원금을 거의 다 까먹은 ELF도 있었다.



3. 주요 ELF 유형

 요즘 만들어지는 대부분 ELF는 수년에 걸쳐 몇 번의 조기상환기회를 제공하는 스텝다운형과 만기까지 중간중간 정산한 수익을 누적해 가는 클리켓형이다.

1) 스텝다운(Step Down)형: 보통 3개월 또는 6개월에 한번씩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며 조기상환 기준이 보통 3개월, 6개월 또는 1년마다 최초기준가격의 95%, 90% 등으로 단계별로 낮아지는 방식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30%, 40% 또는 50% 이상 하락한 적이 없다면 원금 보장과 함께 추가수익을 지급한다. 그러나 하락한 적이 있다면 원금의 일부(또는 전액) 손실이 가능하다.



2) 클리켓(Cliquet)형: 수익누적형 상품으로 기초자산의 가격이 분기별로 측정해 수익률을 지급하는 구조로 돼 있다. 즉, 기초자산의 가격이 분기초보다 오르면 분기당 상승폭만큼 수익을 누적하고 하락하면 하락폭만큼 손실을 누적해 총 기간의 누적수익률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3) 기타형: 조기상환 없이 최초 기준가격의 몇% 이상 하락한 적이 없으면 원금이 보장되며 기준가격의 상승과 함께 일정 참여율로 수익을 획득하는 구조다. 반면 몇% 이상 하락한 적이 있는 경우 일정 참여율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참여율에 따라 원금이 보장되는 하락 기준수익률이 다르게 나타난다. 초기 ELF의 전형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드문 형태이기도 하다.




4. ELF 투자시 주의점

1) 기초자산의 전망 : ELF는 기초자산에 연계돼 수익구조가 결정되는 구조화펀드인 만큼 기초자산의 가격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따라서 기초자산의 전망은 투자에 앞서 필수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더라도, ELF의 기초자산이 개별종목이라면 해당기업의 주가를 전망한 후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 투자기간 및 환매수수료 : ELF는 일반적으로 1~3년을 투자해야 하는 상품이며, 손실을 입었더라도 중도환매시 환매금액의 약 3~10%에 해당하는 높은 환매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MMF와 CMA 같은 단기자금을 운용할 목적의 상품과는 거리가 멀고,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더라도 중도 환매시에는 환매수수료에 의해 원금 손실이 가능해진다.

3) 세금: 주식시장과 연계돼 있더라도 ELS는 시세차익이 비과세되는 주식이 아니므로 소득세 15.4%를 내야 한다. 투자기간이 1년 이상이라면 세금우대 지정도 가능하지만, 평균적인 운용기간이 1년 미만임을 감안할 때 이는 불필요할 것이다.

4) 원금손실 가능성 : 최근들어 설정되는 ELF는 대부분 주식관련 워런트 또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여 ELS의 상환조건에 부합될 경우 조기상환이 가능한 조건을 첨가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상환이 되지 않을 경우 만기 전에 주식이 큰 폭의 변동을 보인다면 원금손실 발생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ELF를 은행예금처럼 생각하고 투자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주가지수 또는 주식과 연계되어 있다면 이는 그 주가지수 또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에 상응하는 위험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투자이전에 최대손실 가능비율, 손실조건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김재근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