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 펀드의 장점과 한국의 현주소 (下)

4. 인덱스 펀드의 또다른 장점-선택위험 최소화

인덱스 펀드는 장기적인 평균수익률이 비용효과로 인해 우수하다는 장점 외에도 펀드 선택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주식펀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인 종목선택 및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성공하는 펀드는 높은 수익을 내겠지만 실패하는 펀드는 주가지수보다 낮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성과의 지속성이다. 성과의 지속성이 존재한다면 과거 성과가 좋았던 펀드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텐데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의 변경, 운용철학 및 프로세스의 잦은 변경 등 환경의 변화로 인해 펀드의 성과가 일관성을 가지기 힘든 것이 운용업계의 현실이다. 설혹 운용환경이 변하지 않는 운용사가 있다하더라도 담당 매니저의 실수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과거 성과가 좋았던 펀드가 다음에도 계속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다. 반면 인덱스 펀드는 지수를 추종하는 것을 기본 운용목표인 만큼 지수대비 펀드 간 수익률 편차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절대수익률이야 시장 흐름에 따라 달라지지만 시장대비 상대수익률은 인덱스형이 일반주식형에 비해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과거 5년간 수익률이 존재하는 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스피지수가 173.7% 오르는 동안 일반주식펀드는 최고 433.5%에서 최저 134.3%로 무려 299.2%포인트 격차를 기록했다. 인덱스형은 같은기간 최고 230.2%에서 최저 184.9%로 꼴찌펀드마저 주가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격차도 45.3%포인트에 불과했다. 1등과 꼴찌의 편차가 일반주식형의 경우 인덱스형의 6.6배에 달한 셈이다.
또 인덱스형 중 5년간 최저수익률(184.9%)은 일반주식형 내에서 상위 65%에 해당할 뿐 아니라 코스피지수보다도 11.2%포인트 높은 것이다. 또 인덱스형 중 최고수익률(230.2%)은 일반주식형 내에서 상위 17% 펀드가 거둔 성과와 유사하다. 한마디로 5년전 아무 인덱스펀드나 골라서 장기투자했다면 주가지수를 초과하면서도 일반주식형 내에서 수익률 순위 17~65%내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말이다.
특히 매년 시장수익률 이상을 운용목표로 하는 기관투자가들 입장에서는 인덱스형이 단연 우수하다. ‘바이코리아’ 열풍으로 초대형주 상승률이 지극히 높았던 지난 99년을 제외하더라도 일반주식형은 지난 9년간 코스피200 지수 등락률을 밑돈 해가 3개 연도나 있었다. 그러나 인덱스형은 단 한 번도 이를 밑돈 적이 없었다. 펀드선택에 있어 실패의 위험을 줄이면서도 시장대비 손실위험도 축소할 수 있는 방법이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표3) 참조




5. 인덱스 펀드의 진화와 위기-ETF

인덱스펀드의 장점은 분산투자와 비용을 최소화에 있다. 특히 인덱스형과 일반주식형의 장기성과 격차에서 확인했듯이 신탁보수율은 인덱스 펀드의 매력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인덱스펀드보다 더 저렴한 인덱스 펀드가 등장했다. 바로 상장지수펀드(ETF : Exchange Traded Fund)이다. 은행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되는 인덱스 펀드는 판매보수가 있는 반면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므로 신탁보수에 판매사 몫이 거의 없다. 물론 주식거래 수수료가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매매한다면 펀드 판매보수에 비해 매우 저렴하게 투자할 수 있다. 매매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국내의 경우 일반적인 인덱스펀드보다 0.4~0.5%가량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ETF는 지난 1992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저렴한 비용과 편의성을 무기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말 미국의 ETF는 386조원으로 전체 인덱스펀드 810조원의 40%를 넘고 펀드수도 360개에 달한다. 한국에서 ETF는 지난 2002년 10월 처음 도입돼 현재 20개(해외 ETF 제외) 2조3천억원으로 전체 인덱스펀드 중 43%를 차지하고 있다. 절대금액은 미국에 비할 바 못되지만 비중만큼은 미국과 유사하다.
한국 최초의 ETF 'KODEX200'의 5년간 연평균 수익률 25.6%는 인덱스형 평균 25.1%를 0.5%포인트 웃도는 것이다. 이는 ETF의 비용효과 덕분으로 추정된다. 이 펀드의 연간보수율은 0.52%로 최근 5년간 인덱스펀드 평균보수율 1.39%보다 0.87%포인트 싸고 현존하는 인덱스형의 평균보수율 1.06%보다 0.54%포인트 저렴하다. 결국 수수료를 절약하면 펀드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이론을 또 한번 입증한 셈이다.
한국증권거래소(KRX)는 올해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상장시킨 것을 시작으로 여러종류의 해외 ETF 상장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 해외 ETF의 비중은 2006년 말기준 전체 ETF의 26%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외 ETF는 올들어 10월말까지 65%나 급증, 비중이 31%로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내에 ETF가 정통적인 인덱스펀드를 밀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인덱스펀드의 미래엔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ETF를 이용한 초단기 투자자의 증가와 인덱스펀드의 다양화 때문이다. 투자비용을 더 낮추고 거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탄생한 ETF가 초단기 투자자인 ‘데이트레이더’를 위한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단기투자는 인덱스형의 저비용 특성이 발휘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또 정보가 부족한 개인을 위해 탄생한 인덱스펀드가 업종지수, 스타일지수, 국가별지수 등을 이용한 인덱스펀드가 등장하면서 전문화하고 있다. 이는 전문적 식견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인덱스펀드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어 시장을 스스로 갉아먹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