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펀드 해부

원자재 펀드 해부

1. 개황

전세계 주식시장은 지난 5년 간의 지속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미국 발 신용경색 여파에 좌초돼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조정을 받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자 미 행정부와 의회는 세금환금과 기업투자세액공제 등을 포함한 1,5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마련하고 대폭적인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함으로써 경제위기 탈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경제의 회복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각국의 경제 전망 또한 불투명해지고 있는데다 식료품 가격을 시작으로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연일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자산가치 하락을 헷지하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국내외 유동성 자금들이 실물자산이나 이와 연계된 파생상품으로 발빠르게 행보하면서 최근 원자재 펀드가 뜨고 있다.

2. 국제 상품 시장 동향

2007년 이후 국제 상품시장은 8월 중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폭락기간을 제외하고 에너지 및 농산물 가격 급등세에 따라 전반적인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8월 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제원자재시장에서의 투기 자금이 이탈하면서 상품가격이 급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각국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사태수습에 나서면서 국제 원자재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이에 9월 국제 상품시장은 에너지 및 귀금속 시장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으로 원유 및 금 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가속되고 있다.

실물경기 위축 가능성과 재고 증가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던 구리, 니켈, 아연 등 산업용 금속류 또한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대부분의 상품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곡물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작지 축소와 바이오 연료 수요 급증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은 애그플레이션이라고 불릴 정도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금값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확산되기 이전까지는 온스당 65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했으나 신용위험이 진정되고 달러화 약세가 진행됨에 따라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미국과 유로지역의 금리격차 축소에 따른 달러화 가치하락,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서의 수요확대로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 원자재 펀드 현황 및 성과

국내 판매중인 원자재 펀드는 현재 10여 개에 불과하지만 향후 곡물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신규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설정된 원자재 펀드는 펀드별로 투자대상이나 전략 등이 상이하고 펀드가 쫓는 추종지수도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출시된 원자재 펀드는 크게 실물자산 관련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주식형 과 원자재관련 지수를 따라 운용하는 파생상품형으로 나뉜다.

올 들어 이 두 형태의 원자재 펀드 성적을 살펴보면, 지수를 추종하는 파생상품형이 주식형펀드의 성과를 앞지르고 있다. 주식형 원자재 펀드는 원자재 가격이 해당 기업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다 하락장에서 해당 기업의 주가 역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펀드 수익률로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다.




반면 상품지수를 추종하는 파생상품형 원자재 펀드는 원자재값 급등이 곧 바로 원자재지수 상승을 야기시켜 펀드수익률의 상승으로 재빠르게 반영되기 때문에 강세장에서 보다 두각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주식형 펀드가 파생상품형 펀드보다 변동성이 작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

국내 원자재 펀드가 추종하는 대표적인 원자재지수로는 RICI(로저스인터내셔널Commodity인덱스), RIACI(로저스인터내셔널농업상품지수), RICI-Enhanced, 로이터-제프리 CRB, S&P골드만삭스상품지수(GSCI), Dow Jones AIG CI지수가 있다.

그 중 RICI는 짐로저스가 1998년부터 발표해 온 상품지수로 원유, 밀, 귀금속 등 총 36개 종목을 가중 평균해 만든 지수로, 업종별로 에너지 44%, 산업용금속 14%, 귀금속 7%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20개 농산물만 빼내 만든 지수가 ‘로저스인터내셔널농업상품지수’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1ClassA’ 펀드와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C-B)’가 RICI지수와 RIACI지수에 연동되도록 설계돼 있다. 최근에 출시된 ‘산은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파생 1CLASSC 1’ RICI Enhanced Agriculture 인덱스에 연계된 파생상품투자펀드로 기존의 원자재인덱스가 최근 만기선물 투자하는데 반해 계절효과 및 경기 변동을 고려해 다양한 만기선물에 분산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는 1957년부터 발표해온 가장 오래된 상품지수로 에너지(39%)와 곡물(13%), 산업용금속(13%) 등의 투자비중이 RICI보다 작고 종목수도 19개로 작지만 돼지고기, 가축과 설탕, 커피 등 기호식품의 투자비중은 더 높다. ‘우리Commodity인덱스플러스파생 1Class C1’ 펀드가 RJ/CRB 지수에 연동돼 운용된다.

S&P사의 GSCI는 골드만 삭스가 1992년부터 발표한 상품지수로 총 24개의 원자재로 구성(농산물 8개)되었으며 에너지 투자비중이 67%로 매우 높다. 현재 국내에서 GSCI와 관련한 펀드상품은 출시되지 않았다.

그밖에 Dow Jones AIG CI 지수는 AIG와 Dow Jones가 1999년 발표했으며 총 19개 원자재로 구성되어 있다.




주식을 기초로 하는 원자재 관련 펀드 중에서는 기은SG운용의 ‘골드마이닝주식자A클래스’펀드가 최근 6개월 수익률 49.03%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펀드는 대부분의 자산을 금,은, 백금 및 다이아몬드 같은 귀금속 관련 글로벌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국가별로는 캐나다, 영국, 호주의 투자비중이 높으며 금 관련 기업에 투자는 금가격 변동으로 인한 사업 위험으로 인해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높은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주식ClassA 1’펀드는 원자재 관련 주식가운데 광업과 에너지 관련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금광, 철광산, 비철금속 등의 광업 업종에 50%가량 투자하고, 에너지 업종에 25%, 나머지는 종이/목제와 화학원료 업종에 투자한다.

4. 수익과 위험 분석

2006년 4월을 고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원자재 관련지수는 2007년 1월을 저점으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7년 이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단기간의 하락을 제외하고 에너지 및 농산물 가격 급등세에 따라 전반적인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원자재 관련 상품지수를 MSCI 글로벌 주식과 리만 글로벌 채권지수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RICI지수가 최근 5년간 16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에너지 및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와 농산물관련 투자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RICI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나타났다. MSCI 글로벌 주식은 같은 기간 78.3%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리만 글로벌 채권은 17.5%의 수익률을 했다.

S&P GSCI지수는 2006년에는 15.1%하락했으나 2007년도에는 32.7%의 상승하는 등 에너지 가격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였다. 비교대상 상품지수 모두가 MSCI 글로벌 주식보다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며 위험수준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주식 펀드와 주식, 원자재 관련 상품지수의 수익률 및 변동성(표준편차)을 비교해 본 결과, 원자재 상품관련 지수가 수익률과 위험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RICI가 높은 반면 위험은 S&P GSCI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상품 지수별로 섹터별 구성비중이 상이하고 종목별 구성도 다르므로 수익률과 변동성만으로 단순 비교 하기는 무리일 수 있으나 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RICI가 유리하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는 CRB가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반적인 위험 수준이 주식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자산배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5. 원자재 관련 지수와 주식/물가와의 상관성

2001년 4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주식과 상품지수 및 물가지수를 월간 수익률을 이용해 수익률 상관관계를 측정한 결과 코스피 지수와 상품지수는 각각 0.27, 0.17로 상관관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즉 주식과 상품 지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상관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원자재관련 펀드에 자산을 배분하는 것은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MSCI 글로벌 주식과 코스피지수가 물가지수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반해 RICI와 CRB는 물가지수와 양의 상관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을 헷지 하기 위한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6. 맺음말

원자재 펀드에 대한 투자는 주가지수와 상관관계가 작으면서도 지난 5년간 연평균 10%를 가까운 수익을 낸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같은 열기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펀드 역시 특정분야에 집중된 섹터 펀드라는 점에서 유의해야 하며 주식 펀드를 능가하는 위험수준을 갖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최근 미국 경제 둔화 우려로 인해 유가 및 귀금속, 곡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다양한 유형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관련 가격 상승이 시장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원자재 가격이 경기둔화 측면보다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전문가 또한 원자재 가격이 장기적인 추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은 수급이나 업황 등 거시 경제 요인 외에도 투기 수요가 늘 상존하기 때문에 뜨겁게 달아올랐다가도 돌발 악재나 투기요인이 사라질 경우 순식간에 급락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기보다는 전체 자산의 일부를 분산투자 차원이나 초과수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투자대상 펀드가 어떠한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지 확인하고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조성욱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