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급등 원인과 향후 전망

농산물 가격 급등 원인과 향후 전망


Executive Summary

  농산물가격(Agricultural Prices)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국내를 비롯,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현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美 농무부, OECD, 국제식량농업기구(FAO), JP모간, 삼성경제연구소 등 주요기관들의 전망자료를 종합해 봤다.

  세계 곡물시장의 주요한 곡물은 밀, 옥수수, 대두이다. 이러한 주요 곡물들의 가격이 최근 상승한 요인과 향후 전망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외부요인: 美 경기 둔화 → 유동성 집중
    - 달러 약세
    - 금융자산 매력 감소

  2. 내부 요인: 수요와 공급 불균형
  - 밀: 작황 부진 및 생산성 한계 → 가격 소폭 하락 후 유지될 것
  - 옥수수: 바이오에너지 수요 증가 → 가격은 계속 상승할 전망
  - 대두: “옥수수 수요 + 자체 수요” → 가격은 옥수수와 동반 상승할 것

  주요 곡물의 가격은 단기간 상승하고 장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완화되거나 혹은 가격이 하락한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신흥국 시장은 곡물가격이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을 조기에 단행할 유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미래에셋증권)도 있다. 이 경우 위안화는 주요한 투자 대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애그플레이션의 대두
  농산물가격(Agricultural Prices)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 2007년 초 이후 농산물 가격의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의 진원지로 부각되면서 이 같은 신조어가 차츰 익숙해지고 있다([그림 1] 참조).

                        [그림 1. 주요곡물 가격은 작년부터 급등세로 전환]
                    


  애그플레이션으로 식료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옥수수, 보리 등을 사료로 하는 젖소의 사육비가 올라 우유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버터, 치즈 등 식료품 전반의 가격을 상승시킨다. 이와 같은 농산물과 식료품가격 상승은 서민들의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애그플레이션은 각국의 물가상승을 심화시키면서 여러 국가의 서민경제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2007년 초 옥수수로 만든 전병인 또띠야 가격이 급등하자 국민들이 시위를 벌여 멕시코 정부는 가격 상한선까지 설정했다. 인도네시아에선 2008년 1월 국제 콩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자 식품회사들이 공장가동을 중지해 노동자들이 항의시위를 벌였으며, 방글라데시에서는 주식인 밀가루 가격 급등으로 공급이 부족해지자 서민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제분업계는 2007년 12월 밀가루 가격을 24~34% 인상했고 올해에도 추가적인 가격인상을 검토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그림 2]에서도 나타나듯이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관리목표범위(3.5%)를 5개월째 넘어섰고,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상승률도 약 5%까지 급등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서민층 가계에 민감한 52개 품목을 집중 관리하라고 지시하는 등, 물가상승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그림 2. 2007년 중반 이후의 물가상승률 급등 추이]
                      


이처럼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세계적인 곡물상승 현상에 대해 전망하기 위해, 우선 곡물시장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곡물가격 상승요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곡물시장 개황
곡물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곡물은 무엇일까? 우선 생산량 측면에서 평가해보면 옥수수, 밀, 쌀, 대두의 총 생산량은 전체의 약 80%를 차지해 이들 4가지 곡물이 인간이 주로 생산하는 곡물임을 알 수 있다([그림 3] 참고). 하지만 [그림 4]를 보면, 4가지 곡물 중 쌀은 국가별로 자급률이 높아 수입/수출이 적고 국제곡물시장에서의 거래량이 크지 않아 ‘얇은 시장(thin market)’을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제곡물시장에서 생산과 거래 양쪽에서 모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곡물은 밀, 옥수수, 대두라고 볼 수 있다.

  [그림 3. 세계 곡물 생산량 비중]        [그림 4. 주요 생산곡물의 세계 교역량]



  이들 3가지 주요곡물은 각각 식용과 사료용으로 재배목적을 구분할 수 있다. 밀은 곡물 중에서 식량 용도로는 가장 많이 생산, 소비되고 있는 세계인의 주식이다. 반면 옥수수는 주식인 밀, 쌀에 비해 기초 사료작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한편, 콩으로 대표되는 대두는 지역별로 그 용도가 달라서, 아시아권 국가는 식용 비율이 상당한 반면 서구 국가에서는 거의 전량이 사료용으로 재배 중에 있다.


곡물가격 상승의 원인
  최근 이들 주요 곡물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발생하는 외부 요인과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대표되는 곡물시장 내의 내부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1.외부요인: 거시경제
    A.유동성 집중 및 약달러
    B.고유가 → 생산/물류비 상승
  2.내부요인: 수요공급 논리
    A.밀 시장
    B.옥수수 시장
    C.대두 시장


1. 외부 요인: 유동성 집중 → 장기적으로는 완화될 것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발생하는 외부요인으로는 경기침체로 인한 실물자산 투기현상 및 달러약세가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인한 달러화 약세로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되었던 자금이 곡물 및 원자재 시장에 몰려들면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였다. 뿐만 아니라, 곡물 상품의 결제통화는 주로 달러화이므로 최근의 달러 약세 국면도 곡물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한 유가 상승으로 곡물 생산•유통 비용 역시 증가했다. 올 초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2,100달러 수준이던 부산~로테르담 노선 해상 운임은 현재 31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는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점차 완화됨에 따라 곡물가격 상승 모멘텀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부요인은 미국 경기가 침체기를 지나면 완화될 수 있는 단기적인 현상들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부요인으로 인한 상승압력은 줄어들 전망이다.


2-1. 밀: 단기 상승 후 장기적으로 하락… 그러나 높은 수준 유지할 것

주요생산국 수출제한조치
  한편,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곡물 수출국가들은 [그림 5]와 같이 자국의 물가안정을 위해 곡물 수출을 금지 또는 보류하고 있다. 이는 이들 국가들의 수출업자들이 해외 수출을 선호하면서 자국 내 물가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카자흐스탄은 국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월부터 밀에 수출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지난 2월 26일 밀 가격 폭등을 유발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보리와 밀에 각각 30%, 10% 수출관세를 부과해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쌀, 옥수수, 밀가루에 5~25% 수출관세를 붙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국제가격 급등에 따른 과잉수출을 막기 위해 옥수수(2006년 11월 ~), 밀•밀가루(2007년 3월 ~)에 대해 수출 승인 등록을 정지하였다.

                          [그림 5. 밀 주요 수출국가와 수출제한조치]
     


기상이변에 의한 공급 감소
  2007년 9월 USDA가 발표한 “세계 곡물시장과 무역(Grain: World Markets and Trade)”에서는 밀 가격 급등의 주원인으로 밀 주요생산국([그림 6] 참조)의 기상이변에 의한 생산량 감소를 지적한 바 있다. 유럽 남부지역은 한발을 겪은 반면, 유럽 북부는 호우로 국지적인 홍수에 휩쓸려 EU-27개국의 생산량은 3.5% 감소할 전망이다. 호주는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밀 생산량이 2006년 2,540만t에서 61% 급감한 2007년 990만t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역시 건조한 기후로 인해 2007/2008 곡물연도 생산량은 전년보다 20.6%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그림 7] 참조).


                     [그림 6. 밀 주요 생산국가]                 [그림 7. 밀 재고 전망]
      


  위와 같이 재고감소는 07/08 곡물연도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가격상승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재고감소라는 내부요인은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외부요인인 유동성 집중도 완화됨에 따라 밀의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수요 공급 불균형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라 예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OECD-FAO 농업전망 보고서에서는 밀의 가격을 [그림 8]과 같이 전망한 바 있다. 따라서 밀은 07/08까지는 상승을 지속하지만, 이후 소폭 하락하다가 일정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림 8. OECD-FAO 밀 가격 전망]
                           



2-2. 옥수수: 급격한 수요의 증가로 가격은 계속 상승할 전망

바이오 에너지 수요 증가 -> 식용곡물 공급 감소
  옥수수의 주요 생산국은 미국이 전체 생산의 40%나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과 브라질을 합하면 전세계 생산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옥수수는 생산의 지역적 편중이 크다([그림 9]참조).

                                  [그림 9. 옥수수 생산국가의 편중 현상]
                          


  그런데 옥수수, 사탕수수 등을 원재료로 하는 바이오 에너지가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크게 주목 받으면서, 옥수수 주요생산국에서 바이오 에탄올 생산용도의 옥수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선진국인 브라질은 사탕수수에서 에탄올을, 대두에서 바이오디젤을 추출한다.

  미국은 옥수수를 주원료로 에탄올을 생산하는데, 특히 미국 정부가 에탄올 산업의 육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에탄올 생산에 쓰인 옥수수는 2000년 1,500만 톤에서 2007년 8,500만 톤으로 급증해, 미국 옥수수 전체 생산량의 무려 1/3이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사용되는 실정이다.

  당분간 이런 바이오 에너지 수요 급증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바이오 연료의 의무생산량을 2022년까지 현재의 6배로 늘리도록 하는 미국 에너지법을 지난 12월에 통과시킨 바 있다.

  한편, 노르웨이는 휘발유만 사용하는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바이오 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이 모두 실행된다면 옥수수 등 원료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옥수수 3위 생산국가인 브라질은 에탄올 산업육성에 미국보다 더 적극적이므로 옥수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중국, 인도 등도 2000년부터 바이오 연료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신흥국 축산물 소비 증가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국가들의 경제발전으로 곡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7년 추산치 기준으로 중국과 인도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34%를 차지한다. 이들 거대인구 국가들이 매년 7~10%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세계 식품수요의 급증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그림 10]을 보면 중국의 개인소득이 증가하면서 육류 소비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이는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곡물의 수요를 증가시킨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보통 8kg의 곡물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육류소비 증가는 사료용 곡물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옥수수의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그림 11] 참고).

                                  [그림 10. 중국의 육류 소비 급증]
                    


                              [그림 11. 중국은 사료생산에 옥수수를 주로 이용]

                             


  외부요인인 글로벌 유동성 집중이 완화되더라도 이러한 바이오 에너지 수요의 급증, 중국의 축산물소비 증가 현상은 장기적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옥수수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이룰 전망이다.


2-3. 대두: 옥수수 영향으로 가격은 동반 상승할 것

  대두는 옥수수와 순환경작 관계로 옥수수와 해를 번갈아가며 재배되고 있어 옥수수와 재배지역 측면에서 대체재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옥수수의 가격이 오를 경우, 옥수수와 대두를 1년씩 교체하며 재배하는 방식 대신 옥수수 2년 – 대두 1년 등의 방식으로 경작하면서 대두 생산이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전망과 같이 옥수수의 가격이 상승해 생산이 증가하면 이는 대두의 생산감소와 재고감소, 그리고 대두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그림 12] 참고).

                                [그림 12. 대두의 재고 감소가 예상됨]
                        

  또한 바이오에너지 선진국인 브라질은 사탕수수에서 에탄올을, 대두에서 바이오디젤을 추출하므로, 이는 대두 수요의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어 옥수수와 함께 경작면적에서 부족현상을 겪을 가능성도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옥수수와 대두는 경작면적 측면에서 대체재 관계를 지니므로 서로 가격경쟁을 벌일 수 있다. 결국, 옥수수의 수요증가 및 사료용 대두수요 증가로 인해 대두도 수년간 가격이 상승세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전망

  일반적으로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전체 경제에서 공산품보다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러시아는 지난해 두자릿수 물가상승률을 기록함에 따라 정부가 인플레와의 전쟁에 들어갔다고 4일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생산자와 유통업자들이 빵, 우유, 달걀 등 몇몇 식품의 한시적 가격 동결에 합의하고 정부는 낙농제품의 수입관세율을 일시 낮추는 한편 일부 곡물에 수출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바 있다.

  한편, 중국 정부도 지난 1월 물가 급등에 따른 저소득층 불만이 커지자 `주요 상품ㆍ서비스 가격 임시 통제에 관한 시행방법`을 발표하고 생필품 가격을 국가가 직접 통제하는 비상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 정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유 가격 14% 인상안을 승인하고 말았다. 원재료 가격 상승 등에 이어 저소득층 생활 안정을 위해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생필품값 통제마저도 한계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 2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년 만에 최고치인 8.7%를 기록한 데 이어 3월에도 8.0~8.4%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조치가 임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애그플레이션으로 농산물 사업이 수혜를 입을수 있다고 밝혀 농산품관련 펀드의 투자전망을 밝게 해줄 수 있다. 또한 신흥국 시장의 물가상승압력이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거세지면서 중국의 위안화의 투자도 매력적일 수 있다. 환율 변동은 경기 과열에 의한 인플레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물가를 낮출 수 있어 수입농산물 가격급등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절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미래에셋증권).


[ 이현규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