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의 다음 목적지는? : 러시아, 중남미를 뒤따를 MENA 지역




예측하기 어려운 2008년 글로벌 시장

2008년 세계 주식시장은 2007년 시작된 미국 신용 경색 사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높은 수익을 올리던 이머징 마켓 펀드들도 신용경색 사태 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중국펀드들은 올 들어 수익률 순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투자자들은 대체투자처로서 상품, 원자재, 원유, 금과 같은 실물자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에 자원이 풍부한 라틴아메리카와 러시아 등이 글로벌 악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탄탄한 상승 추세를 유지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침체에 대한 대책으로 미국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 졌고, 이에 부동 자금의 향후 행방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신흥 시장을 찾아내는 것이 투자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미국 주식시장과 달리 작년 좋은 성장세를 보여줬던 이머징 마켓 시장들은 점점 심화되어 가는 인플레이션의 압박 속에 상승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머징 마켓의 경제 정책도 인플레이션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 상황에서 좋은 투자처가 되려면 1) 미국과의 낮은 상관성 2) 긍정적인 경제전망 3) 풍부한 천연자원 4) 활성화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유가와 원자재 강세, 달러화 약세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러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투자 환경을 살펴보고,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MENA(Middle East, North Africa) 지역을 대체 투자처로 소개하고자 한다.

1.러시아 – 2007년 8.1% 경제성장률 기록, 주식시장은 19.18% 상승 
러시아 주식시장은 최근 몇 년간 고속성장을 해왔다. 불안한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도 2007년 4분기 GDP성장률이 9.5%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8.1% 성장이라는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  주식시장 또한 원자재 및 유가 상승에 힘입어 상승 기류를 탔다. 2007년 러시아 RTS지수는 19.18% 올랐다.




원자재 고공 행진…소비 및 투자 활성화
러시아 실질GDP성장률의 항목별 기여도를 보면 러시아 경제 성장의 원동력 소비와 투자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2007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오 른 원자재 및 원유도 성장에 기여를 했다.




가구소비는 연평균 13.1% 상승했고 고정자본 투자도 20.6% 상승하면서 원자 재 및 원유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이 투자와 소비로 잘 이어지는 모습을 보 였다. 러시아 통계당국이 추정한 바에 의하면 러시아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의 균형 수준 분기점은 WTI유가 기준으로 50~60 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따 라서 118.52달러/배럴(4월 25일 기준) 를 기록하고 있는 2008년 원유 가격의 고공 행진에 따른 이익은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의 재정흑자로 새로 들어선 정부의 인프라투자 계획이 시행될 것으로 보여지고 루블화 가치 상승과 임금 증가에 따른 소비 증가도 기대되면서 2008년에도 러시아 경제는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인플레이션 가속화, 자원 업종 편중은 위험요인
2008년 러시아 경제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지기는 하나 인플레이션과 원유 및 원자재에 편중된 주식시장을 러시아의 성장에 대한 위험요인으로 들 수 있다.




올해 들어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러시아 경제에도 위협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07년 평균 러시아 물가 상승률은 약 9%를 나타냈고 2008년에는 11.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정부의 지속적인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유동성이 증가하고 임금상승과 소비증가가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의 고속 성장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이 만약 폭락하게 된다면 물가가 상승한 상태에서 유동성 유입이 감소하면서 자원 업종이 러시아 RTS지수 시가총액의 약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 미국과 디커플링..5.5% 성장, 주가 34.26% 상승
러시아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지역 주식시장은 2007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주요국인 브라질 Bovespa의 2007년 상승률은 43.65%에 달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2007년 이 지역 GDP성장률은 5.5%를 기록, 과거와 달리 미국 경제와의 디커플링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튼튼해진 펀더멘탈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외환위기와 금융불안으로 부진했던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 내수경기 활성화, 경상수지 흑자 및 외국인 투자 유입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높은 성장세를 보여줬다.

2007년 라틴아메리카 수출은 수출물량 증가율이 5.3% 증가한 데 비해 수출가격의 증가율이 6.3%를 기록해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보여줬다. 이는 원유 및 천연가스, 농산물, 광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했다. 또한 수출 다변화 정책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2000년 58%에서 2007년 44%로 크게 감소하면서 미국 경기 침체에 과거와 달리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었다.

내수 경기는 금리인하에 따른 신용대출 확대, 해외근로자 본국 송금의 지속적인 유입과 실업률 감소 등에 힘입어 활성화 되었다.

2007년 인플레 압력으로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기준금리를 올렸던 나라들도 있었으나 내수시장이 큰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의 국가들이 금리를 인하 또는 동결함으로써 민간소비가 전년 대비 6.1% 증가하였고 총투자도 전년 대비 11.6% 이상 증가했다. 2007년 60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송금 유입액과 사상 최저치인 8%의 실업률도 내수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2007년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된 가운데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2.5배 이상 증가한 77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치였던 81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또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져 대외지급능력 개선에도 도움을 주었다.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와 인플레이션이 위험요인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위험요인으로는 크게 미국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을 들 수 있다. 비록 많이 감소했기는 했으나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기침체는 수출 감소로 이어져 라틴아메리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자금 긴축 정책도 라틴아메리카 경제 성장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펀더멘탈이 튼튼해진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과거처럼 힘없이 폭락하지 않고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투자지역: MENA
앞에서 말한 러시아와 라틴아메리카가 위험요인들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도 작년 보다는 높지 않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는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금까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새로운 투자지역을 소개하고자 한다. 초반부에 명시한 미국과의 낮은 상관성, 높은 투자자금 수요,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풍부한 천연자원, 활성화된 내수시장의 조건을 충족하는 MENA지역이 바로 그곳이다.

MENA(Middle East, North Africa) – 작년 이후 상승률 러시아와 중남미 추월

MENA지역은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위치한 국가들을 일컫는다. 이 지역에 속한 국가로써 레바논,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 카타르, 오만, UAE, 바레인, 쿠웨이트 등을 들 수 있다. 이 지역은 GCC(Gulf Cooperation Council)지역, Magreh(아프리카 북서부)지역으로 나뉘고 사이에 있는 이집트를 포함한다.

2007년을 기준으로 이들 지역의 시가총액은 약 1조3천억 달러에 이른다. 또한 앞서 언급한 라틴아메리카와 러시아 주식시장의 2007년부터 현재(4월23일)까지의 상승률을 비교해 봤을 때 MENA지역을 잘 반영하는 MSCI Arabian Markets 지수는 45.01%의 상승률로 두 시장 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IMF에 따르면 2008년 예상 경제성장률 또한 6.4%로 전세계 경제성장률의 1.3배, 미국의 3.4배가 예상된다.




고유가, 풍부한 천연자원, 내수시장 활성화, 글로벌 시장과의 낮은 상관성
MENA지역 시장의 높은 상승률은 고유가, 내수시장 활성화, 글로벌 시장과의 낮은 상관 관계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MENA지역에 포함된 중동 6개 국가의 원유 매장량은 전세계의 41%를 차지하고 가스 매장량의 경우에는 전세계 24%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풍부한 자원은 최근 원유 및 자원 가격의 상승세에 따른 수출 증가로 경제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높은 성장세를 보여줬던 러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지역과 같이 MENA지역은 원유 수출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동 경제전문지 MEED에 따르면 건설 부문이 1조 2000억 달러, 오일 가스 부문이 4,300억 달러, 석유화학 부문이 1,350억 달러, 전력 부문이 1,340억 달러, 산업 부문이 700억 달러, 담수 및 폐기물 등이 400억 등으로 현재 진행 되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요즘 같은 시기에 MENA지역의 가장 큰 장점으로 Global 시장 특히 미국 주식시장과의 낮은 상관성을 들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MENA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MSCI Arabia지수는 미국 및 주요 지수들과 낮은 상관성을 가진다. 또한 MENA국가들 지수간에도 상관성이 낮아 분산투자효과도 누릴 수가 있다.

이는 미국의 경기침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큰 투자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최근 뉴욕과 런던에서 기업 설명회를 개최한 두바이, 아부다비, 카타르 거래소와 같이 MENA지역 정부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MENA지역은 또한 저평가된 통화와 낮은 실질금리로 향후 주식시장의 자금 유입으로 인한 성장이 기대된다. 통화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가 페그제로 인해 저평가되어 있는 상태고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페그제 폐지도 기대됨에 따라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가별 실질 금리 또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마이너스 상태이므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MENA지역의 높은 자기자본수익률(ROE)와 이머징마켓 및 아시아 전체 대비 각각 11.4%, 22% 디스카운트 된 것도 이 지역의 투자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위험요소: 유가 하락과 인플레.. 페그제 폐지로 극복 전망
다른 자원 수출국들의 시장과 마찬가지로 MENA지역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인플레이션과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이다. 추가적인 요인으로는 정치적인 위험과 부동산 과잉공급의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인플레이션
MENA지역의 고속성장은 자연스럽게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는 달러 페그제로 인해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MENA 국가들의 동반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이러한 금리 인하는 물가 상승을 유발시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작년 5월 달러 페그제를 폐지한 쿠웨이트를 비롯하여 향후 달러 페그제 폐지 움직임이 예상됨에 따라 인플레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원유 및 원자재 의존도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통해 큰 수익을 얻고 있는 많은 국가들은 가능성은 낮지만 유가 및 원자재 가격폭락에 따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투자자금 공급의 많은 부분이 원유 및 원자재 수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유가 폭락으로 인해 투자자금 공급이 어려워 지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어려움과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유발을 시킬 수도 있다.

정치적인 위험
이 지역의 고질적인 지정학적 불안은 투자를 회피하게 만드는 위험 요소다. 미국 대선 이후,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면 이라크 내외부의 정치적 갈등이 극도로 고조될 위험이 있다.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도 회교 원리주의의 발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특수 관계와 유럽 각국의 이해 관계가 이 지역의 안정에 직결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 손장한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