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약세기에 ELF도 초긴장

1. 개황

주가 약세에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주식펀드 투자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세든 약세든 대안상품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ELF(주가연계 펀드)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지난 2001년말 5개에 불과했던 ELF의 수는 주가가 정점을 이루었던 2007년 10월말 1,849개(설정액 15조2천억원)에서 지난 7월14일 2,822개(20조5천518억원)로 주가가 약세로 돌아선 이후에도 여전히 번창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률은 상당히 악화된 모습이다. 큰 손실을 본 채 상환된 펀드들이 늘어나고 상환에 소요된 기간도 길어진 반면 일평균 상환펀드 수는 줄어들고 있다. 운용중인 펀드들의 평균 누적수익률은 작년 10월말 -4%대에서 -11%대로 뚝 떨어졌고 평균 상환수익률도 1%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도대체 ELF시장에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 ELF(주가연계펀드) 상환 평균수익률

강세와 약세 기간 동안 ELF가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2개 구간의 상환수익률을 조사했다. 강세구간은 2007년초부터 10월말까지 302일간, 약세구간은 2007년11월1일부터 올해 7월14일까지 257일간이다.

[표1]은 2007년 이후 상환된 ELF현황을 보여주는 표이다. 일평균 상환펀드 수는 강세기간 5.1개, 약세기간 4.4개로 주식시장이 급변하자 줄어든 모습이 완연하다. 상환펀드들의 평균운용일수도 237일에서 252일로 더 길어졌다.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만기까지 가서야 상환되는 펀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운용기간이 길어졌음에도 상환수익률은 더 낮아졌다. 강세구간 단순상환수익률은 6.99%였으나 약세구간 상환수익률은 6.00%로 1%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더 재미있는 것은 개인고객 위주의 공모펀드와 법인고객 중심의 사모펀드간 차이다. 강세구간이나 약세구간이나 사모펀드의 일평균 상환펀드 수는 2.9개로 변화가 없으나 공모펀드 상환펀드 수는 2.2개에서 1.5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평균 운용일수는 사모펀드의 경우 234일에서 222일로 오히려 12일이 짧아졌으나 공모펀드는 242일에서 311일로 69일간이나 길어졌다. 공모ELF는 시장상황 변화로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더욱 늘어난 반면 사모ELF는 기간이 단축된 것은 법인들이 더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증거물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상환수익률이다. 사모펀드의 평균상환수익률은 6.86%에서 5.46%로1.4%포인트나 급락한 반면 공모펀드는 7.16%에서 7.06%로 0.1%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다. 이는 법인들이 주식시장 약세기를 맞아 기대수익률은 낮추되 조기상환 가능성이 높은 ELF를 많이 선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은 조기상환 가능성보다 눈에 보이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많이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공모펀드의 절대적인 상환수익률이 여전히 7%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사모펀드는 6%대 후반에서 5%대 중반으로 떨어졌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공모펀드는 상환에 소요된 기간이 길어졌을 뿐 아니라 일평균 상환펀드 수가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ELF 상환 수익률 대역별 분포

[표2]는 강세 및 약세 기간 동안 조기 또는 만기 상환된 ELF의 단순 및 연환산 상환수익률 분포다.



강세구간에서 상환(조기 혹은 만기상환)된 1,547개 펀드 중 67.1%에 해당하는 1,038개 펀드가 연환산 10~20%의 수익률을 올렸고 약세구간에서 동일한 수익률 대역의 상환펀드 비중은 66.0%(743개)로 유사한 수준이다.

연환산 상환수익률 기준으로 20%이상 성과를 올린 ELF비중의 경우, 강세구간이 1.0%(15개)인 반면 약세구간은 7.5%(84개)로 오히려 더 높아졌다. 정규분포를 가정할 때 성공한 투자자의 수만큼 실패한 투자자도 존재하는 법이다. 연환산 1%이하의 상환수익률로 사실상 실패한 ELF 비중은 강세구간이 1.7%인 반면 약세구간은 7.8%로 급격히 높아졌다. 약세구간 실패한 ELF의 비중 7.8%는 성공한 20%이상 실현 ELF비중 7.5%와 유사한 수준이다.

공모와 사모 ELF의 상환수익률 대역분석 결과도 재미있다. 약세구간만 놓고 보면 공모와 사모 ELF의 연환산 상환수익률 대역별 비중은 20%이상이 4.8% 대 8.8%로 법인투자자가 2배 가량 많았다. 그러나 사실상 실패한 수익률인 연 1%이하 펀드 수의 비중은 공모가 8.7%인 반면 사모가 7.4%로 법인투자자의 실패확률이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패확률이 낮았던 것은 약세 뿐 아니라 강세구간에서도 마찬가지(2.0% 대 1.5%)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기대수익률은 낮아도 달성가능성이 높은 ELF를 법인들이 더 선호했다는 앞서의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약세구간의 5~10%대역에서 공모와 사모의 비중이 각각 9.0% 대 18.5%인 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4. 상환 ELF 펀드별 현황

강세구간 7%, 약세구간 6%인 ELF의 평균상환 수익률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펀드 별 상환수익률을 살펴보면 어떤 경우는 일반주식펀드 이상으로 위험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표5]는 강세 및 약세구간 때 상환된 펀드들 중 상하위 수익률(공사모 구분없음) 5개씩을 나열한 것이다.



강세구간 때 상환된 펀드들을 살펴보면, ‘KB인덱스사모파생상품 5’와 ‘KB인덱스사모파생상품 4’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KOSPI200지수에 연계된 상품으로 KOSPI200지수가 기준일 주가지수 대비 10% 초과 하락한 적이 없는 경우 수익이 나는 펀드다. 그러나 펀드가 설정된 2007년 5월부터 KOSPI지수는 계속 상승세를 탔고, 두 펀드는 각각 17일, 48일만에 조기 상환되면서 5.79%(연환산 124.4%)와 9.23%(연환산 70.2%)라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반면, 알리안츠 운용의 ‘AGI-해피엔드파생상품G- 1’과 ‘AGI-해피엔드2파생상품G- 1’은 KOSPI200지수에 연계된 만기 3년짜리 상품이다. 이 펀드들은 지수가 20%이내 상승하거나 하락한 경우에만 수익이 나고, 지수가 20%를 초과하여 상승하거나 하락한 경우는 손실을 보는 구조다. 그러나 불행히 펀드가 설정된 2004년 8월 2일 이후로 KOSPI지수는 꾸준히 상승하며 첫번째 조기상환일이 되기 전에 20%를 초과했고, 결국 펀드는 원금을 모두 날린채 만기 상환됐다.

‘KB인덱스사모파생상품’이나 ‘AGI-해피엔드파생상품’은 모두 KOSPI200지수에 연계된 상품으로, 펀드가 설정되어 운용될 당시 KOSPI지수가 상승했지만 상환조건에 따라 두 펀드는 수익률에서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다.

약세구간에 조기 또는 만기 상환된 펀드들 중에도 연 50%이상의 놀라운 성과를 낸 펀드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우리CS운용의 ‘우리파워오일파생상품’ 5~8호 펀드처럼 연 70% 이상의 손실을 낸 펀드도 있다. 다시 말해 연계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손실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ELF는 일반적인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것 이상의 리스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5. 운용중인 ELF 개관



최근 시황에서 ELF가 처한 어려움은 운용중인 펀드를 봐도 알 수 있다. 7월14일 현재 운용중인 2,822개 ELF의 평균 운용기간은 248일인 반면 작년 10월31일에는 216일로 32일이 길다. 이는 주식시장이 예상외의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조기 상환되는 펀드 수가 적어졌다는 말이다. 운용중인 펀드들의 설정 후 단순평균 수익률은 7월14일 현재 -11.49%로 작년 10월말 -4.13%에 비해 크게 악화돼 있다.

6. 운용중인 ELF 수익률 분포

[표5]은 강세와 약세구간의 초일과 말일을 기준으로 운용중인 ELF의 단순누적 수익률 분포이다.



작년 1월2일 기준으로 운용중인 전체 1,330개 펀드 중 351개 펀드 즉, 26.4%의 펀드의 설정후 단순누적수익률이 5%를 넘는 수익을 냈으며, 작년 10월말에는 14.1%%, 종료일에는 5.7%로 큰 폭으로 줄고 있다. 반면 1%이하인 사실상 원금손실 펀드수의 비중은 작년초 44.6%에서 작년 10월말 65.3%, 올 7월14일 86.5%로 급증했다.

[표6]는 지난 7월14일 현재 운용중인 수익률 상하위 5개 펀드들이다. 공모와 사모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 누적수익률 상위 5개 펀드와 하위 5개 펀드들이다.



한국운용의 ‘해피엔드조기상환사모혼합L35’는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3년짜리 상품으로 지금까지 9번의 조기상환기회가 있었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88.19%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우리PowerIncome파생상품 2’는 -78.96%로 원금 20%수준도 위협받고 있다.

7. 맺음말

ELF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유연한 상품 구조 때문으로 보여진다. 수익은 다소 낮더라도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 있고, 원금은 보장되지 않지만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도 있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뿐 아니라 떨어지더라도 수익을 주는 상품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맞는 상품을 손쉽게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환된 ELF 중에 편입된 기초자산이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원금손실이 날 수도 있다. 나아가 ELF는 조건의 달성 정도에 따라 원금 전부를 까먹을 수도 있다는 또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높은 기대수익률에 현혹되지 않고 안전한 ELF를 가려내려면 펀드의 손실범위가 확정되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수준 이상, 혹은 이하가 될 경우 기초자산의 가격 하락률과 ELF의 손실률의 관계를 의미하는 참여율은 필수 확인사항이다. ELF의 설계는 과거 수익률 흐름을 기반으로 이루어지지만 투자 결과는 미래의 가격변화에 종속돼 있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높은 목표수익률에만 현혹되지 말고,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성, 상환조건 등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ELF는 중도 환매 수수료가 높아 현금화가 어렵고,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수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김혜숙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