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한파에 부동산 PF펀드 상환 '먹구름'

1. 서론

글로벌 경기침체 한파가 국내경제 뼛속까지 스며든 가운데 부동산 시장 역시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부도를 맞은 건설사는 32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0% 가까이 늘어났고 주택분양경기의 침체로 주택 미분양물량이 2008년 8월말 현재 15만 7,291호를 기록하는 등 주택경기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관련 금융상품의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인해 부동산 PF(Project Finance)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건설사의 부도건수가 늘어나면서 ABS(자산담보부증권)와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등의 부도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부동산 PF와 건설사가 발행한 ABS, ABCP를 편입하고 있는 부동산 펀드의 신용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현재 설정돼 있는 부동산 펀드들의 운용현황을 점검해보고 부실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부동산 PF금융의 개념

프로젝트 파이낸스(Project Finance, 이하 PF)란 대규모 위험사업에 자금조달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 상품이다. 일반적인 대출은 회사전체의 신용위험을 감안해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PF는 회사와 사업을 별도로 분리해 해당 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분석해 미래의 사업성을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대출이 이뤄진다. 이 중 부동산PF는 부동산 개발에 소요되는 토지비용 및 공사비 등으로 소요되는 대규모 자금을 개발업자에게 제공해주는 대출로 통상 시공사의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 등 신용 보증을 기반으로 대출이 진행된다.

부동산 개발에 있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직접적인 PF대출 외에도 PF대출을 기초로 발행된 ABS와 ABCP 등의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ABS(자산담보부증권, Asset-Backed Securities)이란 PF대출 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을 말한다. 금융기관은 대출금 회수를 기다릴 필요 없이 ABS를 발행함으로써 현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단위 아파트 단지나 거대한 빌딩을 짓는 데는 2~3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게 되는데 이 기간을 만기로 해서 발행되는 ABS 증권은 당연히 만기가 길 수 밖에 없다. 만기가 길면 유동성이 떨어지기 마련. 그래서 나온 것이 ABCP다.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Asset-Backed Commercial Paper)는 ABS와 CP(기업어음, Commercial Paper)를 혼합한 형태로 기간이 길어봐야 90일에서 1년 이내다. 다시 말해 ABCP는 건물 지을 땅과 건설회사 보증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발행한 만기가 단기인 증권이다. 그래서 건설이 끝나고 분양이 될 때까지 긴 기간을 계속 재발행하면서 연장해 나가게 되는데, 부동산시장에 침체가 오면서 만기가 짧은 ABCP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부동산 PF대출이나 ABS, ABCP는 분양수입을 통해 공사비에 선행해 1순위로 상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허가가 지연되거나 분양실적이 부진해 사업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PF대출은 금융회사와 협의해 만기연장을 하게 된다. PF대출의 경우 그나마 만기연장이 수월한 편이지만 ABS나 ABCP의 경우에 새로운 담보부증권 발행을 통한 차관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은행이나 시공사 등에서 대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자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분양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금융업과 건설업이 난관에 봉착한 것도 이 때문이다.




3. 부동산 펀드 현황

부동산펀드는 크게 개발형, 임대형과 대출채권형(PF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발형은 특정건물을 건축해 곧바로 매각하는 것을 목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펀드를 지칭한다. 현재 공모펀드 중에는 개발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임대형은 오피스건물을 직접 건축하거나 완공된 건물을 매입한 다음 이를 임대해 얻은 수익을 배당하고 만기 시에 빌딩을 매각해 시세차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반면 대출채권형은 부동산을 기초로 한 PF의 대출채권을 편입해 수개월 단위로 이자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분배하고, 해당사업 종료 후에는 사업차익을 나눠주는 형태다.

부동산펀드 중 최근의 신용위험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대출채권펀드의 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 11월 현재 총 20개 펀드에 1조 1,794억원의 규모로 설정돼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부동산펀드는 붐을 이루게 됐는데, 2004년 16개에 불과했던 대출채권펀드는 이듬해인 2005년에는 한해동안 36개가 증가했고 이듬해 말에는 부동산 대출채권펀드는 총 55개까지 설정됐다. 부동산 대출채권펀드의 설정 규모는 2007년 9월에 1조9,648억원으로 최고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건설사 마저 경영사태가 나빠지면서 부동산 펀드의 규모 또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2005년 이후 해지된 부동산 대출채권펀드의 상환정보를 살펴보면 이 기간 동안 104개 펀드가 상환됐고 평균 운용기간은 450일이었다. 상환된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펀드는 ‘마이애셋부동산10’로 총 273일 동안 운용한 결과 21.15%(연환산 28.28%)의 누적 수익을 기록했다. 반면 총 551일을 운용했던 ‘TOPS그린드포트특별자산 1’은 1.53%(연환산 1.01%)로 상환돼 연환산 상환수익률로는 가장 낮은 성과를 보였다. 이외에 ‘골든브릿지특별자산22’과 '맵스프런티어부동산 3'의 연환산 상환수익률이 10% 이상을 기록했고 나머지 대다수의 펀드들은 연환산 5~9%대의 누적 수익을 기록하며 상환됐다.




4. 부동산대출채권펀드 운용현황

현재 운용중인 부동산대출채권펀드는 총 18개로 이 중 절반가량이 2009년~2010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면서 준공이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저조해 짐에 따라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생겨 제때 상환이 되지 못하는 펀드들이 나올 것으로 보여 문제가 되고 있다.

KB웰리안부동산7 - 실제로 수원지역의 상가개발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KB웰리안부동산7’의 경우 지난 11월 11일 펀드의 만기가 도래했지만 상가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금의 반환을 연기한 상태다. 이에 운용사측은 상가의 미분양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만기를 연장했지만 현재 상가분양을 진행 중이며 매각이 이뤄지는대로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을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쯤 매각이 이뤄질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자산운용협회에서는 특별자산 펀드에 대해 약관상의 결산일을 펀드의 결산일로 간주, 이 펀드와 같이 청산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기준가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 펀드는 연환산 8.51%로 11일 상환된 것으로 공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하에서 투자자들이 실제 얻게 될 수익률은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다. 현재 투자자들은 청산이 이뤄질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골든브릿지특별자산18 - 부산의 메리어트 호텔 리모델링 분양사업에 투자하는 ‘골든브릿지특별자산18’은 2009년 1월 5일 만기예정이다. 아직 한달 가량 남아있으나 PF대출 만기(9월 6일)을 넘긴 상황에서 아직까지 자금회수를 하지 못한 상황. 운용사 관계자는 호텔을 매각해 자금 회수를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어 환매일자를 연기해야 할 상황이다.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 3C 1,2 - 양재동의 유통복합센터를 개발하고 있는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 3C 1,2’는 내년 2월 14일에 만기가 예정돼 있다. 펀드는 ABCP를 편입하고 만기 시에는 리파이낸싱을 상환하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최근 시장 여건상 리파이낸싱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운용사측에서는 만기까지의 기간이 다소 남아있어 만기상환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밝혔다.

PAM부동산 3 - 2009년 2월 20일 펀드의 만기 예정인 ‘PAM부동산 3’는 평택 모산영신 도시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부동산대출채권펀드다. 개발이익이 양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사업여건이 악화되고 있고, 2008년 7월 20일에 만기였던 PF 대출을 차주의 옵션(1회 6개월 만기연장)행사로 내년도 1월 20일로 연장했다. PF대출 만기까지 제때에 상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산은화성남양동우림필유특별자산1,2,3 - 이 펀드의 경우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의 아파트 개발사업에 투자하며 만기별로 1,2,3호로 구분돼 있다. 그 중 펀드 1호는 8월 29일 연환산 6.49%의 수익률로 상환됐다. 2,3호 역시 8월6일 기준으로 분양 계약률이 100%를 보이고 있어 상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칸서스용인죽전APT부동산 - 이 펀드는 2008년 12월 11일에 만기가 예정됐던 펀드로 용인시 죽전동에 있는 아파트 개발에 투자하는 펀드다. 설정 당시 펀드의 운용기간은 27개월이었으나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8월 수익자회의를 통해 운용기간을 30개월로 3개월 연장해 2009년 3월 11일에 만기가 된다. 현재 이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사업은 완공된 상태로 만기 상환을 위해 준비 중에 있다.

KB웰리안부동산8 - 이 펀드는 거제시의 아파트 분양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아파트 건설을 위한 부지확보 과정에서 알박기 문제로 인해 토지 매입비가 증가한데다 미분양 발생으로 펀드상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펀드는 원활한 분양을 위해 아파트 브랜드를 대형건설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설계와 마감재 등의 비용이 추가됨에 따라 사업비용까지 늘어났다. 매 6개월마다 연 7.5%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며 분양률이 60%이상인 경우 성공 배당을 제시해 최대 8.3%의 이자지급을 추구하는 펀드다. 그런데 운용사 측에서는 내년 3월 만기시 예상수익률에 크게 못 미치는 1~2%정도의 성과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도 이미 지급한 이자를 모두 포함해 산출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펀드는 손실이 난 상황이다.
이 펀드의 경우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들이 운용사 측에서 투자설명서와 달리 펀드를 편법운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판매사 측은 KB자산운용이 시행사의 우발채무 40억원을 대신 갚아주고 당초 선순위 채권으로 돼 있던 펀드의 원리금을 후순위로 돌리면서 펀드수익률이 낮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매사측에서 운용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골든브릿지특별자산13 - 2009년 5월 24일에 만기가 예정된 ‘골든브릿지특별자산13’는 시공사인 신성건설이 법원에 법정관리신청에 들어가면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실제 펀드가 사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펀드의 투자대상인 광주여객자동차터미널 신축사업이 8월말 기준으로 분양과 임대를 포함해 전체 기대 매출액의 73.9%를 달성하며 전체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상환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골든브릿지특별자산8 - 이 펀드는 롯데건설의 ‘캐슬스파월드’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8월말 현재 이 공사의 공정률은 36.31%, 분양율은 6.96%를 보이고 있다. 설정 당시 펀드의 만기일을 2009년 6월 24일로 정했지만 현 수준의 분양률과 2009년 5월~6월로 예정된 준공시점을 감안해 봤을 때 원리금 회수가 대출만기를 경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 펀드는 공동대주인 경남은행과의 리파이낸싱 및 사업권매각 등을 통해 원리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골든브릿지특별자산17 - 이 펀드는 영종도의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출채권펀드다. 2009년 8월 10에 만기 예정인 이 펀드는 지난 8월말 기준으로 3.73%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 66% 이상 분양이 되어야 원리금 회수가 가능한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분양을 통한 원리금회수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운용사에서는 리조트 전체에 대한 매각을 준비하고 있으며 리파이낸싱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산은양평동우림라이온스밸리특별자산 1,2 - 아파트형 공장을 개발하고 있는 ‘산은양평동우림라이온스밸리특별자산 1,2호’ 는 투자기간별로 구분되어있으며 1호는 8월 29일 6.5%의 수익률로 상환되었으며 2호는 8월 6일 기준으로 분양 계약률은 90%를 보이고 있다. 2009년 11월이 만기인 2호의 경우 상환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5. 결론

부동산펀드는 부동산관련 사업에 투자하는데 있어 대부분이 건축허가, 사업승인이 완료돼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때문에 여타의 부동산투자에 비해 안전한 편이다. 또한 비교적 높은 수익률과 인플레이션 헷지 효과, 그리고 부동산 실물 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 때문에 최근 몇 년간 큰 인기를 얻어왔다.

부동산 펀드 또한 위험을 담보로 수익을 노리는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손실이 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문제는 운용상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KB웰리안부동산8’는 최초의 운용 계획과 다르게 운용되면서 펀드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운용과정을 정확하게 공시하지 않아 최근 판매사에게 소송을 당한 상태다.

게다가 자산운용협회에서는 약관에서 정한 만기일을 펀드의 청산 여부와 상관없이 상환일로 간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제 날짜에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펀드의 경우 만기일이 지난 이후에는 이자지급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있고, 지금까지 청산된 부동산펀드의 상환수익률이 경우에 따라 부풀려져 있어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 외에도 최근의 부동산 경기 불황은 부동산 펀드의 투자 매리트를 감소시키고 있다. 부동산 펀드의 경우 길게는 3~5년간 투자는 펀드임에도 정해진 만기까지 환매가 제한돼 있어 최근과 같이 펀드의 만기 시점에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PF대출 상환 연기, 리파이낸싱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펀드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만기가 도래한 ‘KB웰리안부동산7’는 제때 상환이 되지 않는 상태이고 내년에 만기가 도래할 대부분의 부동산 펀드들 또한 제대로 상환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펀드 중 몇몇은 제때 상환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기존의 이자 배당을 제외하면 손실을 기록한 펀드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에서는 10.21대책을 발표해 대주단 협약을 통한 PF대출과 ABCP 만기 연장을 유도하고 건설사의 보유토지를 매입하기로 하는 등 건설업계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발등의 불을 끈 수준으로 건설업계의 유동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근본적인 유동성 문제의 해결은 수요심리의 회복으로 시장의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어야 가능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경기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해소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곧 상환을 앞두고 있는 부동산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 류승미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