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인의 펀드 위험등급 부여방안 제안

□ 제로인의 펀드 위험등급 부여방안 제안

1. 의의와 한계

투자위험등급 분류는 각 사마다 운용 중인 펀드의 특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동일한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큰 틀 안에서도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각 운용사들은 각 사가 운용중인 펀드의 특성 및 정확한 데이터를 이용해 위험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그러나 전체 펀드를 대상으로 비교 가능한 위험등급을 분류할 수 없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이에 반해 제로인은 전 운용사의 펀드에 동일한 잣대를 일관되게 적용함으로써 비교 가능한 위험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데이터의 확보나 가변적 운용전략을 알 수 없다는 것은 한계로 남는다.

2. 등급분류를 위한 접근 방법

펀드투자에 따른 위험은 가격변동위험, 신용위험, 유동성 위험, 집중도 위험, 운영 위험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제로인은 우선 쉽게 수치화가 가능한 가격변동위험(Market VaR)과 신용위험(Credit VaR)을 이용해 펀드의 총위험(Total VaR)을 계산해 위험등급을 부여하고자 한다. 다만 절대적 총위험의 크기를 이용해 위험등급을 구분하지 않고 상대적 비교를 위해 총위험을 표준화(제로에서 100까지 분포하도록 재구성)해 개별 펀드의 위험등급을 5단계로 분류했다. 또한 신용위험(Credit VaR) 측정 시 신용평가 3사들이 공시하는 채권의 등급별 부도율 자료를 장기적 추세로 활용하면서, 최근 3개월간의 시장에서 형성된 회사채의 신용등급별 스프레드 정보를 활용했다. 단기적인 시장의 내재된 부도확률(Market Implied Probability of Default)을 반영함으로써 시장의 단기 신용위험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위험등급별 표준화 점수대역은 3점이하 초저위험, 3~15점 저위험, 15~50점 중위험, 50~85점 고위험, 85~100점 초고위험 등이다. 총위험 절대값을 기준으로 위험등급을 구분하지 않은 이유는 시장 국면별 가격변동위험이 너무나 큰 편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위험등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표준화 점수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자산들의 위험특성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동태적으로 변동하므로, 데이터 분석기간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제로인은 시장의 상승국면과 하강국면을 다 포함하고 있는 2006년 1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를 분석기간으로 설정했다. KOSPI 데이터의 일별 변동성은 1.3%(상승국면)에서 2.2%(하강국면)로 1.7배 증가했으며, 10영업일을 가정한 표준적인 시장위험(Market VaR)은 8%(상승국면)에서 18.9%(하강국면)로 2.4배 증가했다. 전반기 1년의 위험 등급이 후반기 1년 동안 변화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 동일등급 유지율은 80%로 조사돼, 위험 등급화의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바젤 II 체계에서는 신용평가모형의 1년간 동일등급 유지율이 70% 이상이면 TTC(Through the cycle) 평가철학이라고 해, 경기변동과는 다소 무관하게 차주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최근 1년('07.11~'08.10) 동안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표 4>)에 의하면 MMF는 100% 모두 제일 낮은 등급인 5등급(초저위험)에 배정됐다. 채권형의 경우 3~5등급에 분포하는데, 4등급(저위험)이 80.4%로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고, 3등급(중위험)에 15.2%, 5등급 4.3%순으로 나타났다. 채권혼합형은 90%가 3등급에, 8.2%가 2등급(고위험), 1.7%가 4등급에 분포했다. 주식혼합형은 3등급에 72.3%, 2등급에 27.7%로 나타났으며, 주식형의 경우 98.3%가 2등급, 나머지 1.7%는 위험이 가장 높은 등급인 1등급에 분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과거 1년('06.11~'07.10) 기간을 분석한 결과 역시 최근 1년의 분석결과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주식형의 경우 1등급과 2등급에 각각 10.4%, 89.6% 분포하여 고위험과 초고위험군에 집중되는 모습이며, 주식혼합형의 경우 2등급과 3등급에 각각 35.1%, 64.9% 분포하고 있다. 채권혼합형과 채권형은 3~5등급에 분포하고 있으며, MMF는 100% 모두 5등급을 부여 받았다. 주식형에 비해 채권형의 경우 최근 1년 동안의 높아진 신용위험도를 반영하여 전반적인 위험 등급 분포는 전반기 1년에 비해 하반기 1년에 상위등급 쪽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2년 전체기간을 이용한 분석결과 역시 위의 두 기간에 대한 분석결과와 매우 유사한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금융투자협회가 표준투자권유준칙에 제시한 획일적인 '금융투자상품별 투자위험도 분류기준'보다 유연성을 갖춘 결과라 할 수 있다.




가령, 표준투자권유준칙에서는 펀드가 혼합형인 경우 중위험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제로인의 분석에 따르면 주식혼합형은 2~3등급에 분포하지만 채권혼합형의 경우는 3~4등급으로 다르게 나타났다.

또한 분석결과는 모든 펀드들에 대해서 일관된 측정기준을 적용해 산출한 결과이므로, 현재 운용사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동일유형 펀드에 대한 업계의 서로 다른 자의적 위험 등급부여에 따른 투자자들의 혼선 방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 펀드별 위험등급 현황

가. 주식펀드 外

주식펀드를 제외하고 펀드별 위험등급 현황을 살펴보면, 공모주하이일드 펀드들의 등급분포가 눈에 띈다.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한편 일부자금을 공모주에 투자하고 있다. 수익률 변동성은 일부를 제외하고 대체로 중기채권펀드와 유사한 편이나 보유채권의 신용등급이 천차만별이다. 이에 따라 신용위험이 높게는 42.7%에서 낮게는 3.2%까지로 다양해 위험등급 또한 고위험에서 저위험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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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펀드 또한 하이일드펀드와 유사한 형태를 가지나 등급분포 대역은 이보다 좁다. 실제 보유자산이 부도난 도이치코리아채권과 역시 크레딧 투자를 하고 있는 Tops적립식채권1(이상 중위험)을 제외하고 대체로 저위험등급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대부분 자산을 국공채에 투자하고 투자채권의 잔존만기가 짧아 수익률변동성이 낮은 안심국공채KM 1B와 골드플랜연금채권A1은 MMF와 함께 초저위험등급으로 분류됐다.

해외채권펀드는 환변동성으로 인해 국내채권혼합펀드와 유사한 수익률변동성을 보인다. 이에 따라 대부분 중위험펀드로 분류됐다. 만일 해외채권의 신용위험까지 반영할 경우 이보다 더 높은 위험등급을 부여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 주식펀드

주식펀드의 위험등급 분포는 초고위험부터 중위험까지 다양하다. 총손실위험의 절대 크기만 보면, 중국주식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차이나어드밴티지주식형1이 62.2%(초고위험)인 반면 글로벌주식에 분산투자하는 슈로더올인원성장형재간접은 28.5%(중위험)로 두 배나 차이가 난다.

국내펀드를 살펴보면 인덱스펀드들이 특징적이다. 어떤 지수를 추종하는가에 따라 초고위험등급과 고위험등급으로 나눠진다.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TIGER SEMICON상장지수 펀드는 총손실위험 60.9%로 초고위험펀드로 분류된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 ETF(삼성)은 총손실위험 49.2%로 고위험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정하는 인덱스펀드의 위험도는 국내주식펀드들 중 중간에 속하는 편이다.

국내주식펀드 중 배당주펀드, 가치주펀드 계열은 대체로 고위험등급 중 낮은 측에 속하고 대표적인 성장주펀드인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은 초고위험등급 펀드로 분류됐다. 또 중소형주펀드도 성장주펀드와 함께 총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펀드 중에는 중국주식펀드인 미래에셋차이나어드밴티지주식형 1이 초고위험으로 분류됐으나 글로벌 주식펀드에 분산투하는 슈로더올인원성장형재간접은 중위험펀드로 분류돼 눈실을 끈다. 또 봉쥬르유럽배당주식1, TOPS JAPAN재간접1 등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고위험으로 분류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총위험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3. 제로인 펀드위험등급 부여 기타조건 및 향후 과제

제로인의 위험등급 부여체계는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어 가변적이다. 시장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잦은 등급변화는 투자자들에게 자칫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로인은 펀드위험등급을 3개월에 1회씩 측정하되 1차 등급변화가 있는 경우, 등급변화 가능성을 공지한 후 3개월 뒤에도 변화된 등급을 유지할 경우에만 등급을 조정할 계획이다.

시장위험 측정기간은 대상 펀드의 축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2년간 데이터를 이용하되 향후 3년간의 시장위험도를 반영할 예정이다. 측정기간이 길어질수록 '상승과 하락'을 모두 포함하게 돼 위험등급의 정합성이 높아지는 한편 등급의 안정성 또한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대상펀드의 운용기간이 시장위험측정 기간에 미달할 경우, 우선 펀드의 벤치마크를 이용해 1차 가(假)등급을 부여하고 6개월 이상 운용되면 가장 유사한 수익률 움직임을 보인 펀드의 위험등급을 차용하게 된다.

제로인의 펀드위험등급 체계는 기본적으로 가격변동위험과 신용위험만을 반영하고 있고 유동성위험, 집중위험은 배제됐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특히 해외펀드는 기초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신용위험을 측정하지 못했다는 문제도 있다. 제로인은 향후 데이터의 정합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올 하반기 중 유동성위험, 집중위험이 손실가능성에 미치는 정도를 추가 연구해 위험등급체계의 정밀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이번 연구에서 제외된 ELF의 위험등급 분류방법도 추가 연구해 발표할 예정이다.

운용사들은 각 사가 운용 중인 펀드만을 대상으로 위험을 측정하고 등급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운용단계에서 각기 다른 위험에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으로 위험등급을 부여해서는 곤란하다. 비합리적이고 일관되지 못한 위험등급 부여는 향후 제기될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법적 분쟁에서 대항력을 상실해 투자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운용사들이 펀드평가사처럼 전 펀드를 대상으로 정교하게 위험을 측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운용사들은 검증된 합리적 기법을 이용한 위험등급 부여기준을 세워 일관성을 확보하는 한편 주기적(최소 1년주기)으로 시장변화를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박종한 제로인 리서치팀 부장, Ph.D., CFA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