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표방 펀드, 진짜 가치 투자하나?

1. 문제 제기

약세국면 진입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가치주 펀드’를 추천하면서 운용사들도 속속 가치주 혹은 가치투자 펀드를 표방한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과연 이 펀드들은 표방하는 명칭에 걸맞는 운용을 하고 있는 걸까?

사실 가치주 투자 혹은 가치투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펀드매니저마다 저마다 생각하는 ‘가치’의 개념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조사해봤다. 이를 위해 우선 펀드 명에 가치(Value)라는 단어가 들어갔거나 투자설명서에 ‘가치’를 표방한 펀드들을 가치주 펀드와 가치투자펀드로 대별했다.

가치주 펀드는 운용전략상 재무제표 및 재무주가비율 등을 이용해 저평가된 주식을 선정하는 전략을 가진 펀드를 의미한다. 이에 반해 가치 투자펀드는 저평가 주식에도 투자하지만 성장성이 높은 기업도 동시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여하튼 이 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PER(주가수익배율), PBR(주가순자산배율), 시가배당률 등을 살펴봤다. 또 수익률변동성(표준편차)도 조사했다. 이는 흔히 가치주 계열펀드의 특성이 수익률 안정성이기 때문이다.

2. 주식 투자스타일이란 무엇인가?

주식을 구별할 때 흔히 업종을 많이 사용한다. 산업적 특성에 따라 실물경기를 타는 속성이 다르므로 수익률 움직임이 다를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러나 산업화 진전으로 단일 업종만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줄어들면서 또다른 구분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1980년대 이후 급속히 파급되기 시작한 것이 스타일 분류법이다. 스타일 분류는 수익률 군집화 현상(유사한 수익률 패턴을 보이는 현상)을 보이는 주식군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크게 가치주와 성장주로 구분하고 다시 대형주와 중소형주로 구분하는 주식구분법이 스타일 분류이다.

이후 과연 가치주와 성장주를 사전에 파악하기 각종 재무적 분석이 가해졌다. 이들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성장기업이란 기업들의 평균 이익에 비해 적어도 2배 이상의 비율로 꾸준하고 빠르게 이익이 성장하는 기업을 말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런 성장기업들의 이익 증가력에 대해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주식을 매입하려고 한다.

가치기업이란 현재의 이익의 성장성 보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매력적인 기업을 말한다. 이런 기업의 이익은 전혀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현금, 자회사, 브랜드네임 등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여 가치기업의 주식을 자산주라 하기도 한다.

펀드의 경우 운용 전략상 성장주식에 혹은 가치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을 성장스타일 펀드, 가치스타일 펀드라 부른다.
두 스타일 펀드의 경우 대체적으로 주가수익률(PER)을 지표로 사용 하고 있다. 주가수익률(PER)을 계산하는 공식은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이다(PER = P/EPS). 하지만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심오한 내용이 들어있다. 투자에 있어 주가수익률(PER)이라는 수치는 낮을수록 좋다. 그만큼 주식이 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률(PER)값이 작기 위해서는 분자(P)가 작거나 분모(EPS)가 커야 할 것이다.

주당순이익(EPS)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성장스타일의 펀드들인데 이들의 경우 주당순이익이 높게 나오는 반면 주식 가격 역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주가수익률(PER)이 높다. 하지만 EPS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줘야 한다는 것이 성장주 펀드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주식 가격에 관심이 큰 가치스타일 펀드의 경우에는, 성장이 어느 정도 둔화된 ‘가치기업’의 주가가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아졌을 때 주식을 사 적정 가격을 회복했을 때 되파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낮아 주가수익률(PER)이 낮다고 무조건 가치스타일 펀드의 투자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의 산업 체계가 변화하여 더 이상 성장 할 수 없어 주식가격이 낮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치스타일 펀드는 추가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배당수익률을 참고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기업의 장부가치에 대한 시장의 가격을 판단하는 지표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다는 것은 가치기업(자산주)으로서 요건을 충족시키는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배당은 기업의 이익으로부터 지급되지만 결코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이익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전혀 이익이 없으면 배당을 연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성장주)은 이익을 재투자하기에 바빠 배당을 지급하는 일이 드물다. 정말로 실속있고 성장안정세에 접어든 기업들만이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배당을 지급할 수 있다.

3. 투자설명서를 통해 확인한 가치주 혹은 가치투자 펀드의 특성

국내 주식형 펀드 중 펀드명에 가치(밸류, Value)가 들어간 20개 운용사의 25개 펀드(제로인 동일유형이면서 동일운용사 펀드가 복수로 존재할 경우 운용규모가 큰 펀드 선택)의 투자설명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이하 가치주 펀드) 15개와 가치주는 물론 미래의 가치 즉 성장주에도 투자하겠다고 밝힌 펀드(이하 가치투자 펀드) 10개로 구분할 수 있었다.

가치주 펀드와 가치투자 펀드는 적정가치를 회복할 때까지 보유하는 전략(Buy&Hold)을 추구하며 단기 추세에 따른 매매를 지양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였다.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를 살펴보면 크게 PER, PBR, 시가배당수익률로 압축할 수 있다. PER 및 PBR가 낮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을 선호한다. 다만 가치투자 펀드는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은 싫어한다. 가치투자 펀드는 배당성향이 낮으면서 시가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을 선호한다는 말이다. 이유는 투자자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기업도 동시에 성장해야 한다는 투자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부수적으로 EV/EBITDA(기업가치/감가상각전 영업이익), PSR(주가매출액배율), 부채비율, 순이익성장률, 기업의 시장지배력, 산업 진입장벽 등을 살펴 투자한다고 했다.



4. ‘가치’ 표방 25개 펀드의 공통점 분석
투자설명서를 통해 살펴본 가치주펀드와 가치투자펀드의 공통점은 크게 PER, PBR, 시가배당률 등이었다. 이에 따라 2008년 1년간 운용된 가치표방 펀드의 평균적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봤다. 또 가치주식이 ‘안정적’이라는 일반적 기대에 부응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2008년 1년간 수익률 표준편차(변동성)을 조사해 KOSPI200 및 주식펀드 평균값과 비교했다.

1) 포트폴리오 기준 분석

(1) 제로인 스타일 분류


제로인에서는 펀드 투자 스타일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가로3X세로3(가로5X세로5)으로 구성된 스타일 박스를 보여주고 있다. 스타일 박스는 펀드가 실제 투자하고 있는 자산의 성격을 보여줌으로써 펀드가 가진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펀드가 보유한 주식의 스타일은 시가총액을 내림차순으로 정렬한 후 상위 5%에 해당하는종목까지를 대형주(상위 1%이내 초대형주), 5%에서 20%까지를 중형주, 20%초과 종목을 소형주(50~100% 초소형주)로 구분한다. 또 PER PBR를 시장평균값과 비교해 일정폭 이상 낮으면 가치주, 높으면 성장주로 구분한다. 상대PER, 상대PBR(이하 밸류값)는 시장평균과 비교하기 때문에 시장과 동일하다면 두 지표 값의 합은 2.0이 된다. 이에 따라 밸류 값을 기준으로 1.75이하는 가치주, 2.25초과는 성장주로 나누되 그 사이는 혼합주라고 칭한다. 그런데 혼합주에 속하는 펀드가 너무 많아 제로인은 이를 세분하고 있는데 밸류값이 1.75~1.95 사이를 혼합가치주, 2.05~2.25 사이를 혼합성장주라고 부른다.

모든 펀드매니저가 제로인과 동일한 가치분류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제로인 기준에 의한 펀드스타일 분류는 매니저가 생각하는 가치주, 성장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여러 척도 중 하나의 척도를 통해 펀드들의 특성을 살펴본다는 한계를 인정한다면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2) 펀드 스타일 확인

펀드명에 가치(밸류, Value)가 들어간 펀드와 투자 설명서 상 가치스타일 또는 가치투자를 지향한다고 되어있는 20개 운용사의 25개 펀드의 2008년 한 해 동안 평균적인 투자스타일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치주스타일 펀드는 7개(28%), 혼합가치주스타일 펀드는 8개(32%), 혼합주스타일 펀드는 5개(20%), 혼합성장주스타일 펀드는 3개(12%), 성장주스타일 펀드는 2개(8%)였다. 조사대상 25개 중 60%의 펀드가 제로인 기준으로 가치주 혹은 가치주와 가까운 펀드였던 셈이다. 특이점은 가치주 펀드임을 표방한 펀드 15개 중에서 2개 펀드나 PER나 PBR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주스타일 펀드였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성장주에도 투자한다고 밝힌 가치투자펀드 중에서는 평균적 성향이 성장주스타일인 펀드는 없었다는 점이다.

밸류 값을 구성하고 있는 상대 PER와 PBR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상대PER가 0.9이하인 펀드는 가치주 펀드에서 6개(40%), 가치투자 펀드에서 3개(30%)로 나타났고, 상대PBR값이 0.9이하인 펀드는 가치주 펀드에서 8개(53%), 가치투자 펀드에서는 3개(30%)로 나타났다. 가치주 펀드에서 상대적으로 PBR이 낮은 펀드가 많았던 셈이다. 또 가치주 펀드의 경우 상대PBR이 낮은 펀드는 모두 상대PER역시 0.9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가치주펀드의 종목선정 방식이 주가재무비율 등 지표중심인 반면 가치투자 펀드는 지표를 참고하지만 정성적 판단이 강하게 반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200지수의 단순평균 시가배당률보다 0.1%포인트 이상 높은 펀드를 조사한 결과, 가치주 펀드 중 6개(40%), 가치투자 펀드 중 4개(40%)로 비중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주 펀드에서 시가배당률이 높게 나타난 6개 펀드 중 1개를 제외한 5개 펀드가 밸류값(상대PER+상대PBR) 역시 1.8 이하로 낮게 나타났고, 가치투자펀드는 4개 모두 밸류값이 1.8 이하를 보였다. 가치주와 가치투자 펀드 모두 시가배당률이 높은 펀드가 밸류값 역시 낮았다는 말이다.

한편 월간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펀드 설정일 이후부터 꾸준히 제로인 기준에 의해 가치형을 유지한 펀드는 가치주펀드, 가치투자펀드를 통틀어 3개뿐이었다. 이들은 국내 대표 가치스타일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와, 세이운용의 ‘세이가치형주식’펀드, 그리고 MF중형가치지수를 추종하는 ‘우리CS KOSEF중형순수가치’이다.



2) 과거 수익률에 대한 분석

가치주 스타일 펀드는 낮은 수익률 변동성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하여 2008년 가치 표방펀드들의 표준편차를 조사해봤다.

대상 펀드 중 가치주 펀드에서 3개, 가치투자 펀드 2개를 제외한 전체 펀드들이 코스피200지수의 변동성 보다 2%포인트 이상 낮게 나타났다.
또한 펀드의 밸류값과 표준편차와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대체적으로 밸류 값이 낮은 펀드의 표준편차가 낮은 걸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MF중형가치인덱스를 추종하는 ETF인 ‘우리CS KOSEF중형순수가치’는 낮은 밸류 값으로 2008년동안 제로인 기준에 의해 줄곧 가치주스타일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 또한 2008년간 수익률은 중소형지수에 비해 4.2%포인트 낮았다. 이는 가치주보다 중형주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 결과라고 판단된다.





7. 결론

결론적으로 ‘가치’를 표방한 펀드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PER, PBR 등 재무상태에 비해 주가가 낮은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이거나, 혹은 시가배당률이 높은 주식, 수익률 변동성이 낮은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많았다는 말이다.

딱 꼬집어 가치주 혹은 가치투자가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사회는 아직 완전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번 펀드분석 결과를 보면, 대체적인 개념 합의에는 성공한 것 같다.
다만 펀드 이름이나 투자설명서 상 동일하게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운용사 마다 종목을 선택하는데 있어 사용하는 지표의 종류, 기준 값 등이 천차만별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TRUE VALUE주식1(유진운용)의 경우 펀드 명에 ‘가치’가 포함돼 있고 투자설명서에서도 가치투자를 천명하고 있음에도 수익률 변동성은 코스피200보다 0.6%포인트 높고 평균 시가배당수익률이 1.58%로 매우 낮았다. 특히 2008년 운용기간 중 단 한번만 가치주스타일을 보였을 뿐 혼합성장주와 혼한가치주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결국 시장흐름에 따라 모멘텀 투자를 했다는 말이다. 이는 시장에서 생각하는 가치주 혹은 가치투자 스타일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이 펀드 외에도 PER PBR 시가배당률 수익률변동성 모두 가치주스타일을 드러내지 않았던 펀드가 농협CA아이사랑적립주식 1, 칸서스하베스트멀티주식 1, KB스타다가치성장주적립식주식 1 등 3개에 달했다.

이처럼 펀드명 혹은 설명서상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도 운용사 별로 투자하는 특징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가치스타일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는 단순히 전략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 보다 실제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보다 세심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 류승미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