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비용, 수익률에 영향 주나?

1. 서론

펀드의 기준가격을 이용한 수익률은 보수 등 각종 비용을 공제한 후 산출된다. 따라서 비용이 많으면 펀드 수익률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인덱스펀드의 경우 매니저의 종목선정 및 자산배분 능력이 반영되지 않고 시장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따라가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에 대한 수익률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반면 일반주식펀드는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들쑥날쑥 하기 때문에 비용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조사결과 이 같은 추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인은 작년 9월말 기준으로 과거 6년9개월 동안 100억원 이상인 일반주식펀드를 대상으로 신탁보수율에 따른 성과차이를 조사해 봤다.(2009 KOREA BEST FUND 89쪽 ‘보수율 높은 펀드 성과는 과연’ 참조, 별첨 참조) 신탁보수율 별로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보수율이 비싼 그룹과 싼 그룹의 평균 수익률 격차를 조사한 결과, 싼 그룹이 연평균 2.15%포인트 높은 수익률(보수율 격차는 1.75%포인트)을 기록했다. 일반주식형펀드 역시 인덱스펀드처럼 보수율 만큼 수익률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하지만 펀드에 들어가는 비용은 신탁보수 외에도 펀드회계감사비용, 채권평가보수, 예탁결제수수료 등 기타비용이 존재한다. 신탁보수율과 기타비용률을 합해 TER(Total Expense Ratio : 총비용비율)이라고 한다. TER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펀드비용에는 유가증권 매매거래비용도 존재한다. 이 같은 비용과 수익률은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을까?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08년 한 해 동안의 TER(Total Expense Ratio : 총비용비율)과 유가증권 매매중개수수료를 이용해 비용과 성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해봤다.

TER는 신탁보수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과연 매매중개수수료, 즉 주식펀드의 주식거래비용은 펀드 수익률과 어떤 상관성을 가질지 궁금하다. 주식매매의 성패에 따라서 거래비용이 비싸더라도 수익률이 높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비용과 펀드성과

200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자산운용협회에서 공시한 2008년간 펀드비용과 성과와의 관계를 알아봤다. 이를 위해 일반주식형펀드 중 2008년간 평균 순자산총액이 50억원 이상인 펀드를 대상으로 했다. 또한 운용펀드(모펀드, 종류형 운용펀드)를 제외했고, 종류형 클래스펀드는 대표펀드를 대상으로 했다. 대상펀드의 신탁보수, TER, 매매중개수수료를 기준으로 각각 3그룹으로 구분한 후 각 그룹별 단순 평균수익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신탁보수율가 낮은 그룹의 평균 보수율은 1.38%로 높은그룹의 보수율 2.72%보다 1.35%포인트 낮았다. 또 신탁보수가 낮은그룹의 2008년도 단순평균 수익률은 -39.14%로 높은그룹 -41.40%보다 2.2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대한 성과에서도 보수가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TER가 낮은그룹은 1.43%로 높은그룹 2.73%에 비해 1.31%포인트 낮았다. 신탁보수율 격차 1.35%포인트보다 0.04%포인트 작은 셈이다. TER가 낮은그룹의 연간 수익률은 -39.12%로 높은그룹 -41.06%보다 1.95%포인트 높았다. 이는 펀드의 TER내에서 신탁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95%가 넘는 점을 감안할 때 TER에 따른 차이 역시 신탁보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신탁보수율만 비교했을 때 보다 그룹간 수익률 차이가 더 좁혀졌다. 이유는 계산방식의 차이와 측정기간이 짧은 데 따른 오류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신탁보수율은 정해진 비용률을 365로 안분해 펀드기준가격에 반영하지만 기타비용률은 일시에 발생한 비용을 펀드순자산 연평잔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기타비용이 어느 시점에 발생했는지에 따라서 TER가 과대 혹은 과소 계상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측정기간이 충분히 길었다면 TER의 정확성은 높아졌겠지만 1년간의 자료만을 이용하다 보니 데이터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외견상 TER보다 신탁보수율이 더 중요한 것처럼 나타났지만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TER를 투자지표로 우선 고려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펀드 내에서 종목교체에 따른 매매비용과 수익률와의 관계도 살펴봤다. 유가증권 매매중개수수료는 펀드별로 천차만별이었다. 낮은 그룹의 평균수수료율은 0.15%에 불과했으나 높은그룹은 1.04%에 달해 0.89%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그런데 두 그룹간 수익률 격차는 신탁보수율이나 TER와 달리 0.43%밖에 나지 않았다. 수수료율 격차와 비교할 때 의미 있는 차이로 보여지지 않는다.

매매수수료와 성과에 관한 외국의 연구를 살펴보면, 적극적 운용으로 종목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날 경우, 장기성과에 있어 종목 교체에 따른 비용을 감안한 수익률이 시장에 대해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게 대세이다. 이번 조사결과 역시 매매중개수수료가 낮은 펀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조사 기간이 짧아 신탁보수율 격차만큼 수익률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추론이 옳은지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TER 및 매매중개수수료 데이터가 좀더 축적될 때까지 유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찌됐건 일반주식펀드의 성과는 신탁보수가 낮을수록 양호했고, 매매중개수수료와는 상관성이 낮은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통계일 뿐이다. 다시 말해 펀드별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일반주식펀드의 경우 신탁보수가 높더라도 운용의 성패, 혹은 운용전략에 따라 성과가 좋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주식 1’의 경우 신탁보수가 2.84%로 높은 그룹에 속해있지만 2008년 성과는 -34.54%를 기록했다. 이는 일반주식형 중 상위 5%에 속하는 우수한 성과다. 이처럼 2008년 성과가 우수한 펀드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 배당수익률이 높고 가치투자스타일을 보이는 펀드로 나타났다. 단순히 보수보다 펀드 스타일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보수가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전략으로 운용되고 있는 일반주식펀드의 경우, 단순히 비용만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 좋은 물건이 더 비싸듯, 더욱 우수한 전략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펀드는 그만큼 많은 비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물건을 굳이 비싸게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에 동일한 전략을 구사하고 운용능력도 유사하다고 판단된다면 보수가 싼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판단된다.

결론

펀드에는 다양한 비용이 있는데, 금융투자협회에서 2009년 2월10일부터 기존 기타비용에 대한 내용 중 매매중개수수료를 떼어내어 공시 했다. 매매수수료를 기타비용에 포함시켰을 경우 펀드 설정초기나 대량환매 등 보유자산의 집중매매로 인해 매매수수료가 지나치게 반영될 경우 기타비용이 과다하게 측정, 총비용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계열 증권사 밀어주기, 무리한 주식매매 등에 대한 감시를 위해 TER과 매매중개수수료를 분리하여 발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공시된 자료가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결과, 신탁보수에 의한 수익률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또한 매매중개수수료는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매매비용이 높다는 것은 펀드 운용 중 주식, 채권, 선물 등의 교체가 빈번한 모멘텀 투자를 지향하는 펀드로 전략을 확인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즉, 가치투자를 지향하면서 매매비용이 높은 펀드는 실제 운용스타일이 가치투자펀드인지 혹은 지나치게 수수료가 비싼 증권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는 대상 기간이 짧고, 선취수수료를 고려하지 않아 직접적으로 투자자들의 부와 연결하여 해석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펀드 비용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만큼 현명한 투자자라면 펀드 투자 시 비용이 작은 펀드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비용이 작은 펀드를 고를 때 총 비용을 고려한 TER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TER내에서 신탁보수에 비해 기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으므로 신탁보수만으로 비용을 판단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선취판매수수료를 감안할 경우 투자기간에 따라서도 투자기간 중 지불하는 비용에 차이가 생긴다. 하여 펀드 선택 시 투자예상기간에 따른 보수를 감안해야 한다. 제로인에서는 선취수수료와 신탁보수를 투자기간을 감안하여 동일 유형 내에서 비용 정도를 평균이하  평균수준  평균이상 3단계로 구분하여 제공하고 있다. 펀드 투자 시 좋은 지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 류승미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