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국면 국내주식형 줄고 해외주식형 증가한 배경은?

실물경제 침체가 진행 중이나 각국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및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한국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코스피는 작년 10월 27일 946.45포인트로 바닥을 찍은 후 4월말 현재 1369.36포인트로 6개월 남짓 만에 저점대비 44.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전의 급락만 없었으면 ‘폭등’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상승폭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주식시장 대부분도 저점 대비 40~50% 수준의 반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펀드 수익률의 회복과 달리 자금시장은 국내투자펀드와 해외투자펀드가 조금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내주식펀드의 자금은 소폭이나마 시장을 이탈하고 있으나 해외주식펀드 자금은 유입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지수하락을 틈타 꾸준히 물타기를 했던 투자자의 경우 차익실현을, 큰 폭의 손실에 전전긍긍하던 투자자의 경우 원금회복을 눈앞에 두고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자금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작년 10월말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 6개월간을 나눠 각각 전기(2008년5월~10월말), 후기(11월~2009년4월말)로 구분했다.

1. 반등기 펀드 자금, 국내주식형 줄고 해외주식형 늘어

전후기를 통틀어 주목할만한 자금동향은 국내주식형과 해외주식형에서 발견할 수 있다. 국내주식형의 경우,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던 전기에는 4조3,259억원의 설정액(결산 재투자에 따른 설정액증가금액 제외)이 증가한 반면 반등세로 돌아선 후기에는 2,480억원만 증가했다.

특히 코스피가 저항선이라 여겨졌던 1350~1400선 돌파시도를 반복했던 4월 중에는 무려 3,707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해외주식형의 설정액은 전기엔 3조7,110억원이 급감했으나 후기에는 6,367억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특히 급반등세를 보였던 3월과 4월엔 각각 389억원, 718억원이 늘어나기까지 했다.

국내주식형과 해외주식형이 전혀 상반된 자금동향을 보인 것이다. 하락 막바지에 국내주식펀드로 자금이 유입된 것은 저점이라고 인식한 투자자들이 물타기 내지 신규매입에 나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외주식펀드에서는 끝 모를 하락을 지속하던 전기에 자금유출이 훨씬 심했고 반등세로 돌아서자 순유입 양상까지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상반된 태도는 투자정보 및 판단력 부족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정보량뿐 아니라 경험이 많은 반면 해외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강세국면이든 약세국면에서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 한 채 시장분위기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소 현명하지 못한 해외주식펀드 투자패턴의 원인을‘정보 및 경험부족’때문일 것이라는 추론을 더 강화시키는 것은 지난 2006년, 2007년 강세국면에서의 펀드자금 동향이다. 2006년 국내주식형과 해외주식형의 설정액 순증액은 각각 14.2조원대 6.7조원이었으나 주가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2007년에는 각각 19.8조원, 36.6조원이었다. 특히 한국은 물론 중국주식시장이 최고점을 경신했던 2007년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설정액 순증액은 국내주식형이 3조원이었던 반면 해외주식형은 6.5조원에 달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은 해외펀드 주식시세차익 비과세(2007년 6월~2009년 말)혜택을 꼽을 수도 있겠으나, 해외투자에 대한 정보 및 경험부족으로 인해 과거 수익률이 해외펀드 투자의사결정에 보다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항셍H주식 및 신흥국지수는 각각 12%, 32%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54%나 급등하자이듬해인 2006년 펀드 설정액 순증가 금액은 국내주식형이 해외주식형보다 두 배나 많았다. 2006년 코스피 지수 상승폭이 4%에 그치는 동안 항셍H주식 및 신흥국주가지수는 94%, 26%나 상승하자 해외주식펀드의 자금순증 규모는 국내주식형의 두 배에 달했다.

해외투자 정보인프라는 2007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따라서 최근 자금시장의특징, 즉 해외펀드 자금의 지수 후행적 패턴이 정보 및 판단력 부족에 따른 엇박자라고 해석하고자 한다.

2. 후행적 투자패턴, 중국주식펀드에서 특히 심해

세부 유형별로 살펴보면, 중국주식펀드에서 후행적 투자패턴의 전형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주식펀드의 설정액은 전기(수익률 -51.0%)에 8,654억원이 감소했으나 반등세로 돌아선 후기(21.2%)에는 무려 2,248억원이 증가했다.




사실 평균 47%가 넘는 손실을 경험한 전기에는 중국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지역 및 국가에서 설정액 감소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북미주식(+36억원)과 금융섹터(+836억원)에 신규설정펀드의 영향으로 설정액 순증이 있었다.

후기에는 경기회복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초소재섹터(+289억원), 그 동안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매수세로 급등하고 있는 러시아주식(1,794억원)위주로 제한된 설정액 순증이 있었다. 특히 이들 유형의 설정액 순증은 성과가 급등한 3월과 4월에 집중돼 있었다.




국내주식형의 경우 전기에 일반주식과 KOSPI200인덱스에는 각각 2조 8,138억원, 1조 696억원의 설정액이 증가하는 등 중소형주식 펀드의 설정액 감소(-243억원)를 제외하면 모든 소유형에서 설정액 순증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중소형주식이 신용위기 상황에서 대형주식에 비해 투자자로부터 외면 받는 경향이 있다. 이는 중소형주식 펀드의 상대적인 수익악화로 이어져 설정액 순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후기에는 삼성그룹주 적립식펀드들의 영향으로 테마주식으로 1,719억원의 설정액이 순유입됐다. 그러나 3월과 4월 들어 급등한 증시의 영향으로 규모는 미미하지만 순환매가 전유형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국내채권형의 경우 전기에는 일반채권(+1,199억원)을 제외한 모든 소유형에서 설정액 순환매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채권의 자금유입은 세제혜택이 부여된 회사채 투자 펀드들의 신규설정 덕분이다. 반면 초단기채권(-1,197억원)은 저금리기조의 영향으로, 하이일드채권(-1,114억원)은 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불안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기에 설정액 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LF가 전기에는 6,783억원의 설정액 순증이 후기에는 1조 5,130억원의 순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에는 지수 및 주식의 급락으로 430개에 달하는 ELF가 신규 설정됐으며, 후기에는 995개 전체 ELF에서 설정액 순환매가 있었다. 이중 42개는 설정후 주가 급등으로 조기상환 조건이 충족됨에 따라 전액 환매가 이뤄졌다.

3. 반등기 순증 20개 펀드 중 국내주식형 8개-해외주식형 7개

반등이전 6개월의 설정액 순증가 상위 펀드 현황을 살펴보면 순증가 상위 20개 펀드 중 한 개의 채권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주식 펀드였다. 상위 19개 국내주식 펀드의 기간 중 설정액 순증가액은 3조 9,235억원으로 동일기간 국내주식 전체펀드 순증액의 94.9%에 해당한다.




후기에는 전기와는 다른 변화가 엿보인다. 순증가 상위 20개 펀드에는 8개의 국내주식펀드, 4개의 국내채권펀드, 1개의 국내혼합펀드, 7개의 해외주식펀드 등으로 투자대상이 다양해 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위 20개 펀드의 기간 중 설정액 순증가액은 2조 1,024억원으로 전기의 상위 20개 펀드 설정액 순증액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전기와는 달리 상위 20개 펀드 중에는 9개의 펀드가 개인투자자가 가입할 수 없는 클래스였으며, 9개 중 5개 펀드가 중국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들이었다.




후반기 중 가장 최근인 4월에는 국내주식펀드에서 총 3,707억원의 설정액 순환매가 있었기 때문에 주로 어느 펀드에서 순감소가 있었는지를 알아봤다. 4월 중 설정액 순감소 상위펀드는 15개의 국내주식펀드와 5개의 해외주식펀드로 구성됐다. 순환매가 발생한 국내주식펀드는 대부분 5,000억원 이상의 자산규모를 가지고 있었으며, 개인투자자들로부터의 순환매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운용규모 대비 설정액 순감금액 비중은 대부분이 5%미만으로 운용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 김재근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