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엔화 약세) 현상에 따른 일본펀드 성과 개선


 

1. 불붙은 일본 증시와 일본주식펀드


올해 들어 일본증시는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연초 이후 KOSPI를 포함한 주요국 지수는 약 5~15% 정도의 등락률을 보인 가운데, NIKKEI225지수는 50% 이상 상승하며 독보적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덩달아 국내 설정된 일본주식펀드의 성과도 다른 해외주식펀드의 성과를 압도한다.

 

 

일본주식펀드의 최근 6개월 성과는 53.2%, 연초 이후 성과는 39.1%로 다른 해외주식펀드의 성과의 2배를 넘는다. 아세안 지역 외국인 투자 집중으로 상승세인 동남아주식펀드나 양적 완화와 경기 개선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북미 및 유럽주식펀드도 성과가 양호한 편이지만 일본주식펀드의 성과가 워낙 두드러져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러한 경향은 자금 추이를 살펴봐도 뚜렷하다.

 

 

자금 추이 역시 일본주식펀드가 월등하다. 일본주식펀드는 그 동안 소외 받고 있던 유형이다. 설정액 기준으로 6개월 전에는 약 3,600억원 수준이었으나 기준일 현재 약 5,500억원으로 52%가 증가했다. 순자산 기준으로는 중국주식펀드를 제외한 타 유형의 규모를 모두 넘어섰다.



2. 원인

 

증시와 펀드 움직임의 주요 원인은 바로 엔저 현상이다. 최근의 엔저 현상이란 작년 말 일본 정권 교체 이후 현재까지 약 6개월 간의 달러화 대비 엔화 약세를 의미한다.

 

 

그림2는 아베 신조 총리가 2012 11월 이후 주요국 환율 변화 추이다. 아베 총리는 12 26일에 취임했지만,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일본 중의원 해산을 선언한 날인 11 14일이 실질적으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정치복귀를 뜻하는 시점이다.

 

해당 기간 동안 주요국의 달러화 대비 환율 등락폭은 기껏해야 ±10% 수준인데 비해, 엔화 가치는 약 30% 절하되었다. 이에 따라 도요타, 혼다, 소니 등 일본의 주요 수출 기업들은 환차익을 통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6개월 만에 시가총액 1조엔( 11조원)을 넘는 기업의 수도 2배 증가했다.




3. 엔저현상의 배경 


 

먼저 대내적인 엔저 현상의 배경은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에서 기인한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년의 장기불황에 대한 대책으로 오랜 기간 부양책을 강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의지는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2011년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희석되었다. 특히 100엔 이하의 엔고 현상은 서브프라임 이후부터 2012년까지 일본 수출기업을 괴롭혀 왔다. 아베노믹스의 핵심 내용은 총 3가지로 과거 정책들과 방향은 유사하나 그 규모와 강도 면에서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가 현재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금융(통화)정책이다. 과거와 같은 점진적인 완화 정책으로는 현재의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보다 강력한 정책을 도입한다는 것이 현 정권의 뜻이다. 이에 일본은행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양적, 질적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하였다. 2년 이내 2%의 물가상승률 달성, 국채 및 위험자산 매입 확대, 본원통화량 증가 등 동시다발적인 완화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는 재정정책(공공투자)이다. 인프라 투자 증가를 통한 실물 경기 활성화가 주요 골자이다. 올해 공공투자를 위한 추경예산으로 13 1천억엔 편성이 예정되어 있고 이를 통하여 실물경기를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10년간 200조엔 이상을 투자하여 지진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국토강인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성장전략으로 올해 6월에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개방을 확대하며 법인세 인하 등 적극적인 규제완화 등으로 일본 기업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여성 및 고령자의 노동참여율 제고 등도 포함된다. 의료, 농업, 교육 분야 등의 개혁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외부의 배경으로는 국제 사회의 외교적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최근 G7 재무장관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정책을 사실상 묵인했다. 더군다나 캐나다를 제외한 G7 회원국은 이미 2008년부터 양적 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상태라 일본의 양적 완화를 비난할 명분이 없다. 또한 미국과 유럽 경제가 미약하나마 회복세에 있다는 점도 일본의 입지를 지지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외에도 국제 원유값의 안정세가 일본을 돕고 있다. 일본은 지난 대지진 이후 원전 활용에 제약이 생겨 에너지 수급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엔저가 심해질수록 에너지 수입비용이 부담될 수 밖에 없지만, 최근 미국 셰일가스 개발 및 원유재고 증가 등의 이유로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였던 것이 일본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4. 일본주식펀드 성과의 명암
 


 

그렇다면 일본주식펀드라고 무조건 성과가 좋을까? 전반적인 증시흐름이 양호하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환율에 의한 차이를 무시하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최근 6개월 기준으로, 성과 상위 10개 펀드와 하위 10개 펀드를 비교해본 결과, 이들 간 성과차이의 주요 원인은 환헤지 여부였다. 하위 10개 펀드 중, 2개 펀드를 제외한 8개 펀드는 모두 환노출형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였다. 순수한 주식운용 성과는 양호했을지라도 원화 대비 엔화 약세에 의한 환차손으로 증시의 상승세가 반감되어 펀드성과에 반영되었다.

 


 

5. 투자자의 선택


이제 우리의 관심은 현재 시점에서 일본주식펀드에 추가로 투자해도 되는지, 환율과 일본경제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하여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나 비관적인 입장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엔저가 지속되거나 강화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의 근거는 현재 엔달러 환율이 역사적 저점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불과 5년 전인 2008년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엔달러 환율은 100엔 이상이었다. 더군다나 하마다 고이치를 비롯한 일본내 주요 이론가들은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력 하에서 장기 침체를 지속하여 온 가장 큰 원인을 플라자 합의 이후 시작된 엔고 현상에서 찾고 있다. 현재 엔 약세 속도가 급작스러웠던 점 때문에 일시적인 조정을 예측해 볼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환율 수준은 아직 엔고라고 보는 관점이다.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서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도 근거 중 하나이다.

 

반면 비관적인 입장은 재정부담에 의한 역풍이 주를 이룬다.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에는 반드시 실물경기 회복에 따른 출구전략이 뒤따라야 하는데, 일본은 이미 정부 부채가 GDP 대비 230% 이상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 재정 부담을 안았을 때, GDP 성장률 개선 등 경기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세입증가가 이자지급 증가를 넘어서지 못해 재정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증시 급등, 부동산 가격상승, 수출 대기업 환차익, 일부 부유층 소비심리 회복 등 재정정책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일본 정부가 추가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일본주식펀드에 추가 투자하고자 한다면, 환율 효과만으로 의사 결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 가운데 금융 정책과 재정 정책은 임시방편일 뿐, 핵심은 3번째인 성장 전략까지의 성공 여부이다. 따라서 지금의 완화정책이 실물경기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되는지 살펴보고 향후 아베 정권이 재정부담에 대한 어떠한 대책을 내어 놓는지 지켜본 후에 결정해야 한다.

 

[박제영 KG제로인 금융리서치팀 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