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조치가 신흥국에 미칠 영향 및 국내투자자에 대한 시사점

선진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신흥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조치는 2008년 9월 글로벌금융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미국, 영국, EU 등의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현재 미국 FRB는 국채 및 MBS 매입 등 QE3와 QE4를 통해 매월 850억달러를 공급하고 있으며, BOE(Bank of Englnd)는 APF를 통한 국채매입 프로그램(총 3,750억 파운드), ECB는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글로벌유동성이 크게 확대되었으며, 선진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저금리 기조로 인해 투자수익률이 악화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였다. 또한, 급격한 투자자본의 유입으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절상되면서 환차익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져 신흥국에 대한 투자는 더욱 증대되었다. 실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주요 신흥국들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2007년의 2배 수준인 연평균 1,553억달러로 대폭 확대되었고,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신흥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2%에서 2012년 11%까지 상승하였다.


자료: IMF, IFS, CEIC, 한국은행 “주요 신흥국에 대한 포트폴리오투자의 확대 배경 및 특징”에서 재인용
 
더불어 신흥국에 대한 포트폴리오투자 확대는 주식보다는 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글로벌금융위기 이전 신흥국 시장에 대한 포트폴리오투자는 주식(75%) 위주였으나, 글로벌금융위기 이후에는 채권(53.7%) 비중이 주식에 비해 높아질만큼 채권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는 선진국들의 초저금리 기조로 인해 신흥국채권시장의 매력이 크게 높아졌고,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해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국내에서도 브라질 채권 등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크게 증대된 바 있다. 실제 2012년의 3개월 국채수익률을 살펴보면 미국(0.09%), 일본(0.09%), 영국(0.31%)에 비해 주요 신흥국들은 2.97~8.07%로 매우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었다.

이처럼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조치는 신흥국 금융시장의 규모를 크게 증대시키고, 자본유입을 촉진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도모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외부요인에 의해 손쉽게 자본이 유입됨에 따라 경제체질 및 금융시장의 질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양적완화 축소 조치가 가시화 되면서 신흥국들의 경제 및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제기 이후의 신흥국 경제 및 금융시장 동향

주요 선진국들이 2013년 2분기에 들어서면서 회복국면에 진입한 반면, 주요 신흥국들은 성장이 둔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2분기 경제성장률(1.7%, 연율기준)이 시장전망치(1.0%)를 상회하였고, 유로존은 0.3%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서 7분기 만에 마이너스에서 탈피하였다. 일본도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2분기 경제성장률이 2.6%로 전년동기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되었다. 반면, 주요 신흥국들은 경기가 둔화되는 양상을 나타내었다.

먼저, 인도네시아는 2013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2010년 3분기 이후 최저치인 5.81%에 그쳤고, 2012년 무역적자도 5년래 최대치인 23억불을 기록하였다. 인도의 경우에도 1분기에 2003년 이래 최저치인 5% 성장에 그쳤으며, 2012년 경상적자가 사상 최대치인 882억달러를 기록하였다. 이와 같은 신흥국들의 경기 둔화에 따라 IMF는 주요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3%에서 5.0로 하향조정하였으며, 라가르드 IMF 총재는 신흥국發 세계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하였다. 특히 브라질과 멕시코는 기존 전망치 대비 0.5%p나 하락한 2.5%와 2.9%로 전망되었으며, PMI(구매관리자지수)가 50이하로 하락하는 등 성장둔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자료: IMF, Markit Economics, CEIC,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주요 신흥국의 성장둔화 배경과 영향 전망”에서 재인용
 
이와 같이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지난 5월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요 신흥국들의 금융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먼저 터키와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은 5월말 대비 각각 무려 22.1%, 19.6% 하락하였으며, 인도와 브라질도 각각 6.0%와 3.4% 하락세를 나타냈다. 또한 환율도 크게 하락하여 미국 달러화 대비 인도의 루피 및 인도네시아의 루피아는 각각 15.6%와 14.2% 통화가치가 하락하였고, 브라질 헤알과 터키 리라도 각각 9.3%와 8.5% 하락하였다. 이와 함께 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 증대로 인해 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하여 10년물 기준으로 미국채 대비 신흥국국채스프레드(EMBI)는 266bp(2012년말)에서 373bp(2013년 9월 4일)로 107bp나 상승하였다. 이로 인해 신흥국들의 자금조달비용이 크게 높아지고 있으며,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자금 유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국내 펀드시장의 신흥국펀드들도 자금유출 및 수익률 악화에 고전하고 있다. 9월 5일 기준 직전 1달 동안 해외주식형펀드 전체의 설정액은 4,134억원 감소하였으며, 이 중 중국펀드의 이탈 자금은 2,647억원으로 전체 유출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아시아신흥국주식, 인도, 동남아 펀드에서도 각각 300억원, 230억원, 172억원이 유출되었으며 러시아, 남미신흥국, 브라질펀드에서도 각각 121억원, 86억원, 40억원이 이탈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동 기간 동안 인도펀드는 -16.09%를 기록하여 해외주식형펀드 중 가장 저조했고, 동남아펀드(-9.16%), 남미신흥국펀드(-4.66%), 아시아신흥국펀드(-4.46%), 브라질펀드(-3.52%) 등도 해외펀드 중 최하위권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신흥국채권펀드도 주식펀드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어 신흥국채권펀드에서 6월 3,210억원, 7월 1,277억원, 8월 950억원 등 3개월 동안 총 5,437억원의 자금이 이탈하였다.


자료: KG제로인, 기간: 2013.8.6~9.5
 

신흥국 투자에 대한 시사점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제기 이후 신흥국 경제 및 금융시장은 크게 혼란스러운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나, 대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조치로 인해 신흥국의 자본유출은 지속될 것이지만, 변동환율제도 채택, 외환보유액 증가, 외채의존도 감소, 은행부문 구조개혁 등으로 인해 금융위기로의 확산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지만 블랙록, JP모건, 씨티그룹, 얼라언스번스테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등 글로벌 주요 투자기관에서 신흥국 투자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고,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신흥국 금융시장의 부진이 지속될 전망되므로 신흥국에 대한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흥국들 중에서도 취약국으로 간주되고 있는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대한 투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 경제활동에 필요한 자금의 부족분을 해외자금 유입을 통해 해소하면서 내수 위주의 성장을 지속해왔으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해 이러한 연결고리가 사라지면서 경제상황이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해외투자에 있어 신흥국 보다는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선진국 중심의 투자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되며, 신흥국 투자 시에는 개별국가의 경제 및 시장상황을 면밀히 살펴본 후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주효근(Ph.D) 제로인 금융리서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