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패러다임의 변화, ‘대체투자’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 ‘대체투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운용 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대체투자 시장의 급성장이라 할 수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금융위기 과정에서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투자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면서 부동산, 실물 등 전통자산과 다른 위험-수익 속성을 가진 대체투자로 투자 대상을 옮기고 있는 것.
 
전 세계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고수익상품 및 자산다각화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한 기관투자자와 연기금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전체 운용자산 중 대체투자의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의 경우 헤지펀드 출범이 1년만에 1조원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100조원이 넘어 전체 펀드 자산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금융환경도 2008년 금융위기 이전 해외 지역, 국가단위로 투자해 성공하던 패러다임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산의 방향성이 동조화되면서 주식, 채권 등 자산간 높은 상관관계가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 위험을 더 키울 수도 있다는 결과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즉, 단순한 분산투자원칙에서 적극적 위험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새로운 투자원칙의 패러다임을 불러온 것이다. ‘적극적 위험관리’는 변동성을 활용하거나 낮추는 전략을 통해 동적인 위험관리를 한다는 점에서 대체투자 운용방식이랑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2011.12.]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전통자산군에 대한 투자가 정체되어 있던 반면 대체투자 시장은 연평균 10%를 웃도는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글로벌 연기금들 또한 안정적인 수익확보를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 2012년 기준 글로벌 연기금의 총자산 중 대체투자 비중이 18%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시장연구원, 2013]


대체투자의 정의 및 범위 

 대체투자 또는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AI)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상품(traditional investment)과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모든 투자상품을 뜻한다. 대표적인 대체투자 상품에는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벤처기업, 원유 금 비철금속(원자재), 선박 등이 있다.
 
대체투자는 전통적인 투자와 투자 대상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상품인데도 서로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점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차익거래나 재정거래와 같이 새로운 투자전략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어진 위험에 대해 더 높은 수익을 얻거나, 주어진 수익에 대해 더 낮은 위험을 가진 포트폴리오를 가능하게 해 효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대체투자의 대표적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대체투자의 종류를 보면, ①실물형 대체투자와 ②기업형 대체투자로 나뉘게 되는데, 실물형 대체투자는 사무용 빌딩이나 백화점 같은 데 투자하는 부동산 투자와 공항,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인프라 투자가 대표적이다. 석유, 광물 같은 자원 개발 투자 역시 실물형 대체투자라 할 수 있다.






기업형 대체투자는 주식과 채권의 형태로 기업에 투자하지만, 일반 대중이 참여하는 시장을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적 투자와는 구분된다. 구조조정 기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헤지펀드는 일부 전략을 제외하고는 전통적 자산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추가될 경우 전통적 자산과의 낮은 상관관계로 인해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상관관계는 주식시장의 환경에 따라 시기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헤지펀드의 주요 투자전략이 주식시장을 이용하여 수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정부분 시장에 대한 방향성 베타를 동반하여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가입하기에는 최소 투자금액 5억(재간접 1억)이상 이라는 제약조건이 많아 적격투자자 대상 사모펀드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 공모펀드로는 헤지펀드와 유사한 성격의 롱-숏펀드들이 헤지형 펀드로 불리우며 투자 대안이 되고 있다. 투자 방향성을 잃은 국면에서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박스권에서 변동성을 활용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포트폴리오 전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 또 수익의 대부분이 주식 등의 매매차익에 의해서 발생된다는 점에서 해당수익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절세효과도 있다. 단, 시장의 변동성이 단기간에 확대될 경우에는 타 절대수익추구형 펀드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띈다.




즉, 실물형 대체투자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중위험-중수익’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업형 대체투자의 기본은 주식보다 더 높은 위험을 추구하는 ‘고위험 투자’로 볼 수 있다.
 


대체투자의 위험(risk) 및 기대효과
 
대체투자는 사회간접자본, 부동산,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만큼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자산을 돈으로 전환하는데 시간이 많이 드는 유동성 위험이 따른다. 또 정책과 환경의 변화로 인한 위험 및 주식과 채권과는 다른 투명성 부족, 정보 부족에 따르는 리스크도 존재할 수 있다. 또 부동산, 실물, 비상장 주식 등 대체투자 자산은 표준화가 덜 돼 있고, 거래 단위가 커 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경우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체투자방식으로 대부분 레버리지가 활용되는 만큼 이런 레버리지들이 연결돼 시장 전체적으로도 시스템이 불안정하게 되는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대체투자가 또 다른 위기를 낳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대효과는 중장기 수익률 제고, 투자 다변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 제고, 안정적인 장기 현금흐름 창출, 물가상승 위험 헤지 등이며, 주식, 채권과의 낮은 상관관계로서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체투자의 가장 큰 매력이라 볼 수 있겠다.
 
이처럼 대체투자는 투자하는데 적지 않은 기간과 돈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 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나, 시중금리가 연일 최저치를 맴돌고, 주식 시장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투자 방향을 잃은 개인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유전과 선박, 항공기부터 지하철 등 사회기반시설까지 투자범위가 상당히 넓은 대체투자시장은 또 하나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면서 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2014년, 대체투자펀드 핫 키워드 ‘MLP’

 최근 글로벌 대체투자의 핫 이슈는 단연 인프라·에너지다. 지난 해 11월 미국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이 최초로 선보인 폐쇄형펀드(closed-end fund)가 826백만달러를 끌어들이며, 6월 이후 가장 많은 투자자금을 유치한 펀드로 자리매김했으며, 특히 골드만삭스의 폐쇄형펀드는 MLP(Master Limited Partnership)에 투자하면서 최근 MLP에 대한 인기를 반증하고 있다. 지난해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린 유전 펀드에 이어 올해는 미국 셰일가스 붐과 맞물려 인프라기업에 투자하는 MLP 펀드가 대체투자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MLP펀드란 마스터합자조합(MLP·Master Limited Partnership)펀드로 셰일가스·원유 등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운용하는 MLP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MLP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된다. 이들 기업이 주목 받는 이유는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고 있지만 가스를 수송·처리하는 인프라 수요가 크게 부족한 배경 때문이다. 특히, MLP는 원유 등 가격변동이 심한 에너지 자원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닌 파이프라인과 에너지 저장시설 이용료 등을 수익기반으로 삼는데 미국 정부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시키려 MLP에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있어 인프라에 투자해 장기간 안정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매년 5~6%의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점또한 수익증진에 도움이 되고 있다.
 


MLP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한화자산운용이 올해초 국내 최초로 미국 셰일가스 인프라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공모펀드인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펀드'와 '한화분기배당형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펀드'를 출시했으며, 올 1월 20일에 설정된 두 펀드의 설정액은 각각 18억원, 3억원 가량 유치되어 이미 20억원을 돌파했다.
 
한화자산운용 측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대체 자산은 MLP, 리츠, 유틸리티 세가지로 볼 수 있는데, 3가지 자산을 비교해보면 배당수익률은 MLP가 현재 6%정도이고, 리츠는 4% 초반, 유틸리티는 3% 후반이기 때문에 배당 수익률이 다른 두 실물자산보다 2% 정도 높다는 것. 실제 대표적인 MLP 상품인 알레리안(Alerian) MLP의 지난 2006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17.1%로 같은 기간 S&P500 수익률(4.9%)의 3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저성장 기조와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다변화 관점에서 대체투자 확대는 자본시장이 기관화되고 자산운용업이 성장할수록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업계와 감독 당국은 전문성과 시장 안정 인프라 확충노력,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정비가 대체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경제발전의 동인도 요소투입 중심에서 지식․아이디어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도 성장중심에서 ‘성장동력’이 되는 대상에 포커스를 맞추되 경기흐름도 꾸준히 파악하는 똑똑한 투자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적어도, 대체투자가 진정한 대안이 되려면 말이다.


[ 강영민 KG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