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금융불안의 원인과 국내금융시장에 미친 영향 및 시사점

신흥국 금융불안의 원인
   최근의 신흥국 금융불안은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조치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시작되었다. 2008년 9월 글로벌금융위기 상황의 타개를 위해 미국, 영국, EU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 및 자산매입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하였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09년 1차 양적완화를 통해 8,000억달러를 시장에 공급하였고, 2010년 6,000억달러의 미국채를 매입하면서 2차 양적완화를 단행하였다. 또한, 2012년 매달 미국채 450억달러와 모기지 400억달러 등 총 85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가 이어졌다. 이러한 양적완화 정책은 일정 부분 위기 극복에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다양한 문제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양적완화 정책은 장기간 지속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최근 미국의 테이퍼링은 이러한 정상화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선진국들의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는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자금이동을 촉진시켜 신흥국 금융시장 강세의 주된 배경이 되었다. 여기에 급격한 투자자본의 유입으로 주요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절상되면서 환차익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져 신흥국에 대한 투자는 더욱 증대되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주요 신흥국들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2007년의 2배인 연평균 1,553억 달러로 확대되었고,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2%에서 2012년 11%까지 상승하였다. 특히, 신흥국에 대한 포트폴리오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선진국들의 초저금리 기조로 인해 신흥국 채권의 매력이 크게 높아졌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통화가치가 상승하면서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대규모의 자금유입은 신흥국들에게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경제체질을 선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이러한 노력을 등한시하였고 이는 결국 최근의 신흥국 금융불안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일부 신흥국들의 정치적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신흥국 금융불안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자료: IMF, IFS, CEIC, 한국은행 “주요 신흥국에 대한 포트폴리오투자의 확대 배경 및 특징”에서 재인용, 2013.6.20
 
신흥국 금융불안의 전개
   최근의 신흥국 금융불안은 2013년 5월 미국연방준비제도의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의 축소(테이퍼링)를 언급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 종료 후 “경제가 좋아지면 양적완화 축소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는 극히 원론적 발언을 한 것인데도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전세계 주식시장이 얼어붙는 등 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엄청난 유동성이 전세계로 공급된 상황에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자금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요 신흥국 금융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결국 버냉키 의장이 여러 경로를 통해 양적완화 축소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시장을 달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으나, 이후 글로벌금융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조치의 시행 관련 뉴스에 따라 일희일비 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나타냈다.

                    <신흥국 펀드 자금 흐름>                                                  <선진국 펀드 자금 흐름> 
 
자료: EPFR, 국제금융센터 “금융불안 신흥국들에 대한 해외시각 점검”에서 재인용

   결국 2013년 12월 2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14년 1월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 축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테이퍼링이 시작되었고 또 한번 글로벌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여기에 Goldman Sachs, Blackrock, BIS 등이 신흥국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자금유출이 더욱 확대되었다. 특히, BIS는 신흥시장국가들의 금융취약성이 1998년 발생한 아시아 외환위기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2013년 5월부터 14년 1월 15일까지 신흥국 투자펀드에서 무려 846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다는 사실은 미국의 테이퍼링이 신흥국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1월 2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테이퍼링 규모를 100억 달러 증대할 것을 발표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출렁거렸다.

   테이퍼링은 주요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금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먼저, 신흥국 경제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테이퍼링이 시작된 2014년 1월부터 2월 4일까지 달러대비 아르헨티나 페소는 무려 13.8%, 터키 뉴리라는 7.2% 통화가치가 절하되는 등 주요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였으며, 통화가치 하락은 다시 투자자금의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더불어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고, 남아공과 인도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각각 0.5%p, 0.25%p 인상하는 등 주요 신흥국들은 긴급히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도 하였다.
 
<2014년 달러대비 주요국 통화가치 변화(1.1~2.4)>

자료: 국제금융센터, 국회입법조사처 “신흥국 외환위기의 영향과 시사점”에서 재인용, 2014.2.11
 
신흥국 금융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
   국내 금융시장도 테이퍼링 이슈가 붉어질 때마다 요동쳤으며, 국내 펀드시장에서도 신흥국에서 선진국시장으로의 자금이탈이 두드러졌다. 2013년 한해 동안 미국, 영국, 룩셈부르크 등에 투자하는 해외투자펀드는 각각 4.3조원, 1.2조원, 0.3조원 증가한 반면, 중국, 브라질, 인도에 투자하는 해외투자펀드는 1.7조원, 1.1조원. 0.4조원 감소하였다. 또한,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등 위기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저도 12년말 4.7조원에서 2.7조원으로 무려 42.8% 급감하였다.
<2013년 주요 신흥국 해외투자펀드 익스포져 변화(전년대비)>

자료: 금융감독원 “’13년중 해외투자펀드의 투자 동향 분석”, 2014.2.12
 
   그러나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은 주요 신흥국들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와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35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앞세워 국내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신흥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까지 기대하고 있다. 일례로 Bank of America는 내수 및 수출 회복과 경기부양에 중점을 둔 정책이 안정적으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하였고, Barclays는 단기적으로 테이퍼링, 기업실적 등이 악재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 및 주식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는 견해를 밝힌바 있다. 그러나 다른 일부에서는 국내 경제 특히 수출 대상국가 중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신흥국의 경제 및 금융불안이 장기화되는 경우 국내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어 향후의 신흥국 위기상황의 전개 과정을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시사점
   앞서 전술한 바와 같이 신흥국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인 것은 사실이다. 금년 들어 주요 글로벌주요금융기관들은 Fragile 5(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브라질, 터키), Edge 8(Fragile 5 + 헝가리, 칠레, 폴란드)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신흥국발 금융위기를 경고하였으며, 국내시장에서도 신흥국에 투자하는 해외투자펀드가 큰 폭으로 감소되었다. 더불어 양적완화의 지속적인 축소가 예상되므로 적어도 한동안은 신흥국에 대한 현재의 위기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신흥국 금융시장이 크게 하락세를 나타냈다는 점과 모든 신흥국이 암울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신흥시장의 투자 가치가 매력적인 시기가 됐고 신흥시장의 자본유출이 곧 끝날 것 같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은 “신흥국들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났고, 환율 유연성이나 정책들도 개선됐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등 주요 글로벌금융기관들이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미국의 포천도 “막연한 공포로 조성된 신흥국 자산 팔자 분위기가 과장되어 있다”고 평하면서 지금은 신흥국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 바 있다. 더불어 신흥국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부실한 것은 아니므로 무조건적으로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기 보다는 신흥국투자에 대한 최근의 환경변화를 고려하고 옥석가리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

주효근(Ph.D) 제로인 금융리서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