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의 학력과 운용성과 사이에 관계가 있는가?

펀드매니저의 학력과 운용성과 사이에 관계가 있는가?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권으로써 서구에 비해 교육열이 높고 개인의 학력이나 학벌을 유난히 중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 학력이나 학벌이 중요하게 고려되기 때문이며, 이러한 풍조가 사회전반에 퍼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주식형 펀드매니저의 3분의 2가 소위 일류대학이라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으로 나타나 자산운용사 취업이나 펀드매니저가 되는데 있어 학벌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등 금융시장도 예외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풍조를 감안하면 투자자들도 학벌이 우수한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과연 학벌이 우수한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이 기대만큼 더 우수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펀드매니저들의 특성과 운용성과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어 왔다. 특히 펀드매니저가 지식집약적인 직종이라는 점에서 펀드매니저의 학력과 성과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먼저 Golec(1996)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3년 동안의 530개 펀드에 대해 연령, 운용경력, 교육기간, MBA학위 등의 매니저 특성변수들과 운용성과 사이의 관계에 대해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매니저의 연령이 낮고, 운용경력이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우수한 위험조정성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MBA학위를 보유한 매니저가 그렇지 않은 매니저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다고 주장하였다.

Chevalier and Ellison(1999)은 1988년부터 1994년까지 7년 동안 492명의 펀드매니저에 대해 Golec(1996)의 연구에서 사용된 변수에 매니저의 출신대학의 평균SAT(미국의 대학수학능력 시험)점수를 추가하여 운용성과 사이의 관계에 대해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SAT점수가 높은 학교 출신 매니저가 보다 우수한 성과를 달성함을 발견하였다.더불어 MBA학위를 보유한 매니저와 연령이 낮은 매니저가 그렇지 않은 매니저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Gottesman and Morey(2006)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의 518개 펀드를 대상으로 매니저의 교육 수준과 펀드의 운용성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실증분석 하였으며, 특히 매니저가 졸업한 MBA의 레벨에 따라 성과 차이가 존재하는가를 검증하였다. 분석결과 상위 30위권에 속하는 MBA 출신 매니저가 30위 이하 MBA 출신 매니저 및 MBA를 이수하지 않은 매니저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GMAT 점수가 낮은 MBA를 졸업한 매니저의 운용성과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보고함으로써 Chevalier and Ellison(1999)와 마찬가지로 학력수준과 운용성과 간의 양의 상관관계를 지지하였다. 또한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02개의 헤지펀드를 대상으로한 Li et al.(2011)의 연구에서도 SAT 점수가 높은 대학출신 매니저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위험을 가져가면서 높은 위험조정성과를 달성하는 반면 운용경력이 많은 매니저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위험을 가져가면서 낮은 성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그러나 이들 연구결과를 지지하지 않는 연구논문들도 존재한다.

Janos(2010)은 1979년부터 2009년까지 2,213개의 펀드를 대상으로 펀드매니저가 미국의 명문대학 그룹인Ivy league 대학출신 여부와 운용성과 사이에 관계가 존재하는가를 검증하였다. 분석결과 이들 매니저의 Ivy league학벌과 운용성과 사이에 유의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Switzer and Huang(2007)의 경우에도 1,004개의 중소형 펀드를 대상으로 펀드운용성과가 매니저의 MBA학위 여부, CFA 보유 여부, 연령, 성별, 투자기간 등에 영향을 받는가에 대해 실증분석 하였는데 분석결과 CFA 보유 여부만이 펀드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MBA교육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Dincer et al.(2010) 역시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890개 펀드에 대해 매니저의 CFA 보유 여부, MBA 학위 여부, 경력의 세 가지 변수와 운용성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시장상황과 스타일목표를 통제한 상태에서 실증분석 하였다.

분석결과 세 가지 변수 모두 운용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발견하였으며 다만CFA를 보유했거나 경력이 있는 매니저는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반면, MBA 출신 매니저는 위험을 증대시킨다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이처럼 선진금융시장에서는 매니저의 특성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학벌 및 학력 정보가 운용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와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모두 존재한다.

국내에서 매니저의 학벌 및 학력과 운용성과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는 박영규와 주효근(2014)가 유일하다. 이들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총 127명의 국내 주식형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하여 학벌 및 학력과 운용성과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였다. 특히 이들은 펀드매니저의 객관적 학력수준을 나타내는 변수로서 매니저의 출신대학학과의 수능점수 커트라인을 사용하였으며, 이 외에도 사회적으로 우수한 대학으로 인정되고 있는 서울대,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 펀드매니저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하는지도 검증하였다.

이에 지금부터는 박영규와 주효근(2014)의 주요 분석결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다만 본고에서는 해당 연구의 내용 중 주요 결과만을 다룰 예정이므로 보다 자세한 사항은 박영규와 주효근(2014)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분석대상 펀드매니저의 특성

  먼저 아래 <표 1>은 분석대상 펀드매니저들의 특성을 제시한 표이다. 먼저 출신대학별로 살펴보면 서울대 출신 매니저가 전체의 약 31.5%를 차지하여 단일 학교로는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른바 SKY로 지칭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매니저는 약 66.9%에 달하여 국내 펀드매니저들의 명문대 쏠림현상이 뚜렷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공별로 살펴보면 경영학을 전공한 매니저가 37.9% 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경계열 전공 매니저는 무려 62.1% 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펀드매니저들 중 약 2/3가 상경계열 전공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매니저들 중 석사학위를 보유한 매니저는 33.4% 이며, 평균 연령 및 운용경력은 각각 약 40.2세와 9.9년으로 나타났다.
 
<표 1> 분석대상 펀드매니저의 특성
변수 비율(%)
(서울대) 31.5
(서울/연세/고려) 66.9
경영전공 37.9
상경계열전공 62.1
석사학위보유 33.4
평균연령 40.2세
평균경력 9.9년
 
  
서울대 및 SKY 출신 펀드매니저가 보다 우수한 성과를 달성하는가?

  아래 <표 2>는 매니저의 명문대 출신 여부와 운용성과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이다. 먼저, 서울대와 SKY출신여부 변수의 회귀계수는 모두 정(+)의 값을 나타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매니저의 서울대 및 SKY대학 출신 여부와 운용성과 사이에 유의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서울대 출신 펀드매니저들의 성과가 다소 우월할 수 있는 개연성은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를 SKY대학으로 확대했을 경우에는 거의 무의미한 계수 값을 보이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학벌과 펀드매니저의 성과는 무관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른 펀드매니저의 특성변수들은 경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내 펀드시장에서는 학력수준이나 석사학위 보유여부보다는 운용경력이 많은 매니저가 보다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운용규모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음(-)의 값을 나타내어 매니저의 운용규모가 작을수록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의 펀드관련 선행연구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현상(Becher and Vaughan, 2001; Chen et al, 2004)이다.
<표 2> 펀드매니저의 명문대 출신 여부와 운용성과
 
  Dependent Variables
 Independent Variables 위험조정성과
Constant -0.2957
(-0.34)
1.5576
(0.53)
-0.2710
(-0.29)
1.4059
(0.43)
서울대 0.2248
(1.27)
0.2725
(1.44)
   
SKY     0.0579
(0.31)
0.1388
(0.61)
수능점수   -0.3313
(-0.67)
  -0.3098
(-0.54)
석사학위보유 -0.2973
(-1.51)
-0.2925
(-1.43)
-0.3024
(-1.44)
-0.3119
(-1.50)
연령 -0.0025
(-0.10)
-0.0046
(-0.16)
-0.0032
(-0.11)
-0.0048
(-0.17)
경력 0.0455
(2.19)**
0.0478
(2.04)**
0.0472
(2.04)**
0.0494
(2.09)**
운용규모 -0.1004
(-1.76)*
-0.1017
(-1.76)*
-0.0978
(-1.69)*
-0.0978
(-1.69)*
Adj R2 0.0342 0.0355 0.0298 0.0305 
 

경영학 또는 상경계열 펀드매니저가 보다 우수한 성과를 달성하는가?

  아래 <표 3>은 매니저의 전공과 운용성과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이다. 먼저 경영 및 상경계열 전공여부 변수의 회귀계수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값을 나타내어 매니저의 전공과 운용성과 사이에는 유의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영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전공교육의 수준이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차별화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일정부분 전공교육의 내실화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결과로 보인다.

물론, 비경영학 전공자도 펀드매니저가 되는 과정에서 관련지식을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에 이미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에 전공여부에 상관없이 펀드운용과 관련된 지식의 평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한 상경계열 전공과 타 전공 사이에서도 비슷한 이유들로 전공에 따른 운용능력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경력과 운용규모를 제외한 다른 변수들의 결과는 <표 2>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3> 펀드매니저의 전공과 운용성과
  Dependent Variables
 Independent Variables 위험조정성과
Constant -0.1767
(-0.18)
0.0162
(0.01)
-0.2378
(-0.25)
0.3633
(0.14)
경영전공 -0.0365
(-0.20)
-0.0321
(-0.17)
   
상경계열전공     0.0352
(0.19)
0.0483
(0.27)
수능점수   -0.0351
(-0.07)
  -0.1077
(0.23)
석사학위보유 -0.2921
(-1.42)
-0.2914
(-1.41)
-0.2903
(-1.41)
-0.2880
(-1.46)
연령 -0.0042
(-0.15)
-0.0044
(-0.15)
-0.0035
(-0.13)
-0.0043
(-0.17)
경력 0.0475
(2.05)**
0.0477
(2.05)**
0.0476
(2.08)**
0.0485
(2.32)**
운용규모 -0.0985
(-1.70)*
-0.0986
(-1.70)*
-0.0991
(-1.70)*
-0.0997
(-1.75)*
Adj R2 0.0296 0.0296 0.0296 0.0297


결론 및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 자산운용시장에서 학벌 및 학력이 우수한 펀드매니저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경영학 또는 상경계열 전공 펀드매니저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다는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자산운용회사와 펀드투자자는 매니저의 학력정보를 맹신하기보다는 검증된 운용실적을 고려하여 채용과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매니저의 운용경력이 많을수록 우수한 성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자산운용회사는 매니저가 체계적으로 운용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우수펀드매니저 확보정책이 될 것이다.

참고: 박영규, 주효근,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결정하는 매니저 특성은 무엇인가?: 펀드매니저의 학력, 전공, 경력 등과 운용성과와의 관계 연구", 한국증권학회지, 20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