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사이클 펀드(Life Cycle Fund) - 2

* 본 리포트는 2006년 8월 출간된 ‘노후설계백서’에 소개된 라이프사이클 펀드 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

 

노후설계백서 저자 : 우승호


1971년 서울 출생. 연세대에서 철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 두 분야를 접목시킨 졸업논문 <세계문화와 대중문화>로 연세문화상을 받았다.


1997년 12월 서울경제신문에 입사했다. 금융부와 증권부를 거치면서 금융시장 전반을 취재했다. 리타워텍 편법외자유치 특종보도와 코스닥시장의 투명성을 높인 보도로 2001년 4월과 2003년 1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2005년 7월부터 1년 동안 미국 UCCS와 UC Davis에서 연수를 했다. 2004년 6월 《코스닥 M&A 여행》을 출간한 바 있다.

 

<2.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두가지 유형 ? 오토냐 매뉴얼이냐>

어떤 자동차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간다.
그러나 밟을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자동변속차량이 있고, 속도에 맞춰 기어를 바꿔줘야 하는 수동변속차량이 있다. 어떤 운전자는 자동변속차량이 좋다고 한다. 기어변속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클러치를 밟다가 시동이 꺼질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다. 반면 운전은 그저 기어를 바꿔주며 속도를 올리는게 재미라며 자동은 밋밋해서 싫다고 하는 운전자도 있다.

목표만기 전략과 정적할당 전략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분산투자로 위험을 줄이고, 자산할당을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퇴직을 목표시점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대부분이 주식ㆍ채권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주식형 펀드,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어브펀드(재간접투자펀드) 형태다.
그러나 하나는 자동변속차량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알아서 포트폴리오 변경(자산할당 재조정)이 되는 목표만기(Targeted Maturity)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수동변속차량처럼 투자자가 원하는 때 포트폴리오, 자산할당을 바꾸는 정적할당(Satic Allocation) 전략이다.
우선 목표만기 전략은 예상 퇴직연도만 결정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예상 퇴직연도에 가장 근접한 펀드를 선택하고 투자를 하면, 매니저가 남은 기간에 따라 공격적인 자산배분에서 보수적인 쪽으로 서서히 자산할당을 옮긴다.
반면 정적할당 전략은 투자자가 아주 보수적인 포트폴리오에서 아주 공격적인 포트폴리오까지 5가지 종류의 포트폴리오 중에서 하나를 결정하는 것이다. 투자결정은 자신의 위험 인내도와 투자기간, 목표수익률 등을 감안해서 판단한다. 시간이 지나고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투자자가 점점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쪽으로 펀드를 옮겨가면 된다.
 목표만기 펀드는 자동변속장치처럼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 다시말해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 자신의 투자 위험 인내도는 퇴직시기가 비슷한 다른 사람과 똑같은 것으로 취급되고, 자산할당을 바꾸고 싶어도 바꿀수가 없다. 바꾸고 싶으면 펀드를 떠나야 한다.

정적할당 전략은 수동변속장치처럼 기어를 바꿔줘야 한다. 다시말해 결정권이 있다. 자신의 투자위험 인내도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결정할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때에 다른 포트폴리오로 갈아탈 수 있다.
목표만기 전략은 최소한의 선택과 관심만 요구한다. 시간이 전혀 없는 사람, 투자에 전혀 신경쓰고 싶지 않은 사람, 하나만 선택하고 싶은 사람, 투자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정적할당 전략은 몇 가지 선택과 관심이 필요하다. 자신의 투자성향과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시간과 뜻이 있고, 어느 정도 투자지식과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면 선택할 만하다. 매년 또는 인생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본인의 투자성향을 다시 점검하고 다른 포트폴리오로 옮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표7-1> 목표만기 전략은 포트폴리오 자동조절, 정적할당 전략은 수동조절  

라이프 사이클 펀드의 두가지 전략인 목표만기와 정적할당 비교

  목표 만기 (Targeted Maturity) 정적 할당 (Static Allocation)
투자 같은 퇴직시기는 투자성향, 기대수익, 기대위험 등이 같은 것으로 가정 개별적으로 투자성향이 다름
성향
자산할당 변경 퇴직에 가까워지면 자동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자가 판단해서 퇴직에 가까워질수록 보수적으로 변경
포트폴리오 변경
자산할당 자동, 투자자들이 재조정할 필요 없음. 투자자 판단으로 결정, 시간이 지날술고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로 이동
관리 투자기간, 투자대상을 바꾸면 변화가능
투자기간 펀드 설정 때 이미 정해짐  정해져 있지 않음. 투자자 선택

 

자동차를 고를 때 과거에는 오토가 기름을 많이 먹고, 가격도 비싸고, 고장이 많이 난다면서 매뉴얼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좋아지면서 오토 차량의 판매비중이 월등히 높아졌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그래도 내가 최소한의 것은 결정을 해야 한다’며 정적할당 펀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는 정적할당 전략펀드로 유입되는 돈이 더 많았다.

그러나 2001년부터는 달라졌다. 목표만기 전략펀드로 더 많은 돈이 들어오는 추세다. 2004년에는 두 종류의 전략 펀드로 각각 6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입되면서 차이는 근소했다. 그러나 2004년 목표만기는 전년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난 150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정적할당은 전년 수준을 약간 웃도는 70억 달러에 그쳐 둘 사이의 차이가 두 배로 벌어졌다.

처음 펀드에 가입할 때는 6개월에 한번 또는 1년에 한번 점검을 통해 자산할당을 재배분하고, 퇴직까지 남은 기간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수적 성향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두 가지가 다 간편한 투자가 가능하지만, 투자자들은 그 중에서도 더 간단한 목표만기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림7-2> 투자자들은 더 간단한 걸 원한다, 목표만기 전략 쪽으로 무게중심 이동  

    투자전략별 라이프 사이클 펀드 자산 추이                          투자전략별 라이프 사이클 펀드 현금흐름
                                       (단위:백만달러)                                                          (단위:백만달러)

<자료> Catherine D. Gorden, 5쪽.

 

선택기준, 최소의 비용과 최대의 효과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 관심이 있다면 그 이유는 최소한의 비용과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와 결과를 얻고 싶기 때문이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를 고를 때 점검해야 할 사항도 같다. 최소한의 비용(수수료)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최대의 효과가 나올 수 있는 자산할당,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결국 낮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분산투자를 하는 펀드를 찾는 과정이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기본적으로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한 가지 전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분산투자를 하는 방법은 투자자산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수 만가지, 수 백만가지 이상으로 나눠진다.

앞서 ‘투자자산 중에서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높은 분산투자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인덱스 펀드’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인덱스 펀드는 가장 분산투자가 잘 돼 있고, 펀드 중에서는 가장 비용이 낮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아직 인덱스(수동적) 펀드 수익률이 능동적 펀드 수익률 평균을 밑돌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성숙해지면 미국처럼 둘 사이의 간격이 좁혀진 후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투자를 생각하고, 낮은 비용으로 인한 수익률 상승 효과를 감안한다면 인덱스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라이프 사이클 펀드가 매력적이다. 

활발한 매매로 수익률을 내는 능동적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도 분산투자와 안정적인 수익률이 가능하다. 다만 비용이 발생하고, 매니저의 판단착오나 실수 등으로 인해 평균을 밑도는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후 선택하면 된다.

그 누구도 펀드를 가입할 때 미래 수익률을 알 수 없다. 그러나 비용은 펀드에 가입하는 순간 확정된다.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펀드 매니저의 몫이지만, 투자자도 수익률이 낮은 펀드를 선택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펀드 매니저가 1bp(0.01%포인트)의 수익을 더 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투자자들도 1bp의 비용을 낮추기 위해 힘써야 하는 이유다.

 아이스크림은 어떤 재료로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과 가격이 달라진다. 비용을 쓰는 만큼 더 나은 맛을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는 더 차이가 크다. 같은 모델이라고 해도 유형과 옵션에 따라 비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하고, 품질도 그 만큼 달라진다.

하지만 펀드는 비용을 더 쓴다고 해서 수익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비용을 많이 쓴다고 주식투자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낸다는 보장이 없는 것과 같다. 금융시장은 똑같은 일이 두번 반복되는 일이 없다. 모든 일은 한 번만 일어난다. 어제의 펀드 성과가 결코 내일의 수익률로 이어지지 않는다. 비용을 많이 주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투자가 아닌 투기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은 일단 수익률을 까먹고 시작하는 일이다.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비용은 개별 펀드마다 다르다. 어떤 펀드는 적극적인 매매와 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펀드는 최소한의 관리와 비용만 발생할 수도 있다. 펀드의 비용이 다른 만큼이나 투자자별 취향과 생각도 다르다. 낮은 비용을 선호할 수도 있고, 높은 비용의 적극적인 펀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선택은 투자자 개인의 몫이지만, 가입하는 펀드가 상대적으로 어떤 수준의 비용을 요구하고, 어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대해선 꼭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본인과 다른 투자자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하나만으로 충분, 분산의 분산은 이중비용

두 개 이상의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있지만, 자동차보험을 두 개 이상 가입하는 경우는 없다. 왜 일까.

만약 세 개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면, 사망했을 경우 세 보험사 또는 세 계약으로부터 처음에 약정한 만큼의 보험금을 받게 된다. 중도에 해지하면 약간이긴 하지만 세 곳에서 해약 환급금을 받을 수 있고, 만기때는 약정한 만큼의 보험금을 받게 된다.

반면 세 개의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다가 사고가 나서 1,200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그러면 세 곳으로부터 각각 1,200만원씩 받는 게 아니라, 400만원씩 총 1,200만원을 받게 된다. 해약을 하면 세 곳에서 일전 한푼도 못 받을 뿐더러, 만기동안 사고가 한 번도 안 났다고 보험료를 돌려주는 곳은 없다. 그걸로 끝이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차이, 저축형과 보장형의 차이, 정액형과 실손보장의 차이 등 여러가지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어쨌든 자동차보험은 한 개 이상 가입할 필요가 없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도 하나면 충분하다는 측면에서 종신보험보다는 자동차보험에 가깝다. 자동차보험을 여러 개 가입한다고 더 많이 보장을 받는 것이 아닌 것처럼,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 여러 개 가입한다고 해서 분산투자가 더 잘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만약 여러 곳의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후 사고가 났을 때, 가장 서비스가 좋은 곳에서 사고처리를 받겠다고  생각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서비스가 좋은 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여러 개의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도 여러 곳에 돈을 넣는 것보다 분산투자가 가장 잘 돼 있는 곳, 한 곳을 선택해서 투자하는 것이 낮은 비용으로 최대의 분산투자 효과를 얻는 방법이다.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대해 자칫 오해하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여러 개 펀드에 가입하고,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추가하면 분산투자가 더 잘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라이프사이클 펀드가 근로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뱅가드 그룹의 경우, 2005년에 신규로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 10명 중 4명(42%)이  라이프 사이클 펀드를 선택했다.  기존 가입자 중에도 26%가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 추가로 기여를 했다. 하지만 라이프 사이클 펀드를 원터치 투자 솔루션으로 선택한 경우가 절반을 넘지 않았다. 신규 가입자 중에는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47%가, 기존 가입자 중에는 3명 중 한 명꼴인 33%만이 라이프 사이클 펀드 하나에만 투자했다.

나머지는 라이프 사이클 펀드와 다른 펀드를 묶거나, 여러 개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신규 가입자의 35%는 하나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 다른 펀드를 섞었고, 14%는 두개 이상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와 다른 펀드를 혼합했다. 기존 가입자 중에는 47%가 하나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와 다른 펀드, 16%는 두개 이상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와 다른 옵션을 결합했다. 두개 이상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만 투자한 경우도 각각 4%를 기록했다. 중복투자가 많았다.

미국 근로자들 대부분은 자신을 초보자 또는 초보 투자자라고 평가한다. 금융적 지식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산투자는 계좌 내에 포함된 펀드 개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펀드 개수가 많을수록 분산투자가 더 잘 돼 있다고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 하나 이상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와 3,4개의 다른 펀드를 결합하면 완벽한 분산투자가 됐다고 오해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분산투자가 이뤄진 펀드(모펀드)에 가입하고, 동시에 그 펀드가 투자한 펀드(자펀드)에 또 다시 투자하는 이중투자도 발생한다.

라이프사이클 펀드와 다른 펀드를 섞거나, 두 개 이상의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섞는 것은 포트폴리오의 과도한 분산투자로 비용만 늘어난다. 라이프사이클 펀드 중에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있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통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다른 인덱스 펀드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면 이는 얻는 것(분산투자 효과) 없이 잃는 것(비용)만 많아진다.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투자를 한다면, 펀드가 포함하지 않는 자산이 어떤 것이 있는지, 중복투자를 안 하려면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지 확인한 후  부동산 펀드 등에 투자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자신의 투자성향과 목적에 맞는 한 곳에만 가입하면 충분하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다른 주식형 펀드와 같이 투자하거나 여러 개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한꺼번에 가입하는 것은 마치 여러 개의 자동차 보험을 선택한 것처럼 추가적인 혜택 없이 비용만 많이 지불하는 셈이 된다.

 

<표7-2> 잘 고른 라이프사이클 펀드 하나, 분산투자 효과 충분하다 

신규와 기존 가입자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 투자유형

 

신규 가입자

기존 가입자

하나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만 가입

47%

33%

하나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와

35%

47%

다른 펀드 가입
두개 이상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와

14%

16%

다른 펀드 가입
총계

49%

63%

두개 이상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만 가입

4%

4%

  Gary R. Mottola, Stephen P. Utkus, ‘Life-Cycle Funds Mature: Plan Sponsor and Participant Adoption’, 2005년11월. Vanguard Center for Retirement Re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