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I펀드, 과연 차별성 있나?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펀드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수익달성은 물론 좋은 세상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펀드다. 다시 말해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데 있어 일반주식펀드처럼 재무정보만을 고려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좋은 의도를 가진 펀드들이 국내에도 도입돼 운용되고 있다. 2009년 6월말 현재 국내 20개 운용사가 22개 펀드 2조6천억원을 운용 중에 있다. 펀드 수 및 운용규모 측면에서 제법 번창해 보이지만 1조4천억원짜리 펀드 1개를 제외하면 활성화돼 있다고 보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SRI펀드에 대한 정의가 애매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녹색성장펀드가 등장하면서 과연 SRI펀드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운용특성 측면에서도 다른 일반 주식펀드와 뚜렷하게 차별화하지 못하고 있어 무늬만 SRI라는 지적을 받는 펀드들이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SRI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와 국내 운용실태를 살펴보고 일반주식펀드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SRI 투자전략 =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장기존속 가능 성 고려

SRI는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사회 및 환경문제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하는 기업을 선별 투자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펀드 투자 전략이 재무적 관점만을 중시하는 데 비해, SRI는 재무적 수익 외에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기업지배구조(Governa nce) 등 기업의 장기존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SRI는 크게 △사회적 선별투자(Screening)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dvo cacy) △저소득지역이나 지역 개발을 위한 지역공동체 투자(Community inve stment)로 구분된다.

- 사회적 선별투자는 기업의 이해관계자(주주, 소비자, 종업원), 지역사회, 환경 등 관련 사항을 평가하여 투자하는 것을 말하며, 투자방식은 선별 배제기준심사(Negative Screening), 선별기준 심사(Positive Screening)로 구분된다.

선별 배제기준 심사는 무기, 주류, 담배, 유해물 제조 등 기업의 사업특성이 사회적 책임을 위반하는 경우 투자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이다. SRI 초기의 윤리적 투자 원칙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다.

선별기준 심사는 산업부문에서의 평판과 상관없이 사회적 책임을 적극 이행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기업을 선별하여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고, 국내에서 운용되는 SRI 펀드 중 상당수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문제에 대해 주주로서 대화를 요구하거나 의결권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주주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회적 선별투자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갖는데 비해 주주행동주의는 기업과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적극적 투자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대표되는 펀드가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일명 ‘장하성펀드’)를 들 수 있다.

- 지역사회투자는 소수인종과 저소득층 등 주류 금융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지역사회개발금융기관에 대한 지원과 투자이다.
SRI는 과거 종교계를 중심으로 군수물자, 담배, 주류 등 반사회적, 윤리 및 환경에 반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좋은 기업을 찾는 투자기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즉, SRI는 기존의 “사회에 대한 책임”에서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이익극대화를 위한 투자 패러다임 중심의 “투자에 대한 책임”’으로 바뀐 것이다. UN을 중심으로 SRI에서 S(Social)을 제외하고 RI(Responsible Investment)로 표기하고 있다. SRI가 순수한 경제적 목적을 위한 투자기법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SRI의 최대 강점은 장기성과가 우수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비재무적요소를 감안하여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SRI의 투자목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SRI지수를 만들어 수익률을 공개하고 있을 정도로 SRI시장이 성장해왔다. 대표적인 SRI지수로는 다우존스지속가능 지수(DJSI, 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다우존스 월셔 글로벌 지수(Dow Jones Wilshire Global Index)에 있는 기업 중 규모면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 환경, 사회적 기준으로 지속가능성을 평가한 지수이다. MSCI글로벌지수와 DJSI의 수익률을 비교해 봤을 때 DJSI 수익률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SRI 환경 : 투자가능 대상기업 수 적어

국내 SRI펀드의 대부분은 기업의 재무상황과 함께 선별투자방법(포지티브 방식)으로서 ESG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기업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세 가지 요소를 반영하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ESG를 종합 평가하는 펀드의 절반이상은 지속가능기업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의 자료를 활용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수익성과 공익적 목표가 결합된 지속 가능한 테마펀드로 SRI가 세분화되고 있다. 그린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뉴에너지에 투자하는 환경관련 테마펀드도 광의의 SRI펀드로 분류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JSI) 글로벌에 편입된 기업은 포스코, SK텔레콤, 삼성SDI이다. 최근에 한전, KT, LG화학, 롯데쇼핑이 DJSI아시아에 추가로 편입돼 총 7개 기업이 DJSI에 포함됐다.

SRI펀드가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판단자료 중 하나는 기업이 발표하는 ‘지속가능보고서’ 존재 여부다. 국내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현황을 보면 2003년도에 3개 기업 발간으로 시작해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2007년 기준으로 누적발간 기업 수는 52개사로 2003년에 비해 17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 SRI펀드의 투자대상 기업수가 한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국내의 경우 순수한 사회책임투자라는 SRI초기의 모습보다는 지속가능성만을 보고 판단하는 펀드가 많았다. 다시 말해 SRI펀드 요건에서 제외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기업 환경이 아직은 SRI펀드가 투자할 대상이 적어 이에 대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라 생각된다.

이 같은 한국적 SRI투자 전략에 의해 선정될 수 있는 대표종목이 KT&G다. KT&G는 담배를 판매하는 회사로 윤리적 측면에서는 제외되지만 기업이 사회에 대한 공헌도나 지속가능성 등을 판단했을 때는 상위권의 점수를 얻고 있다. 국내에 설정된 여러 SRI 펀드에서도 KT&G가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나쁜 일을 통해서 버는 돈을 취하고 싶지 않다’에서 ‘기업이 더 나은 경영을 하게 하는 도구’ 전략을 바꿔 편입자산의 범위를 넓혀둔 것이다.




SRI 펀드 현황 : 20개사 22개 펀드 2조6천억원


SRI에 대한 정의는 경우에 따라 다양하다. 넓은 의미에서 SRI펀드를 정의한다면 현재 국내에서 설정되고 국내기업 투자하고 있는 SRI펀드는 20개 운용사가 운용중인 22개 펀드 2조6천억원이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1개에 불과했던 국내 SRI펀드는 2005년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됐다. 이후 2007년까지 성장세를 기록하며 2007년 10월 말 설정액이 3조 2680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08년 들어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SRI펀드 역시 수탁고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에 투자한다지만 SRI펀드 역시 금융위기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들어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정부정책에 기대 녹색성장 관련 펀드가 대거 출시되면서 펀드 숫자는 늘었지만 자금 유출은 계속 되고 있다.

SRI펀드 도입 초기에는 향후 SRI펀드가 활성화돼 기업들의 ESG 개선속도를 높여, 다시 국내 펀드시장에서도 바람직한 투자의 순환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열악한 국내증시 상황 및 SRI지수개발 등과 같은 SRI관련 인프라구축이 늦어지면서 점차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모습이다.




SRI펀드 포트폴리오 : 일반주식펀드와 차별성 찾기 힘들어

SRI펀드가 일반주식펀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종목 선정에 있다. SRI펀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지속가능보고서의 제공 및 사회공헌 정도 등을 감안해 이에 적합하지 않는 기업은 아무리 성장성이 우수해도 투자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SRI펀드의 포트폴리오 차별성을 살펴보기 위해 SRI펀드를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봤다. 우선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동시에 고려하는 좁은 의미의 SRI펀드, 지배구조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친환경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등이다.

세가지 종류의 SRI펀드 모두는 4월 초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대형혼합주나 대형성장주 중심으로 60개 안팎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삼성전자, POSCO, LG전자, 신한지주는 모든 SRI펀드에서 공통으로 포함돼 있었다.

- 선별투자방식으로 ESG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협의의 SRI펀드는 보유종목 측면에서 일반주식펀드와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삼성전자 11.38% △포스코 4.42% △LG전자 3.67%의 투자비중을 보이는 등 일반주식펀드 유형평균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일반주식펀드에서 투자비중이 높은 10개 종목에 대해 32.96%를 투자해 일반주식펀드 37.71%보다 조금 낮았다. 하지만 대상을 넓혀 20개 종목에 대한 비중은 50.63%로 일반주식펀드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또한 이들 펀드에서 제외된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이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들로, 일반주식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되지 않았다. 이중 비중이 가장 큰 엔씨소프트도 일반주식펀드에서 0.94%에 불과했다.

코스닥 종목에 투자한 정도를 살펴보면 일반주식펀드보다 2.5%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거래소 업종별로는 화학에 대한 비중이 3.8%포인트 낮은 반면 운수장비는 2.69%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운용사별로 해당 운용사를 대표하는 일반주식펀드와 포트폴리오를 비교 분석한 결과, NH-CA를 제외한 전 운용사가 일반주식펀드가 보유한 종목에 80%이상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운용사 내에서 운용 전략이 다른 펀드임에도 종목 구성이 비슷한 것이다.

운용사에서는 구성 종목이 일치할 수는 있지만 ESG점수가 높다고 판단된 기업에 일반주식펀드보다 더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몇 운용사는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비중 역시 1%포인트 범위 내에서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포트폴리오가 유사해진 것은 2008년 들어서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들의 설정 초기에는 일반주식펀드가 보유한 종목에 대한 투자비중이 70%이하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서 높아진 것이다.

이는 국내주식을 대상으로 SRI펀드가 추종할만한 비교 지수가 없어 KOSPI를 추종 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없어 SRI에서 제외된 기업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운용사에서는 SRI펀드를 일반주식펀드와 같이 관리하다 보니 규모가 작은 SRI펀드의 운용상 특색이 일부 훼손된 것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운용인력의 제한으로 기업을 모두 조사할 수 없고, SRI펀드가 좋은 기업에 투자함과 동시에 좋은 성과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재무정보를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 이에 반해, 지배구조나 친환경 관련 펀드들은 협의의 SRI펀드와 달리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ODI(배당주지수)와 KOGI(지배구조지수)에 포함된 종목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운용의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K-1’을 제외하고는 코스닥을 중심으로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관련기업에 투자하는 ‘흥국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A- 1’의 경우 코스닥비중이 29.0%에 달했고, 대형성장스타일을 보였다.








SRI펀드 수익률 상관성, 일반주식펀드와 97%이상 일치

SRI펀드 중 최근 1년간 수익률이 존재한 11개 펀드의 경우 일반주식펀드 평균을 하회한 펀드는 4개에 불과할 정도로 양호했다. 반면 산은, 신한BNPP,미래에셋에서 운용한 SRI펀드는 운용사 평균수익률 보다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성과만으로 SRI펀드가 다른 펀드에 비해 성과가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앞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10년 이상의 성과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하나 국내 SRI펀드의 역사가 짧아 좋고 나쁨을 가리기 힘들다는 말이다.

펀드 별로는 아이좋은지배구조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 A가 지난 1년간 -2.34%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가장 성과가 나쁜 펀드는 미래에셋3억만들기 좋은기업주식K-1로 같은기간 -19.38%를 기록했다. 같은 SRI펀드임 에도 성과차이가 큰 것은 올 들어 중소형주 등 특정테마에 편중된 종목장세가 형성되면서 펀드 별로 편입된 중소형주 투자비중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SRI펀드에만 해당된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이어 일반펀드와의 차별성을 살펴보기 위해 6개월간 주간수익률을 이용해수익률 상관성을 측정해 봤다. 선별투자(ESG)펀드의 경우 대신운용의 ‘대신행복나눔SRI증권투자신탁H 1[주식]Class C’ 를 제외 하고는 일반주식펀드와의 상관계수가 0.97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간 주간수익률이 일반주식펀드와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는 포트폴리오와 함께 한국 내에서 SRI펀드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준 증거라 하겠다.





한국은 SRI펀드 성장초기단계…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 중

국내 SRI펀드는 무늬만 SRI라는 평을 듣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SRI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종목 중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는 종목이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인 대형주이고 이들에 대한 투자비중 역시 일반주식형펀드와 유사하다. 또한 일반주식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상위 20개 종목에 대한 투자비중이 50%에 달해 일반주식펀드와 차별성이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SRI펀드가 벤치마크로 삼을만한 지수가 없고, 투자대상 역시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위해 SRI를 광의로 해석, 투자범위를 너무 넓게 가져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이 같다고 하여 길이 같다 할 순 없을 것이다. SRI펀드는 투자대상기업을 선택하는데 있어 재무적 요소에 추가로 사회적 책임, 환경적 책임, 지배구조적 책임 등을 고찰해 장기투자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사회책임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일반주식펀드와 SRI를 선택하는 기본 기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SRI는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기업을 분석하는 투자방법론이지 단순히 많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환경관련 테마주가 SRI펀드의 투자대상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사회책임에 대한 경영의식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이는 SRI펀드에서 투자 대상기업의 한계로 연결된다. SRI펀드에서 사용할만한 비교지수가 없어 펀드 벤치마크지수를 코스피로 하고 있는 것 역시 펀드가 차별성이 없었던 이유다.

최근 주식시장에 큰손인 국민연금이 SRI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다. 7월에는 호주에서 열리는 UN PRI총회에서 책임투자원칙(PRI :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가입할 예정으로 되어있어 향후 SRI의 성장이 기대된다. PRI참여로 국민연금은 PRI의 6대원칙에 따라 보유주식에 대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고, 사회책임투자원칙의 도입, 확산에 노력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SRI펀드를 운용하는 8개 운용기관에서 PRI에 서명했고, 이번 국민연금의 참여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몇몇 운용사에서는 SRI펀드를 전담하는 팀을 따로 구성하는 등 향후 SRI펀드에 변화가 생길지 기대된다.

또한 UN Global Compact의 10대 기본원칙으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보고서의 가이드라인이 제정되고, 국제표준기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ISO26000)이 제정, 공포될 예정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 선택문제라기 보다 필수적 요구사항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SRI투자 증가와 SRI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투자기준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적용한다면 한국 기업들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10월로 예정된 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 Korea와 거래소에서 공시하는 SRI지수가 하반기에 발표되면 SRI지수에 편입되는 기업의 경우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신뢰성과 객관성을 갖춘 것으로 간주돼 국내주식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변화의 바람이 예상된다.

이처럼 SRI지수의 발표 및 GRI보고서 발간기업의 확대는 SRI펀드의 투자대상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이에 SRI펀드가 점차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며 그 범위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SRI펀드를 선택할 때 주의할 점은 해당 운용사에서 사회책임투자의 기준, 범위, 선별방식 등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SRI펀드를 단순히 사회공헌으로 인식하지 않고 투자자의 수익을 최우선에 두고 명확한 기준에 따른 투자를 하고 있는지 운용사의 명확한 개념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좋은 기업이라 해서 모두 좋은 투자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또한 다른 펀드에 비해 SRI펀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고 전문성이 담보돼야 하므로 SRI담당 애널리스트나 운용역의 배치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검 사항들을 기반으로 투자기간을 감안하여 SRI펀드를 선택한다면 투자를 통해 투자자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 류승미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