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펀드시장 Review

2009년 주식형펀드는 글로벌 증시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수익률 폭락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던 국내외 펀드 성과가 올해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공황상태까지 경험했던 국내외 증시가 각국의 글로벌 공조로 생각보다 빨리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형 자금이 몰려 있는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 펀드는 올 들어 평균 70% 가까이 올랐다. 브라질펀드와 러시아펀드는 2009년 평균 수익률이 110% 이상이다.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빨리 경기가 회복됐고 자원부국은 올해 원자재값 상승 수혜까지 입으면서 올해 MSCI 러시아주식은 81.08%, MSCI 브라질주식은 65.39%, MSCI 인도주식은 86.44% 치솟는 등 신흥시장 증시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펀드시장은 오히려 위축된 한 해였다. 대규모 손실을 견딘 투자자들이 원금 회복과 함께 증기가 반등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환매에 나서면서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10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 펀드 시장은 우울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이에 따라 펀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전체 주식형 펀드는 올해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물론 해외 주식형 펀드도 사상 최장기간 자금유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해외펀드 비과세 일몰을 앞두고 해외펀드의 환매가 늘어나면서 자금이탈도 심화됐다.

한편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펀드시장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또한 세제변화로 기존의 비과세 감면제도가 사라지고 상당수가 과세로 전환돼 투자자들의 세금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판매수수료의 상한선 등을 인하하고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도 실시키로 해 투자자의 부담을 줄이고 선택권을 확대하는 제도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해 법원이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송이 급증한 것도 올해의 주요 이슈였다.

2009년은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나 펀드업계 모두 힘든 한 해였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질적 성장 역시 적지 않았다. 올해 펀드시장의 흐름과 이슈를 짚어본다.

1. 수익률 폭락의 악몽에서 벗어나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09년 국내주식형과 해외주식형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54.44%와 58.21%를 기록했다.

2009년 국내주식펀드에 효자 노릇을 한 것은 단연 IT주다. IT주가 크게 오르면서 이들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가장 주목받았던 해외증시는 단연 브라질과 러시아. 브라질과 러시아 관련 펀드들이 상위권을 대부분 휩쓸었다. 이들 펀드는 지난해 수익률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대표적인 펀드들로 손실의 상당부분을 회복한 셈이다.

반면 선진국 투자펀드의 수익률 회복은 다소 더딘 모습을 보였다. 일본주식펀드가 -0.97%로 주식형 펀드 중 유일하게 손실을 냈고 유럽주식펀드와 북미주식펀드가 20.04%와 21.74%를 기록했다. 글로벌신흥국 주식펀드의 68.46%와 비교했을 때 선진국 펀드의 상승폭은 신흥국펀드의 3분의 1수준에 머물렀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임으로써 커머더티형은 19.4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펀드 유형과 지역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펀드가 좋은 성과를 냈으나 사상 최대의 펀드자금 유출에 빛이 바랬다.



2. 반등할 때마다 환매, 해외펀드 비과세로 자금이탈 심화

반토막 펀드에 놀란 투자자들은 원금이 회복되기 무섭게 펀드시장을 떠났다. 2009년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줄기차게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외 펀드는 하반기 들어서 환매 행렬이 두드러졌다. 적립식펀드 투자 문화가 정착된 지난 2004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설정액이 감소, 운용업계로서는 사실상 대규모 환매 사태를 처음 경험한 셈이다.

제로인 유형분류 기준에 따른 국내외(공모) 주식형펀드 설정액는 2008년말 134조 9,764억원에서 2009년말 122조 3,78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한 해 동안 12조원 넘게 쪼그라든 셈이다. 같은 기간 순유출액은 국내주식형에서는 7조, 해외주식형에서는 3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3월과 6월을 제외하고는 내내 순유출을 보이다 지난 11월에서야 간신히 유입으로 돌아섰다.



지난 3월부터 국내증시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마디지수를 통과할 때마다 환매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지수가 폭락했을 때 망연자실했던 투자자들이 원금회복 구간에 들어서자 펀드 정리에 나선 것이다. 특히 7월 이후부터 환매가 급증했다.

해외 펀드는 연말로 갈수록 환매세가 강해졌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증시 등이 올해 급반등하면서 원금회복 구간에 접어든데다 2009년말 해외 펀드 양도차익 비과세가 종료되는 만큼 연말 해외 펀드 환매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자금이 빠져나가도 증시가 연초에 비해 오른 덕분에 순자산액은 34조 5,000억 가량 늘었다.

대규모 환매로 인해 신규 펀드 출시는 뜸했던 데다 자투리펀드를 정리하고 펀드를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전체 펀드수는 2008년말 6,242개에서 2009년말 5,758개로 감소했다.

한편 주식형 펀드에 비해 채권형펀드는 채권ETF 설정, 안전자산선호 등으로 5년만에 자금 유입세로 돌아섰다.



3. 상반기-테마주, 하반기-IT주 관련펀드 최고성과.


2009년 코스피는 49.65% 올랐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54.44%를 기록했다.

ETF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국내주식펀드는 마이애셋자산운용의 `마이트리플스타 [주식]_C/A’펀드다. 이 펀드는 올해 들어 120.31%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올해는 대내외적으로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국내시장은 환율안정과 녹색테마관련 정책 의지표명 등으로 회복세를 보였고, 여기에 외국인 자금도 유입되며 가파른 회복세를 이어갔다.

한국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는 등 호재가 잇따르며 초기에는 중소형주 위주로 강세를 보이다 이후에는 블루칩중심의 대형우량주가 장을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수출주인 IT, 자동차주 등의 비중이 높은 펀드가 선전했다

반면, 가치주나 배당주는 반등국면에서 소외되면서 관련 펀드도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4. 러시아∙브라질 고공행진... 투자지역에 따라 회복력 차이나

해외주식형펀드의 2009년 평균 성과는 58.21%를 기록, 국내주식펀드의 평균 성과를 소폭 웃돌았다. 하지만 해외주식펀드는 투자지역 혹은 대상에 따라 손실을 본 펀드들도 있다.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서는 브라질과 러시아 관련 펀드가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특히 2008년에 하락폭이 가장 컸던 러시아의 선전이 눈부셨다.

브라질주식펀드와 러시아주식펀드가 119.27%와 111.27%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주식펀드와 남미신흥국주식펀드도 각각 8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중국펀드도 50% 이상의 이익을 냈다.

2009년 3월 이후 달러화 약세는 증시 회복, 원자재시장 강세, 신흥국 통화 강세 등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면서 신흥국 펀드수익률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이 가운데도 일본펀드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봤다.

해외주식형펀드들의 이같은 성과는 불과 1년전인 2008년 말과 상반된다. 2008년에는 해외주식펀드들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적을 낸 속에서도 일본펀드들의 성과가 그나마 양호했었다. 특히 엔화 강세 여파로 환노출형 일본펀드들은 적지 않은 환차익을 얻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펀드는 80% 가까운 손실을 내며 최악의 펀드로 이름을 남긴 바 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 사태와 주가 및 통화가치 급락, 신용등급 하향 조정까지 이어지며 펀드 성과가 추락했었다.

2009년은 금융시장 불안이 점차적으로 해소되면서 극심한 저평가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2008년에 하락률이 높았던 국가의 반등폭이 컸던 셈이다.



5. 자본시장법 시대개막...기능별 규제로 개편 및 투자자보호강화

펀드 산업이 짧은 기간에 급성장하면서 각종 후유증과 문제점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실물경제에 비해 금융산업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펀드 관련 제도나 관행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투자업 사이에 진입 장벽이 사라져 증권, 운용, 선물이 하나의 협회로 합쳐지고, 각사별로 합병, 업무 인가 등을 통해 모든 금융투자업 상호간 겸영을 허용하면서 업무 영역이 대폭 확대됐다.

한층 강화된 투자자보호제도는 펀드시장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이에 따라 펀드 투자자나 운용사, 판매사 등은 확 달라진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가장 큰 변화는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고객의 투자성향을 파악해 적합한 상품만 권유하도록 바뀐 것이다.

종전엔 불과 십 여분이면 펀드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법시행 이후에는 투자자성향파악 등 펀드 가입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려 판매사와 투자자들의 원성도 많았다.

일부 불편한 점이 생겼지만 판매사 입장에서는 펀드 판매제도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고, 고객 입장에서는 금융투자상품 및 자산관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을 뿐더러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당초 기대만큼 신상품이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펀드도 속속 등장했다.

기존 제도하에서는 도입이 어려웠던 재간접형식의 해외펀드가 등장했고, 공매도 규제가 완화되면서 헤지펀드 전략을 따르는 펀드도 나왔다. 또 레버리지 펀드나 금 상장지수펀드(ETF)도 생겨났다.

펀드 시장이 위축돼 당초 기대보다 큰 변화는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파급력이 커질 것이고,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상품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6. 상장지수펀드(ETF)의 다양화

200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ETF는 2005년까지 6개 상품에 불과했지만 상품, 인버스, 국고채 ETF 등이 추가되면서 50개로 늘어났다.

2006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순자산액은 2009년말 3조 7,894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는 시장개설 당시 3,500억원 수준보다 10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다양한 ETF신규 종목이 추가된데다 변동성이 높은 증시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펀드 에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환매수수료가 없어서 단기투자가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으며 제도개선으로 투자대상도 확대되면서 ETF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TF 시장 활성화를 위한 파생상품 ETF에 대한 과세방법 및 증권시장 업무규정이 개정됐다. 이와 함께 해외 ETF의 국내 도입도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층 다양한 금융상품 제공을 통해 국내 ETF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해외 ETF 상장은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편중된 해외펀드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해외투자의 다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에는 해외ETF 운용사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질 예정이다. 또 역으로 국내 ETF의 해외시장 상장 역시 추진키로 해 ETF시장이 보다 확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7. 2010년부터 세제혜택 대폭 축소...판매사도 자유롭게 이동

2010년부터 펀드관련 세제혜택이 대폭 줄어든다는 소식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늘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조세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를 종료하고, 공모펀드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도 없앴다.

이 가운데 특히 해외 펀드에 적용되던 매매차익 비과세 조치가 종료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환매심리를 자극했다. 반면 비과세혜택 막차를 타려는 투자자들로 장기주식형펀드와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로는 돈이 유입됐다.

2010년부터 공모펀드에도 주식거래에 따른 거래세를 부과하게 되면 국내펀드 중에서는 성장형펀드와 차익거래 펀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가치형펀드와 순수인덱스펀드 쏠림현상이 예상된다.

펀드 판매사 이동 제도 시행도 파급력이 만만치 않았다. 판매사 이동 제도란 특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서비스에 대한 불만 등을 이유로 같은 펀드를 파는 다른 판매사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기로 대부분의 펀드가 반토막이 된 2008년에도 펀드판매사들은 판매보수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판매회사가 판매보수를 받는 대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시장동향을 이메일로 알려주거나 전화상담에 응하는 것이 거의 전부여서 지나치게 보수를 많이 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요율이 결정돼 장기투자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보유기간이 길수록 판매보수를 낮추도록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펀드판매사 이동제도가 도입되면 판매사의 사후 고객 서비스는 좋아지는 반면, 고객을 새로 유치하기 위해 판매사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불거진 부실운용 및 불완전판매 논란은 2009년에도 지속됐다. 현재 `우리파워인컴펀드`나 `우리2star파생상품KW-8호`, `역외펀드 선물환 계약 피해자`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등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최근 개인 투자자보호 대책이 미흡했던 판매사나 펀드 운용사에게 책임을 무겁게 물리는 취지의 판결을 속속 내놔 관련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당국도 `미스터리 쇼핑’ 등을 도입해, 펀드 판매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 조성욱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www.FundDoctor.co.kr ]